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자성어 '면종복배(面從腹背)'를 살펴봅니다.
KBS 김의철 사장이 오늘(8일) 대통령실의 'KBS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결정'과 관련, "이를 철회하면 사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내용을 보다가 생각이 났습니다.
면종복배의 한자는 낯 면(面), 쫓을 종(從), 배 목(腹), 등 배(背)입니다. 뜻은 '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면서도 내심으로는 배반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윤석열 정권과 줄곧 각을 세우다가 꼬리는 내린 것 같은데, 김 사장이 밝힌 내용에는 언론 조직 특유의 자존심도 많이 담겨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지난 5일 소관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KBS TV수신료 분리징수를 권고했고, 방통위는 곧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수신료를 전기요금 청구서에 넣어 함께 거둔다는 것은, 소위 말하는 '군사정권' 때의 틀이긴 합니다. 요즘엔 지상파 방송 안 본다는 분들도 꽤 많더군요. 그만큼 채널이 다양화 했다는 말입니다.
KBS는 일반 방송사와는 다른 방송입니다. 공영방송이지요. '9시 뉴스' 직전에 항시 나오는 '국민~의 방~송'이란 멘트처럼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됩니다. KBS-2는 광고를 합니다만.
따라서 공영방송의 가장 큰 책무는 사실(팩트)을 있는 그대로, 본 그대로 공정하게 전달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KBS에 '이념'과 '정파'가 물 들고, 도를 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일각의 주장일지라도 KBS 입장에선 논란이 된 자체만으로 '공영성'을 잃은 구석이 있지 않나를 자문해 볼 일입니다.
언론이 다른 직종과 달리 가진 값진 무기는 '사실 전달'입니다. 언론계에선 '팩트'라고 말하지요. 이것만 잘 전달하면 청취자와 독자는 이를 토대로 판단을 합니다. 궁극엔 여론이 되는 것이지요.
불행하게도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언론에 '선민적인 계급의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을 자주 듣습니다. 일종의 특권의식인데,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서 사실을 비틀어 왜곡하거나 자의적으로 판단을 해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지요. 작게는 남의 약점을 잡아서 침소봉대를 하는 등의 일도 이 범주에 듭니다.
어찌보면 스마트폰이 보급된 지금 누구 하나 바보가 없고, 기자들이 더 무능한 세상이 됐는데도 말입니다. 언론이 철 지난 이념의 골에 빠져 '사실 왜곡', '선전선동'에 맛을 들이면 언젠가는 국민의 세찬 발길질에 다치게 됩니다.
KBS 김 사장의 오늘 '기자회견문' 내용을 곧이곧대로 들어야 하겠지만 그의 의중과 차이는 없는지는 국민이 판단할 몫입니다. 양자가 면종복배가 아닌 속을 진정 터놓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최선책이겠지요.
면종복배와 전달하는 뜻이 비슷한 고어는 '보는 데서는 따르는 듯 하나 뒤돌아서서 욕한다'는 면종후언(面從後言)과 '겉과 속이 다르다'는 표리부동(表裏不同)이 있네요.
조금 어려운 '양봉음위(陽奉陰違)'란 사자성어도 있는데, 북한의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처형(2013년 12월 12일)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썼던 표현입니다. 볕 양(陽), 받들 봉(奉), 그늘 음(陰), 어긋날 위(違)입니다. '복종을 하면서 속으론 딴 마음을 먹는다'는 뜻입니다.
우리 속담 ‘앞에서 꼬리치는 개가 뒤에서 발뒤꿈치 문다’도 있습니다.
KBS의 오늘 기자회견문이 대통령실과 '동상이몽'이 될 지는 당분간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