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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LG가’ 구자학 아워홈 회장 92세로 별세

이건희 삼성 회장 누나 이숙희 씨와 결혼
구자학 회장 장례식장서 이부진 이재현 CJ 회장 부축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5.12 18:43 | 최종 수정 2022.05.12 19:22 의견 0

연암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92) 아워홈 회장이 12일 오전 5시20분쯤 노환으로 별세했다.

고인은 지난 1960년대부터 식품, 화학, 전자, 건설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서 경영인으로 몸담아 '산업화 1세대', '산업화 역사의 산증인'으로 평가 받는다.

LG 계열사의 음식서비스 사업부를 독립시켜 매출 1조 7천억원의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고 구자학 아워홈 회장. 아워홈 제공

구 회장은 지난 1930년 경남 진주시 지수 승산마을에서 태어나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령으로 예편했다.

1957년에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둘째 딸이자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누나인 이숙희 씨와 결혼했다. 당시 두 사람의 결혼은 대기업 삼성과 LG 가문의 결합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후 구 회장은 10여년간 제일제당 이사와 호텔신라 사장 등을 지내며 삼성그룹에서 일했다.

1969년 삼성이 전자산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LG(당시 금성)와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자 LG그룹으로 돌아갔다. 럭키 대표이사, 금성사 사장, 럭키금성그룹 부회장, LG반도체 회장, LG엔지니어링 회장, LG건설 회장을 역임했다.

구지학 이워홈 회장이 1981년 럭키그룹 시무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신년사를 하는 모습. 아워홈 제공

럭키에 있을 때 1981년 '국민치약'이라 불리는 '페리오'룰 개발했고 1983년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PBT(폴리부틸렌테레프탈레이트) 소재를 만들었다.

1985년에는 화장품 '드봉'을 국내 화장품 브랜드에서는 처음 수출했다. 1995년 LG엔지니어링에서는 국내 업계 최초로 일본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2000년에는 LG유통의 FS(식품서비스) 사업부문을 갖고 LG그룹에서 독립해 아워홈을 설립했다.

그가 회장으로 있던 21년 간 아워홈은 국내 2위의 단체급식·식자재 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 LG와 LS그룹과 수의계약을 하며 승승장구 했다.

구 회장은 단체급식 사업에도 첨단산업 분야에 못지않은 연구·개발 역량이 필요하다며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2000년 식품연구원을 설립했다. 이후 이곳에서는 지금까지 레시피 1만5천여개를 개발했고 연구원 100여명이 매년 약 300개의 신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아워홈의 매출은 2000년 2125억원에서 지난해 1조 7408억원으로 8배 이상 커졌다. 단체급식과 식재유통사업 외에도 식품, 외식, 기내식, 호텔운영업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16년에는 장남인 구본성 당시 부회장이 대표에 선임되며 후계 구도가 갖춰졌다. 하지만 구 부회장은 지난해 보복 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고 결국 회사에서도 해임됐다.

당시 여동생 구미현·명진·지은이 합심해 구 부회장의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아워홈은 구 전 부회장이 지분 38.6%, 미현·명진·지은 세 자매가 합산 지분 59.6%를 보유하고 있다.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지난 2018년 직원과 대화하는 모습. 아워홈 제공

구 회장은 지난해 6월 아워홈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지 못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장남 구 전 회장의 재판 결과가 그의 해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그는 최근까지 회장직은 유지하면서도 고령으로 사실상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올해 초 지병이 악화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었다.

장례식은 고인이 아워홈의 창업주이자 현직 회장임을 고려해 회사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아내 이숙희씨와 아들 본성(아워홈 전 부회장), 딸 미현·명진·지은(아워홈 부회장)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 발인은 15일 오전 8시다. 장지는 경기도 광주공원묘이다. (02)3010-2000

한편 고인의 빈소에는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 이병철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 씨의 아들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범삼성가 인사들이 찾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빈소에 조화를 보냈다.

홍 전 리움 관장은 빈소로 들어가기 전 취재진에 “고인께서는 너무 훌륭한 분이셨다”고 말했다.

이재현 회장은 지팡이를 짚고 부축을 받으며 등장했다. 이 대표는 이 회장의 왼손을 꼭 잡고 부축하며 장례식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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