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사람들은 이야기를 '이바구'라고 합니다. 사투리입니다. 더경남뉴스는 취재 중에서 터져나오는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보고 느낀 점을 쓰는 '기자 수첩'보다 더 적나라 한 코너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특히 저잣거리 민초들의 목소리가 정책을 만들고, 시책을 펴는 공직에 더 따끔하게 와닿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동양에서나 서양에서나 상대방의 호칭은 그냥 '부름'이 아니라 '예의'를 매개로 한다.
학창시절 영어를 배울 때 한국어에는 여러 경칭과 하칭이 많지만 영어권에선 높임말이 없고 특정 단어가 쓰이는 자리에서 경칭 판단을 한다고 들었다.
우리 말에는 어머니는 어머님, 엄마, 모친 등 많다. 영어에는 'Mother'로 통칭된다. 선생님도 성을 뜻하는 Mr. 혹은 Mrs. Miss. Ms.로 쓴다. teacher(선생)는 직책으로서의 교사를 뜻하지 선생님 호칭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호칭 문제가 다시 불거져 시끄럽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상당수의 사람들은 '박근혜'란 이름 뒤에 '대통령'을 빼거나 '씨'를 붙여 말하고 다녔다. 문재인 정권도 지난 5년 간 '박근혜'나 '박근혜 씨'로 불렀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상당수 국민들은 탄핵된 대통령에게 법률상 '대통령'이란 경칭을 붙이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잘 못 알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직 대통령 호칭 대신 누구 씨라고 부르는 언론, 국민 분열보다 통합·치유의 언론 개혁으로 나아가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오늘 아침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했다가 진행자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박근혜 씨라고 호칭하는 것을 듣고 놀랐다”며 “전직 대통령 예우법에 준해 탄핵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고 적었다. 진행자 김 씨는" 탄핵 당한 분이기 때문에 그래서 호칭 정리가 그렇게 돼 있어서”라고 답했다.
하 의원은 "하지만 전직 대통령 예우법은 호칭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팩트 체크를 해보니, 금고 이상의 형 확정이나 재직 시 탄핵되었을 경우 연금이나 기념 사업, 보좌진 등의 예우를 받을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 법의 정의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이라고 호칭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며 "'전직 대통령이란 헌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재직했던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전직 대통령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탄핵까지 당했다는 것이 우리의 아픈 역사임에는 틀림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역사적 평가에 따라서 호칭이 달라진다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문재인 씨'라고 부르는 일부 정당의 부적절한 행동 또한 합리화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개인이 어떤 호칭을 선택할 지는 자유의 영역이며 존중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공공의 보도 영역에 있는 언론사는 다르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호칭은 '예우'가 아니라 '팩트'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정의했다.
MBC 소수노조인 제3노조도 11일 성명서를 내고 자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박근혜 씨’로 호칭한 것과 관련해 “공영방송이 앞장서 국민을 분열시킨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노조는 "김종배 씨는 하 의원이 ‘박근혜 씨’라는 호칭에 대해 묻자 ‘전직 대통령 예우법에 준해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쓰지 않는다’는 설명과 함께 MBC 회사 차원의 호칭 정리가 있었다고 답해 청취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진보 성향인) 한겨레신문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 부르며 ‘박근혜 씨’라고 호칭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를 준용 확대해석해 공영방송이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박탈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우파 매체에서 추후 마음대로 문재인 대통령의 '전직 대통령' 호칭을 박탈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며 “국민들을 분열시키는 이러한 호칭 정리는 도대체 누가 무슨 의도로 한 것인가?”라고 했다.
노조는 또 “지난 2021년 12월 24일 TBS 라디오에 출연한 청와대 박수현 소통수석은 방송 내내 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를 논하면서 '박근혜 씨'라는 호칭을 남발했지만 지난 4월 6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서는 '전임 박근혜 대통령님 정부'라고 깍듯이 표현한 바 있다”며 “이렇게 MBC만 홀로 앞장서 '박근혜 씨'라는 호칭을 고집하다가는 ‘공영방송이 앞장서 국민을 분열시킨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위의 논란처럼 '대통령 호칭 적용 문제'를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전직 대통령의 예우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전직 대통령 예우법'을 보자.
현행 전직 대통령 예우법은 전직 대통령의 예우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제 7조에는 '재직 중 탄핵 결정을 받았을 때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 이 법이 정한 연금이나 비서관·운전기사를 둘 수 있는 예우, 교통과 통신 및 사무실 제공의 지원과 같은 예우를 하지 않는다'고만 규정할 뿐 ‘대통령’ 호칭을 못 붙이게 하고 있지 않다.
물론 기관이나 단체, 언론 등에서 각자 판단할 문제이기는 하다.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라든지 문재인 대통령을 '문가'라고 불러도 된다. 하지만 '갈라치기'는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신물이 날만큼 겪었다.
갈라치기는 선거철 등 틈만 나면 스멀스멀 기어나와 여론을 호도하곤 했다. 국민들도 이젠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두 갈래로 분열시키는 무리들은 표로써 따끔하게 심판해 정치권에 발을 붙이지 못 하게 해야 한다. 지금이 철 지난 이념 싸움으로 하세월 할 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