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소이부답(笑而不答)'이란 사자성어를 올려봅니다.
해석을 하면 '미소만 짓고 직접 대답하지 않는 모습'을 이릅니다. 훈(뜻)과 음(말)은 웃을 소(笑), 말 이을 이(而), 아닐 불(不), 대답할 답(答)이지요.
국민의힘 당 대표와 중진 의원의 설전 중에서 이 사자성어가 나와 소개합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 참패로 시끄럽더니 국민의힘도 그에 못지 않습니다. 정치란 게 '이빨'로 먹고 살고 이해관계가 극하게 충돌하는 곳이라, 쇄신한다고 만들어 놓고 몇 년이 지나면 '시큼한 냄새'가 나게 돼 있지요. 여야 할 것 없습니다. 정치가 사람 '벼린다'(버린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닙니다.
'권모술수(權謀術數)'! 이 사자성어가 정치권에서는 대충 용납된다고 합니다. 뜻 풀이는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아니하는 온갖 모략과 술책'입니다. 이 걸 잘해야 유능한 정치꾼이라고 한다지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5선)이 며칠 전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와 입씨름을 했었는데 지난 10일 '소이부답'이란 사자성어가 적힌 액자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네요. 앞서 정 의원이 "우크라이나 방문은 자기 정치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자 이 대표가 정 의원을 향해 "추태에 가깝다"고 했는데, 이 말에 속내를 우회적으로 내보였다는 해석입니다.
소이부답은 '그냥 웃지요'란 뜻입니다. 기자들 사회에서 자주 쓰는 한자 문구이지요. 정 의원은 기자 출신입니다.
이 대표는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정 의원을 겨냥해 "당내 소속 의원, 최고위원, 당대표를 저격해 자기 입지를 세우려는 사람이 당을 대표하는 어른일 수 있나"라며 직격했습니다. 이어 "추태에 가깝다"고까지 했습니다.
이에 정 의원은 직접적으로 응수하지 않고 하루를 지내다가 '소이부답'이 적힌 액자를 SNS에 올린 것이지요. 이 대표의 '칼날 언급'에 대한 우회적 반응으로 해석됩니다.
그런데 이 대표가 젊어서인지 가만 있지를 않고 "소이부답을 글로 하나"며 비아냥거렸습니다. 그는 10일 오전 "소이부답은 행동으로 하는 것이지, 소이부답을 소이부답 하겠다고 올리는 게 소이부답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정 의원이) 오늘 소이부답 하겠다고 하니까, 하시면 되는데 그걸 '나 조용히 하겠음'을 글로 올려놓고 조용히 하겠다는 것은 의아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고 비꼬았습니다.
이 사자성어를 독자 분들이 더 잘 이해하시란 뜻에서 정치 이야기를 끌어왔습니다.
이제 '소이부답'에 관해 알아봅니다.
소이부답은 중국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의 '산중문답(山中問答)'에서 나옵니다. 다음과 같은 구절입니다.
나에게 무슨 맘으로 청산에 사느냐고 묻기에(問余何意棲碧山)/ 웃고 대답을 안 하니 마음이 절로 한가롭구나(笑而不答心自閑).
산 속에 사는 즐거움, 즉 요즘의 시골 전원생활에 대해 자문자답 하는 내용입니다.
소이부답은 원래 '굳이 말로 알려주지 않고 웃음으로 대신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근자에는 주로 '직접 대답하기 곤란해 회피하는 모습이나 대응할 가치가 없는 질문에 예의상 대처하는 말'로 자주 쓰입니다.
소이부답과 비슷한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염화시중(拈華示衆)'입니다. 집어 들 염(拈), 빛날 화(華), 보일 시(示), 대중 중(衆)입니다.
한자가 넉자이니 '사자성어'라고 하지만 염화시중은 불교 용어라 인간 세태를 비꼰 '사자성어'라고 하기엔 조금은 거리는 있어보입니다.
해석을 하면 '석가모니가 꽃을 들고 대중에게 보인다'입니다. 말이나 글에 의하지 않고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뜻을 전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조금 더 알아보겠습니다.
석가모니가 영산(靈山)에 있을 때 범왕(梵王)이 금색의 바라화(波羅花)를 바치면서 설법을 청했다고 합니다. 그 때 석가모니가 꽃을 들어 대중에게 보였지만 모든 사람이 무슨 뜻인지를 몰라했는데 대가섭(大迦葉)만이 미소를 지었다고 합니다.
이에 석가모니는 “나에게 정법안장(正法眼藏)과 열반묘심(涅槃妙心)이 있으니, 이를 대가섭에게 부촉하노라”라고 했다네요. 부촉(付囑)이란 단어가 어렵네요. 불법(佛法)의 보호와 전파를 다른 이에게 맡겨 부탁한다는 뜻입니다.
'소이부답'이란 평소에 자주 씀직한 단어에서 출발했는데 염화시중으로 연결되고, 부촉 등 어려움 한자까지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