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산하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을 경남 사천시로 이전하자는 우주항공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충청도와 대전시가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항우연과 천문연 등 산하기관 노조는 본청의 사천 입지를 거론하며 청을 처로 승격시켜 정부 부처가 있는 세종시로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경남도와 사천시는 발끈했다.
국민의힘 서천호 의원(사천·남해·하동)은 지난 17일 '우주항공 설치운영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우주항공산업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항우연과 천문연을 사천시로 이전하는 것이 골자다.
서 의원은 개정안에서 우주항공청 소재지인 사천시를 중심으로 우주항공분야 연구개발과 산업기능을 함께 추진하기 위해 우주항공기술 연구개발 관련 기관인 항우연과 천문연을 우주항공청 인근에 소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우주항공분야 출연연구기관들을 우주항공청 부근에 위치하게 해 산재된 우주항공 기능을 통합하고 기관들 간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과 글로벌 우주경제시대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 의원은 "세계적 우주항공 도시인 프랑스 툴루즈 사례처럼 분산돼 있는 우주연구개발 기관과 산업육성 기능을 함께 모아 현장 중심의 연구 재편해 경남을 세계적인 우주항공 지역으로 동반성장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주항공 수도를 자처하는 경남은 정책 ·산업·연구 기능을 더해 교육・문화・관광・교통이 어우러진 글로벌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을 추진 중이다.
2022년 기준 국내 우주・항공산업 생산액이 70.6%를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서 의원은 "우주항공산업의 성공과 발전을 위해서는 선진국 사례처럼 우주항공청을 인근에 우주항공 복합도시를 건설해 우주항공분야 연구개발과 산업기능을 갖춘 정주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반영한 입법"이라며 "조속한 국회 논의를 통해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툴루즈에는 국가우주센터(CNES)를 중심으로 15분 거리에 ▲에어버스 ▲국립항공우주연구소 ▲국립항공대학 ▲창업보육센터 ▲앵커기업 ▲박물관 등 산・학・연・민・관이 어우러진 에어로스페이스 밸리가 조성돼 있다.
공동 발의자는 강민국・김선교・김종양・김재섭・김예지・김태호・김장겸・나경원・박대출・박덕흠・박상웅·서일준・신동욱・신성범・성일종・임종득・엄태영 의원 등이다.
이에 전국과학기술노조 항우연 지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개정안은 지역 이기주의로 뭉친 법안"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지역 이기주의에 눈 먼 법안들은 우주개발과 국방력을 저해할 뿐”이라며 “우주항공청을 우주항공처로 승격시키고, 항우연과 천문연이 위치한 대전 인근 세종에 위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도 이날 “대전은 연구개발, 경남 사천은 산업 기반, 전남 고흥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역균형 발전의 모범을 꾀하려던 당초 취지를 무시하고, 특정 지역으로의 기관 집중을 시도하며 충청권을 무시하고 있다”고 동조했다.
이들 노조는 "특별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고, 우주항공청의 R&D 기능을 분리해 연구개발본부를 대전에 신설하라"고 한 발 더 나갔다.
충청의 정치권도 개정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국민의힘에 즉각 법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법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소속 충청 지역 의원 3명은 동참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들의 본청을 세종으로 옮기라는 주장에 경남도와 사천시는 "위험한 발언"이라며 맞받았다.
우주항공청은 지난해 5월 27일 사천시에서 개청해 1년여 동안 지역 사회와 호흡하며 뿌리를 내렸다.
최근에는 우주항공청 신청사 입지가 경남항공국가산단 사천지구로 확정됐으며 우주항공 복합도시 특별법 입법도 추진되고 있다. 내년에는 우주항공청 부지 매입도 시작된다.
서 의원의 개정안은 이에 발맞춰 인프라 집중을 논의하면서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됐다.
서 의원은 "법안이 발의되면 응당 그에 따른 논의와 조율의 과정을 거친다. 법안이 발의되자마자 하루 만에 본청 위치까지 옮기라는 건 입법 과정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박동식 사천시장도 "수도권 연구원을 분소 형태로 우주항공청 가까이 이전해 글로벌 우주항공도시들과 경쟁해야 한다"며 사천이 우주항공청 적지가 아니라는 항우연 노조의 주장을 반박했다.
사천시를 포함한 경남도의 국내 우주항공산업 점유율은 과반을 넘어섰고, 관련 산업 생산액도 국내 70%를 넘어섰다.
박 시장은 "관련 산업 점유율이 입지를 말해주는데 수도권에서 멀다는 이유로 적지가 아니라는 건 중앙집권적 사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