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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에서 배우는 지혜]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정기홍 기자 승인 2023.11.19 03:12 | 최종 수정 2023.11.20 02:23 의견 0

더경남뉴스는 사자성어(四字成語)에서 '생활 속의 지혜'를 배우는 코너를 마련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고담준론보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이른바 사랑채에서 나누는 이야기식으로 보다 쉽게 풀겠습니다. 편집자 주

'적선지가 필유여경'이란 말을 들어본 독자분은 적지 않을 듯합니다. '남에게 덕을 베풀면 복이 들어온다'는 말로 인용을 많이 합니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은 유교의 3대 경전인 주역(周易)의 '문언전(文言傳)'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줄여서 '적선여경(積善餘慶)'이라고 합니다.

선행을 쌓는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가 찾아온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나아가 착한 일을 계속 하면 복이 후손에게도 미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쌓을 적(積), 착할 선(善), 갈 지(之), 집 가(家), 반드시 필(必), 있을 유(有), 남을 여(餘), 경사 경(慶)입니다. 담고 있는 의미가 너무 좋아 집안의 가훈이나 좌우명을 삼기도 합니다.

이번 '고어에서 배우는 지혜'엔 며칠 전, 한 지인이 운전 중 길가에 버려져 떠돌던 '발발이'를 거두어 집 마당에 지낼 임시 집을 마련해 준 일이 있어 '베푼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를 뽑아봤습니다. 발발이는 다행히 낯선 이를 잘 따라 "집안의 복덩이가 들어왔다"는 말을 하더군요.

보통 '적선지가 필유여경'으로 말하지만, 모두를 적자면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적악지가 필유여앙(積惡之家 必有餘殃)'입니다.

착한 일을 많이 해 선을 쌓은 집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고, 나쁜 일을 해 악을 쌓은 집에는 반드시 재앙이 있다는 뜻이 담겼습니다.

이 고사(故事·지난 일)를 이해하려면 먼저 '적선'이란 낱말을 알아야 합니다. 아무래도 한글 세대는 한자가 낯설게 와닿습니다.

적선(積善)은 쌓을 적(積), 선할 선(善), 즉 착한 일(善)을 쌓는다(積)는 뜻입니다.

옛날엔 적선이란 말을 '동냥(거지가 돈이나 물건을 구걸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으로 통용했습니다. 예컨대 거지가 "한 푼 줍쇼" 하면 "옛다" 하며 동전을 던져주는 것을 이릅니다.

봄철 보릿고개가 있던 1960~1970년대까지만 해도 거지가 사립문(싸리문) 밖에 서서 동냥을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지요. 결혼 등 집안 대사를 치르면 어떻게 알았는지 인근의 거지들이 두세 명 몰려옵니다. 큰 멍석(덕석)은 못 깔아줘도 경상도 사투리로 가마떼기(헌 가마니) 두어 개를 펴 마당 귀퉁이에 마련해 상을 차려주었지요. '빌어먹고', '얻어먹는다'는 뜻의 걸식입니다.

적선은 스님이 연관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마을 사립문 앞에서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하는 소리가 들리면 방안의 큰 항아리에 들어 있던 곡식을 한 양재기 퍼서 스님의 걸망(걸머지고 다니게 얽어 만든 주머니)에 부어드렸습니다.

이는 스님 입장에선 탁발(托鉢·음식을 얻어먹는 것)을 하는 것이고, 곡식을 주는 사람은 공양(供養·물건을 시주하는 것)을 하는 것입니다. 기자도 어릴 때 부모님이 들에 나가 안 계시면 대문 앞에 선 스님과 거지에게 곡식을 떠 준 적이 제법 됩니다.

요즘은 아예 없어진 광경이지요. 우리나라가 경제대국으로 잘 살게 된 것도 있지만 단절의 아파트 생활의 영향도 큽니다. 다만 아직도 서울역 지하도 등에서는 노숙을 하고 복지단체 등에서 식사를 마련해 배급을 합니다만 격이 다릅니다.

남에게 베풀고 덕을 쌓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참으로 좋은 선물과 같은 것입니다. 줄 때는 아까운 듯 느껴지지만 주고서 돌아서면 마음이 풍족하고 정신은 행복해집니다. 이상하지요. 분명히 내가 가진 것을 줬는데 덤으로 더 들어온 듯하지 말입니다.

많이 하는 말이지만 남이 아는 선행보다 남이 알지 못하는 음덕과 같은 선을 쌓는 곳이 참된 복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남에게 주는 것도 평소 연습으로 자리하는 습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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