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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에서 배우는 지혜] 도끼와 바늘 이야기 '마부작침(磨斧作針)'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7.28 19:57 | 최종 수정 2023.07.28 19:59 의견 0

"마부작침이 마부가 무엇을 한다는 것이지?"

나름 식자층으로 불리는 기자의 지인이 오늘(28일) 한 방송사의 기획 기사에 붙은 타이틀을 보고서 한 말입니다. 기자는 "아냐, 도끼를 갈고 갈아 바늘과 같은 쇠꼬챙이를 만드는 거지"라고 한 폼 잡고 말했습니다.

달리 다른 뜻이 있는지 알려고 검색을 해봤더니 이 방송에서의 마부작침은 '방대한 데이터(기사거리) 속에서 송곳과 같은 팩트를 찾는다'는 의미로 설명해 놓았더군요. 이 사자성어를 이런 뜻으로 해서 붙인 게 너무 '오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정확한 뜻을 조금 더 알아봅니다.

마부작침(磨斧作針)은 기자가 말한 것처럼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말이네요. 갈 마(摩), 도끼 부(斧), 지을 작(作), 바늘 침(針)입니다. 어려운 한자입니다.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성공한다는 의미입니다.

마부작침은 마부위침(磨斧爲針)이라고도 부릅니다. 할 위(爲), 즉 바늘을 '만든다'는 뜻입니다.

이 사자성어 유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당나라의 시인 이백(李白)이 학문을 도중에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노파가 바늘을 만들기 위해 도끼를 갈고 있었지요. 이백은 이 노파의 끝없는 노력에 감명을 받고 다시 학문을 하던 산 속으로 들어갔다는 데서 나왔습니다.

참고로 동 시대에 살았던 이백과 두보는 '이두'라고 불리며 이백은 '시선(詩仙·시의 신선)'으로, 두보는 '시성(詩聖·시의 성인)'으로 불립니다.

누가 더 낫냐고요? 독자 개개인의 판단이지요.

이백은 도교에 조예가 깊고 술을 너무 좋아해 신선이란 뜻의 '선(仙)'을 붙인 것이 아닌가 합니다. 시도 고민 없이 붓을 잡으면 단번에 써내려갔다고 합니다. 장강(長江·양쯔강)에 비친 달 그림자를 잡으려다가 익사했다는 전설도 전해집니다. 신선과 비슷한 삶을 산 듯하네요.

반면 이백보다 나이가 열한 살 어린 두보(杜甫)는 시를 지을 때 '1자 1구', 즉 한 자 한 구절을 조탁(彫琢)하듯 고심하면서 시구를 매끄럽게 다듬어내 이백과 대조적입니다. 두보는 인간의 삶을 슬픔으로 주로 노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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