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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에서 배우는 지혜] 듣는 게 3배로 힘들다는 '이청득심(以聽得心)'

정기홍 기자 승인 2023.10.03 12:14 | 최종 수정 2023.11.20 02:20 의견 0

이청득심(以聽得心). '상대방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면 그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논어 위정편에 나온다.

경청(敬聽)은 공경할 경(敬), 들을 청(聽)이다. 귀 기울여 듣는다는 뜻이다.

들을 청(聽)자의 부수를 뜯어보자.

'귀 이(耳)' 밑에 '임금 왕(王)'이 있고, 오른 쪽에는 '열십(十)' 아래에 '눈 목(目)'을 옆으로 눕히고, 그 밑에 '한 일(一)'과 '마음 심(心)'을 차례로 놓았다.

‘열개의 눈과 하나의 마음’이란 말이다. 왕의 권위와 같은 큰 귀와 마음의 눈을 갖고 들어야 한다고 풀이할 수 있다. 즉 듣는 것만 잘해도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다는 의미다.

인간 관계에 관한 말로 유명한 데일 카네기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비결은 말 잘하는 솜씨가 아니라 잘 들을 줄 아는데 있다”고 했다.

그는 효과적인 경청은 단순히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지 말고 오감을 갖고 상대방 이야기에 중간 중간에 적절히 공감하며 반응해줘야 한다고 제언한다.

무서운 것은 듣는 사람이 그냥 듣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청자(聽者·듣는 자)는 화자(話者·말하는 자)의 말뿐 아니라 입 모양, 눈빛, 미관, 나아가 심리 변화까지 다 본다. 이게 무서운 것이다.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온갖 감정을 다 보여주며 발랑 까발리지만, 듣는 사람은 조용히 오감을 동원해 미세한 감정 변화를 간파한다고 해보자. 철면피 정도가 아니라면 화자로선 식은 땀이 날 정도다.

이처럼 잘 말하고 잘 듣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 잘못된 말 습관을 고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반복 연습이 필요하다. 지속된 연습을 통해 몸에 배어야 한다. '말이 습관이 되고 습관은 자신의 인생이 된다'는 말이 그 말이다.

신체 구조상 입은 하나이고 귀는 두 개다. 적게 말하고 많이 들어라는 것이다.

헌데 입은 얼굴 중앙 전면에 있고 귀는 주변인 양옆에 있다. 이래서 듣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잘 듣는 경우도 있다. 직장 생활에서 술꾼들이 앉은 자리에서 콜라나 사이다 한 병 정도를 챙겨놓고 이들 술꾼과 2차 자리까지 지키는 사람을 더러 본다. 오래 듣는 것이고, 적게 말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잘 듣는 것이다.

주변에선 그를 희한한 사람으로 여기지만 당사자로선 사람 좋다는 말도 듣고, 감정 조절없이 나오는 말들에서 회사 돌아가는 것을 파악하고선 자리를 파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는 것이다.

'말이 씨가 된다'는 경구(警句·경계해야 할 말)가 있다.

좋은 씨보다 나쁜 씨가 되는 경우가 허다해 조심하라는 말이다. 말이 많으면, 즉 많은 말은 실언이 나오고, 격한 말은 비수가 된다. 이는 불행의 씨앗이 돼 원한을 자라게 만든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일상에서 우리가 상대에게서나 제3자를 통해 자주 듣는 말이다. 말할 때 '꼭 기억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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