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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에서 배우는 지혜] 한겨울에 음미해보는 '한왕서래(寒往署來)'

정기홍 기자 승인 2022.12.21 03:36 | 최종 수정 2023.06.15 10:53 의견 0

더경남뉴스는 사자성어(四字成語)에서 '생활 속의 지혜'를 배우는 코너를 마련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고담준론보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이른바 사랑채에서 나누는 이야기식으로 보다 쉽게 풀겠습니다. 편집자 주

한겨울입니다. 영하 10~20도로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말 그대로 동장군입니다. 오늘(21일)은 전국에 큰눈이 온다고 합니다. 좀 어렵게 말하면 한겨울의 심한 추위를 의미하는 '세한(歲寒)'입니다.

옛날 학창 시절에 삐뚤빼뚤 썼던 '국군아저씨,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한겨울 불철주야 나라를 지켜주시고···'으로 시작한 틀에 박힌 위문편지도 생각납니다.

2021년 3월 강원 고성군 간성읍에 내린 함박눈 모습. 독자 김건영 씨 제공

오늘은 겨울과 봄을 아우르는 사자성어를 가져왔습니다.

한왕서래(寒往暑來). 풀이를 하면 찰 한(寒), 갈 왕(往), 더울 서(暑), 올 래(來)로 차가움이 가고 더움이 온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사물은 순서대로 진행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거꾸로 '겨울이 지나지 않고 봄이 오랴'는 속담과 관통합니다. 寒來暑往(한래서왕)로 바꾸어도 의미는 같습니다.

전국에 한파가 급습한 오늘에 딱 맞는 한자성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야 따뜻한 봄이 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요. 유명한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셜리의 시에도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라는 시구가 있습니다.

세상사 다 일정한 순서가 있는 법이고, 급하다고 서둘러서 일이 성사될 수 없지요. 급하다고 바늘을 구멍에 넣지 않고 바늘 몸에 맬 수는 없는 법입니다.

한왕서래(寒往暑來)는 '주역(周易)'의 난해한 내용을 체계적이고 철학적으로 서술한 계사전(繫辭傳) 하편에서 나옵니다.

'해가 가면 달이 오고, 달이 가면 해가 오니, 해와 달이 서로 밀어 밝음이 생긴다/ 일왕즉월내(日往側月來) 월왕즉일내(月往側日來) 일월상추이명생언(日月相推而明生焉). 추위가 자나가면 더위가 오고, 더위가 가면 추위가 오니, 춥고 더운 것이 서로 밀어 한해를 이룬다/ 한왕즉서내(寒往側暑來) 서왕즉한내(暑往側寒來) 한서상추이세성언(寒暑相推而歲成焉).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오는 것이 자연의 법칙입니다. 거역이 불가능합니다. 오늘의 삭풍 추위에 오들오들 떨지만 조금만 견디면 곧이어 따스한 봄날이 옵니다.

시련을 잘 이겨내야 미래가 더욱 밝아진다는 진리를 되뇌어봅시다.

오늘은 맹추위에 큰눈도 온다는 기상청 예보에 일상에 잘 쓰지 않는 사자성어를 짚어봤습니다.

※ 한왕서래(寒往暑來)의 유래를 더 알아봅니다. 여기서부터는 옵션으로 쓴 글이니 안 읽어서도 괜찮다고 봅니다.

주역(周易)은 고대 중국 주(周)나라의 역(易)에서 비롯됐고, 역(易)은 본래 도마뱀을 그린 상형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마뱀은 주위의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데서 인간과 자연을 포함한 모든 존재의 근본 양상을 변화라는 관점에서 해석하는 책입니다.

역경(易經)은 유학의 오경(五經) 중의 하나로 만상(萬象)을 음과 양의 이원으로 설명해 64괘를 만들고 각각의 해석을 덧붙였습니다. 역경의 원제는 역(易)이나 후에 경전으로 칭하여 역경(易經)이라 불렸습니다.

공자(孔子)도 주역이 얼마나 어려웠던지 뜻을 완전히 파악할 때까지 읽고 또 읽어 책을 묶은 가죽 끈이 세번이나 끊어졌다는 '위편삼절(韋編三絶)'의 성어가 주역에서 유래했다네요.

공자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난해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해석한 것이 십익(十翼)이고, 십익 내용의 개별 괘효(卦爻)를 총괄해 해석해 계사전(繫辭傳)을 지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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