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에서 배우는 지혜]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전한 '교토삼굴(狡兔三窟)'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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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2 17:44 | 최종 수정 2023.01.03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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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계묘년(癸卯年)입니다. 이른바 토끼의 해인데, 60간지 중 40번째랍니다. 기자는 육십갑자를 오래 전에 알고자 했지만 어려워 중간에 포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계(癸)자가 검은 색이고 이 색은 '인간 지혜'를 상징한다고 하네요. 영특한 토끼의 특성과 어울립니다. 이런 이유로 올해는 '검은 지혜'가 듬뿍 샘솟는 해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토끼의 영특함과 관련한 대표 사자성어로 '교토삼굴(狡兔三窟)'이 있습니다. 교활할 교(狡), 토끼 토(兎), 석 삼(三), 굴 굴(窟)입니다.
교토삼굴은 '꾀 많은 토끼는 위기에 대비해 자신이 숨을 굴 3개를 파 놓는다'는 뜻이지요. 좋은 의미로는 '사람이 뛰어난 재주로 잘 숨어 재난을 피한다'는 것을 이릅니다.
조선 후기의 판소리계 소설인 '별주부전(鼈主簿傳)'에는 토끼의 간을 먹어야 병이 낫는 용왕을 위해 육지로 나간 별주부(자라)가 토끼를 용궁에 데려갔지만 토끼가 "간을 빼놓고 다닌다"는 말로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나 도망친다는 내용이 있지요. 토끼의 기발한 잔꾀를 말합니다.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고문(전 국회의장)이 어제(1일)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있은 신년인사회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굴 3개 파는 토끼처럼 플랜2, 플랜3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네요.
문 전 의장의 말이 재미있네요.
"별볼일 없는 사람이 항렬만 높다고 가문의 영광이라 생각하는 여는 말씀을 하게 됐다"
이어 문 전 의장은 "토끼는 민첩하고 영민한 동물이다. 굴을 3개 판다고 해서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말도 있다"면서 "우리도 영민한 토끼를 닮아서 플랜2, 플랜3 이렇게 대안을 많이 마련하는 그런 해가 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원론적인 말로 들릴 수 있지만 며칠 후 검찰에 소환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준비해야 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낸 것 아니냐는 해석을 합니다.
비슷한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토영삼굴(兎營三窟)은 '토끼가 3개 굴을 경영한다'는 뜻으로, 토끼가 위험한 고비를 피하려고 구멍 3개를 만드는 것처럼, 미리 3개 계책을 짜 놓음을 말합니다.
문 전 의장은 또 “교수협의회 금년(2022년)의 사자성어가 ‘잘못된 자가 고쳐야 한다’는 과이불개(過而不改·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였다”며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한다. 정부 여당에도 해당하지만 우리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과이불개는 앞서 더경남뉴스에서 다뤘으니 관련 기사를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