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익어가는 오늘은 사자성어 당랑거철(螳螂拒轍)을 생각해봅니다. 오곡이 익어가는 들녁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자전거로 가다가 도로 가운데에서 사마귀를 봤습니다. '당랑거철'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다’는 뜻으로, 제 분수를 모르고 무모하게 행동함을 일컫습니다.

한자를 풀이하면 사마귀·버마재비 당(螳), 사마귀 랑(螂), 막을 거(拒), 바퀴자국 철(轍)입니다. 중국 책 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말입니다.

'회남자(淮南子)'는 중국 한대(漢代) 초기, 즉 전한(前漢) 시대의 백과전서(전 21권)로 회남(淮南·화이남) 지역의 제후였던 유안(劉安)의 주도 아래 학자들이 공동 저술한 책입니다. '여씨춘추'와 함께 제자백가 중 잡가의 대표작입니다.

다시 말하면 며칠 전 쉬는 날, 경남 진주시 진성면 구천마을 지역도를 가는데 차량이 오가는 아스팔트 위에 몸이 누른 사마귀가 길 가운데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가끔 보는데 차 바퀴에 깔려 죽을까 해서 길 옆 수풀 속으로 옮겨주기전에 몇 컷 찍었습니다.

가을이 성큼 다가선 지난 8일 경남 진주시 진성면 구천마을 아스팔트 도로 한가운데에 나와 일광욕을 하고 있는 사마귀. 몸은 봄·여름의 초록색과 달리 누렇게 변했다. 가을 색에 맞춘 변신이다.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앗아가는 지나는 차량의 무서움을 모르는 무모함으로 보인다. 정기홍 기자

우선 '회남자' 에 쓰인 사마귀 내용을 보겠습니다.

제나라 장공(莊公)이 어느 날 사냥을 갔는데 사마귀 한 마리가 다리를 들고 수레바퀴로 달려드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광경을 본 장공이 부하에게 “용감한 벌레로구나. 저놈의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물었지요.

부하는 “예. 저것은 사마귀라는 벌레인데 앞으로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설 줄 모르며 제힘은 생각지 않고 한결같이 적에 대항하는 놈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장공이 이어 “이 벌레가 만약 사람이었다면 반드시 천하에 비길 데 없는 용사였을 것이다”라고 하고선 수레를 돌려 사마귀를 피해서 가게 했다고 합니다.

어째 기자가 그 사마귀를 안전한 수풀 속으로 옮긴 것과 이야기 전개가 조금은 비슷합니다.

당랑거철(螳螂拒轍)의 유래입니다.

장공의 말과 부하의 말이 엇가는 느낌을 주지만, 요즘에는 장공의 부하가 말한 것처럼 무모함을 이르는데 주로 사용됩니다. 장공의 말도 일리는 있는데, 그 당시엔 영토를 차지하려고 전쟁질을 자주하던 시대였기에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선선한 바람이 나는 이 계절에 봤던 사마귀로부터 나에게, 또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무모함'은 없는지 주위를 살펴봅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한 유명한 말 "자기! 해봤어?"도 생각납니다. 이를 무모함으로 여기지 않고 '도전 정신'으로 삼습니다. 도전 정신은 '무모함'이나 '무대뽀'는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