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밤새 괴롭혀 밤잠을 설치게 하는 모기가 사라졌다.

폭염이 7월 초부터 지속되고 폭우를 몰고 오는 장마 기간마저 짧아 서식지가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모기는 보통 여름 날씨로 들어서는 6월 중순 개체 수가 증가해 한여름인 8월 중순 활동이 제일 왕성하다.

하지만 올해는 개체수가 많아지고 활동도 왕성해야 할 7월에 '극한 폭염'이 지속됐고, 폭우도 집중돼 유충과 알이 떠내려가 활동 개체수가 크게 줄었다.

경남 고성군 방역소독원이 모기 등 위·해충 발생 우려 지역에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고성군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27주차(6월 29일∼7월 5일) 모기지수는 319로 지난해 같은 기간 643보다 절반 이상 떨어졌다.

2022∼2024년 평균 869마리보다도 더 감소했다.

모기 지수란 모기의 개체 수나 활동량을 측정한 수치다.

이에 비해 모기활동지수는 기온, 습도, 강수량 등 기상 요인과 지표 특성을 고려해 모기의 활동 정도를 예측한다. 모기활동지수가 100일 경우 야간에 야외에서 10분 정도 있으면 5번 이상 모기에 물릴 수 있다고 본다.

두 지수는 모기의 활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이지만, 측정 방식과 정보의 범위에서 차이가 있다.

모기 지수는 질병청이 전국 12개 시도 14개 축사 등에 설치한 기구를 통해 채집한 모기 개체수를 평균해서 내고 있다.

또 울산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울산에서 채집된 모기 수는 총 1470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20마리보다 23.5% 줄었다.

2년 전인 2023년 3729마리에 비해 60.6% 감소했다.

채집된 모기는 얼룩날개모기류(43%), 금빛숲모기(30%), 빨간집모기(18%) 순이었다.

연간 누적 채집 수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매년 3~6월 4개월간 채집한 모기 수는 2023년 4051마리, 2024년 2077마리, 올해 1833마리로 2년 새 60% 가까이 줄었다.

1년간 채집에서도 2023년 2만 1813마리, 2024년 1만 6785마리로 23.1% 감소했다.

울산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22일까지 집계한 7월 모기 채집량도 전년 동기보다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욕실 천장에 붙어 있는 모기. 낮엔 집안 어두운 곳에 숨어 지낸다. 정기홍 기자

전문가들은 모기 개체수의 급감엔 폭염과 국지성 호우가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모기의 생존과 번식은 기온, 습도, 강수 등 기상 요인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유충이 부화하는 적정 온도는 14~20도이며 성충이 활동하는 최적 온도는 25~30도다.

하지만 13도 아래로 내려가거나 33도를 넘으면 활동량이 현저히 줄고, 피를 빨 수 있는 기력도 급격히 떨어져 굶어죽는다.

장마도 변수로 작용했다.

모기 유충은 장마처럼 일정 기간 이어지는 따뜻하고 습한 날씨에서 잘 자란다.

올해는 장마 기간이 짧아 모기 유충의 서식지인 물웅덩이가 적게 만들어졌다. 알을 낳을 물웅덩이가 부족하거나 무더위로 말라버린 것이다.

반면 최근 빈발한 국지성 호우도 유충의 서식지를 쓸고 내려가 생존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다만 최근 내린 집중 호우가 폭염속에 다시 물웅덩이를 만들어 모기가 생기고 있다.

진주시 진성면 한 축산인은 "폭우가 내린 지난 19일 이전엔 극한 폭염에 모기가 거의 없었는데 며칠 전부터 모기가 많아져 축사 일을 할 때 토시를 끼고 한다"고 말했다.

‘여름 모기’가 줄어든 대신 ‘가을 모기’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몇 년간 무더위가 9~10월에도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오는 태풍으로 만들어진 물웅덩이가 따뜻한 날씨와 만나 모기 개체수를 늘릴 수 있다. 푸른 수풀도 우거져 있어 모기 서식 여건도 좋다.

예부터 '가을 모기가 매섭다'는 말이 있다.

한편 모기는 2mm 정도의 틈만 있어도 몸의 절반을 오므려 비집고 집이나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다고 한다.

또 보통 1㎞ 이내에서 활동하고, 7~8m 정도를 날 수 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등을 타면 20층 이상의 고층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일단 방안에 들어오면 낮엔 어두운 곳이나 욕실 천장 등에 붙어 쉬고 있다가 밤에 나와서 괴롭힌다.

따라서 손상된 방충망을 점검해 고쳐야 한다.

베란다와 개수대의 배수구도 소독을 해야 하고 스타킹 등을 활용해 구멍을 막아주는 것이 좋다. 개수대 등엔 소금을 뿌려주면 살균 작용으로 모기를 퇴치하고 날파리를 없앨 수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는 경관용으로 만들어 놓은 연못이나 빗물을 저장하는 정화조, 하수구 등 모기의 근원지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 물통이나 땅에 고인 물도 없애야 한다.

집 주변의 화초나 풀이 무성한 곳, 보일러실, 창고 등도 방역 대상지다.

한편 모기예보제가 있는데 쾌적-관심-주의-불쾌 등 4단계로 나뉜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의 모기발생단계는 '주의'(3단계)와 '관심'(2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