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지만, 어쨌거나 나이는 숫자로 표시합니다. 따라서 숫자로 표시하는 나이에 의미를 부여한 별칭들이 있습니다. 별칭을 붙인 것은 일본의 영향이라고도 합니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니 10세부터 100세까지의 별칭을 짚어봅니다.
10세는 충년(沖年)으로 부릅니다. 충(沖)의 음과 훈은 '화(和)할 충'이고요. 아주 어린나이를 뜻합니다.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단어이지요. 15세를 지학(志學·학문에 뜻을 둘 나이)이라고 하는데 두 나이는 '소년'에 해당합니다.
20세는 약관(弱冠·남자가 스무 살이 된 때), 30세는 이립(而立·뜻을 세우는 때)이지요. 40세는 불혹(不惑)이라고 세상을 사는 일에 갈팡질팡 헤매지 않을 나이입니다. 50세는 지천명(知天命)인데 자신의 타고 난 운명을 아는 때라고 하지요.
20~50대의 별칭은 자주 사용해 낯설진 않습니다.
60세 이후는 보다 오래 살았다고 세분화 해 축하의 의미를 담습니다. 물론 생명이 짧았던 옛날 기준이지요.
60세는 이순(耳順)이라고 합니다. 귀가 순해진다는 뜻이죠. 평소에 생각하는 것이 원만해 어떤 말을 들어도, 어떤 일을 접해도 이해하고 받아들입니다.
알다시피 61세는 환갑(還甲)입니다. 회갑(回甲)이라고 합니다. 그 다음해는 진갑(進甲)으로 부릅니다. 66세는 미수(美壽)라고 합니다.
70세는 주로 칠순(七旬), 고희(古稀)라고 하지만 종심(從心)과 희년(稀年)이라고도 부릅니다.
고희는 중국 당(唐)나라의 시성(詩聖) 두보(杜甫)의 '곡강시(曲江詩)'의 '인생 칠십 고래희'란 구절에서 유래한 명칭입니다. 옛날엔 일흔 살까지 산다는 것은 썩 드물어 축하 한다는 뜻에서 희수(稀壽)라고도 합니다.
77세는 희수(喜壽)입니다. 70세 희수와 한자가 다르니 혼돈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기쁠 희(喜)의 초서체가 77로 보여 붙였다고 하네요.
80세는 산수(傘壽). 우산 산(傘)자의 '팔(八)'과 '십(十)'을 합쳐 팔십(八十·80)으로 간주합니다. 또 88세는 미수(米壽)인데 이것도 쌀 미(米) 글자를 '八'과 '十'과 '八'로 나눠 풀이한 것입니다.
66세 미수(美壽)와는 한자가 다릅니다. 88세는 쌀 미(米), 66세는 아름다울 미(美)를 씁니다. 66세는 88세보다 젊어 '아름다울 미'를 붙였고, 88세의 '쌀 미'는 글자를 쪼개 의미를 부여했지만 밥을 잘 드시고 건강하라는 뜻도 담겼다고 여겨집니다.
90세는 졸수(卒壽)입니다. 졸(卒)을 풀이하면 구(九)와 십(十)이 됩니다. 99세는 백수(白壽)라고 하는데 위에서 보듯 자획을 분해한 것이 아니라 100에서 1을 뺀 것입니다. 백(百·100)에서 일(一)을 빼면 백(白·흰백)자가 돼 백수(白壽)라고 합니다.
100세는 상수(上壽)로 칭하고 기원지수(期願智壽)라고 합니다.
보통 100세 정도 살면 주위에서 천수(天壽)를 누렸다고 하지만, 하늘이 준 운명이란 뜻의 천수는 120세를 이릅니다. 우리 세대는 이제 120세 천수를 누릴 때가 됐습니다.
길었지만 나이대별로 부르는 명칭을 대충 살펴보았습니다.
분석을 해보면 흥미로운 것도 있습니다.
60세가 넘으면 같은 숫자를 넣은 나이 명칭이 생깁니다. 아마도 오래도록 장수하라고 육십갑자를 다시 시작하는 진갑 이후 나이들에 의미를 부여했다고 보여집니다.
66세는 미수(美壽), 77세 희수(喜壽), 88세 미수(米壽), 99세는 백수(白壽)라고 합니다. 이때마다 백수연(白壽宴)에서 보듯 잔치 연(宴)을 붙여 장수를 축하합니다.
또한 미수(美壽), 희수(喜壽), 미수(米壽), 백수(白壽)는 한자의 초서(草書)와 파자(破字·글자를 쪼갬)의 원리를 응용한 것입니다. 발상이 흥미로운 조어법입니다.
위에서 언급됐지만 더 구체적으로 대비해봅니다.
희수(喜壽)의 기쁠 희(喜)는 초서로 쓰면 '칠(七)+칠(七)'이 돼 77세가 됩니다. 초서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으니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미수(美壽)의 아름다울 미(美)를 파자하면 육십육(六十六)이 됩니다. 미수(米壽)의 쌀 미(米)도 파자하면 위에는 거꾸로 쓰인 八, 아래에는 또 하나의 八이 있어 결국 '팔(八)+팔(八)'이 되지요. 이를 합치면 88이 됩니다.
백수(白壽)의 일백 백(百)은 한 일(一)을 빼면 99가 되어 백수(白壽)로 씁니다.
요즘 들어 많이 인용하는 '9988234'로 마무리합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주만에 죽는다는 뜻이지요. 병 없이 장수하자는 뜻입니다. 한 시대를 같이 사는 모든 독자분들 건강하게 장수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