부산의 중견 건설 기업 회장이 북항 재개발 지역 내 야구장 건립에 2000억 원 기부를 약속해 실제 기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북항 랜드마크 개발 사업이 세계엑스포 유치 실패로 지지부진해지면서 이곳 해상에 지으려는 북항 야구장 건설 계획도 자금 조달 문제로 멈춰선 상태다.

1일 부산일보에 따르면 (주)협성종합건업 정철원 회장은 지난달 29일 이 매체 기자와 만나 “북항 랜드마크 부지에 야구장을 짓는 것만큼 확실하게 지역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건 없다”며 “북항 야구장 건립이 추진되면 어떤 식으로든 2000억 원을 내놓겠다. 이 기부가 밀알이 돼 반드시 북항에 야구장이 들어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부산항 북항 개발 계획도. 부산항만공사

정 회장은 야구장 건립이 실제 추진되면 2000억 원 상당의 현금 지원 또는 무상 공사 등 어떤 방식이든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방식을 지금 정할 수 없지만 야구장 건립에 가장 도움이 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중요한 건 북항 야구장이 현실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도 아닌 지역 향토 기업이 공공 프로젝트에 2000억 원 규모의 기부를 약속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앞서 부산에서는 롯데그룹이 영도대교 복원 사업에 1100억 원,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1000억 원 상당을 기부했었다.

다만 2000억 원을 확보하더라도 야구장 건립을 위해선 여전히 상당한 재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북항 랜드마크 부지의 땅값은 6000억 원이 넘는다.

사직구장을 재건축하지 않고 재건축에 들어갈 비용 3000여억 원을 가산시켜도 부지 매입에 1000억 원이 모자란다.

한편 부산시는 야구장 건립과 별도로 북항 랜드마크 부지에 4조 원대의 해외 자본을 유치해 ‘영상문화 콤플렉스’를 추진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관련 기관의 합의도 이뤄지지 않는 등 답보상태다.

다만 정 회장의 2000억 원 기부 약속을 기점으로 건립 사업 검토를 본격화 하면 이들 사업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야구장을 대형 공연장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호텔·레저·문화 시설을 함께 만들어 시너지 효과를 높이면 투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야구장을 중심 동력으로 삼아 주변 지역 전체를 개발해 성공한 사례는 이미 해외에선 여럿 나오고 있다.

정 회장은 “북항은 부산의 심장인데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 못하고 있다”며 “야구장이 아니라 부산의 미래에 기부하는 것”이라고 기부 약속의 취지를 설명했다.

다만 언론에 자신의 의중을 밝힌 것으로 구속력도 없어 기부까지는 먼길로 보인다. 북항 야구장 건립 사업이 구체적으로 최종 결정됐을 문서화 돼야 한다는 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