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가 독자 코너를 마련합니다. 사진물도, 에세이(수필)성 글도 환영합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아마추어성 콘텐츠가 소개되는 코너입니다. 더경남뉴스는 앞으로 독자 코너를 다양하게 마련해 숨어있는 '끼'를 펼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애독과 참여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5일은 '부처님오신날'입니다. 우리의 선대들은 이 날을 음력 4월 8일, '사월초파일'이라고 했습니다. 한때 '석가탄신일'이라고 했다가 한글인 부처님오신날로 바꾸었지요.
오늘은 또 '어린이날'이자 여름이 시작된다는 '입하(立夏)'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은 매해 5월 5일과 6일입니다.
부처의 깨달음과 가르침이 어린이의 순수함과 연결 지어지는, 의미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자꾸 탐욕스러워지고 사악해지니 어린이날과 부처님오신날을 같은 날로 맞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문득 해봅니다.
독자 정재송 씨가 이날 오전 일찍 경남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 비음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불곡사(佛谷寺)에 들러 절 분위기를 보내왔습니다. 불교 신자는 물론 그렇지 않은 독자께서도 오늘 부처님의 가피(加被·부처나 보살이 중생에게 힘을 주는 일)를 듬뿍 받기를 바랍니다.
절 경내로 들어서니 '나무 아미타불(南無 阿彌陀佛)'을 새긴 표지석이 반겼다. 찌든 심신을 보살필 듯한 생각이 불현듯 든다. '나무아미타불'은 아미타불(부처)에게 귀의한다는 뜻의 단어다. 나무는 범어 '나마스(namas)'를 소리나는대로 적은 것이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은 부처와 그 다음 성인인 보살에게 귀의한다는 뜻이다. 즉,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南無 阿彌陀佛 觀世音菩薩)은 부처와 보살에게 귀의한다는 말이다.
불곡사 입구 모습. 왼쪽엔 나무관세음보살 돌기둥이, 오른쪽엔 석조 비로자나불 좌상이 찾은 중생들을 맞이한다. 비로자나란 '만물에 빛을 비춘다'는 뜻으로, 이곳의 석조 비로자나불 좌상은 '돌로 만든 광명의 불상이 앉아 있는 모습'이다. 불곡사 홈페이지
불곡사는 통일신라 54대 진경대사가 창건했다고 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찰이 아닌 대한불교법화종 소속 사찰입니다.
옛날 불곡사 일대 길가엔 불상과 기와 조각이 흩어져 있어 이곳을 부처골이라고 했고, 절 이름도 부처골을 한자로 옮겨 불곡사라고 정했다고 합니다.
불곡사에는 비로자나불을 주존으로 봉안한 비로전(毘盧殿)과 절의 정문인 일주문(一柱門·지방유형문화재 제133호), 나무아미타불(南無 阿彌陀佛)비 등이 있습니다.
절에 들어서기 전에 보이는 일주문은 2.2m 높이로 원래 창원 객사문(客舍門)이었다는 주장도 있네요. 객사(客舍)란 지방 관아의 중심 건물인데, 왕의 패를 모셔놓고 방문하는 관리 등이 머물렀습니다. 승려 우담화상(雨潭和尙)이 1943년 웅천(熊川)향교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이 일주문은 조선 말기의 건축물로 추정되며 지금의 모습은 1977년 해체해 복원했다고 합니다.
불곡사의 정문인 일주문(一柱門). 부부가 일주문을 들어서며 합장한 채 예를 표하고 있다. 일주문이란 양쪽에 기둥이 하나씩 세워져 지붕을 받치는 문이다. 일주문 안쪽에서는 연분홍 치마로 단장한 불자들이 안내를 하고 있다.
일주문 옆에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절을 찾은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불화 그리기 등 불교 관련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불자와 일반인들이 연휴를 맞아 찾아 일주문 일대가 제법 붐빈다. 일주문 위 현판엔 '비음산불곡사(飛音山佛谷寺)가 새겨져 있다. 비음산에 있는 불곡사란 뜻이다.
불곡사의 정문인 일주문(一柱門) 전경. 이날 오후 불곡사에 다시 들러 찍었다.
일주문 옆에 마련된 청소년들을 위한 체험 공간 모습. 어린이들이 체험에 몰입해 있다.
아침을 막 지난 오전 시간 때인데 사찰 경내엔 방문객이 많다. 부처님오신날 경내는 누구에게나 평온함을 준다.
방문객들이 사찰의 주 건물인 관음전(觀音殿) 앞에 마련된 아기 부처에게 작은 포주박으로 감로수를 떠서 붓고 있다. 이는 아기부처의 정수리에 물을 부어 깨끗이 씻어 준다는 '관불(灌佛)의식'인데, 중생들이 일상의 죄악을 씻고 깨끗한 마음을 얻게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불곡사 주 건물인 관음전(觀音殿) 앞에서 관불의식을 하고 있는 방문객들. 이날 오후에 찍은 사진인데 관불의식을 하려고 줄을 서 있다.
앞에서 소개했던 '석조 비로자나불 좌상' 안내판이다.
평소 고즈넉했던 절간이 부산하다. 경내에 청사초롱 연등들이 내걸려 석가 탄신을 축하하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선 행사 준비에 바쁜 모습이다.
경내에 부모를 따라온 청소년들과 연꽃 색인 연분홍색 치마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성 신도의 모습에서 부처님오신날 정취가 물씬 풍긴다.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을 위한 행사장. 의자를 마련해 놓았다. 축하 화환도 보인다.
법요식 행사장 위에 단 청사초롱 연등. 5월의 싱그러운 바람결에 흔들리며 부처님오신날의 축하 분위기를 한껏 돋우고 있다.
일찍 불공을 드리거나 산책 나왔던 시민들은 내려오고, 늦게 온 시민들은 절로 오르고 있다. 이상 독자 정재송 씨 제공
사족을 달자면 올해 부처님오신날과 어린이날을 같은 날로 한 건 이 정치의 계절에 오염 정치인들에게 손가락질을 많이 하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감로수(甘露水)로 아기 부처를 목욕시키는 관불의식(灌佛儀式)에서 보듯, 팍팍하게 사는 국민은 없고 제 잘난 맛에 살아가는 정치인 한 명 한 명에게 맹물이라도 바가지에 가득 채워 폭포수처럼 쏟아부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정신이 들도록.
부처님이 이 광경을 보셨다면 크게 기뻐할 듯합니다.
"성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