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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구 민심] '싹둑 자른' 여름철 나무 가지치기 유감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6.08 21:50 | 최종 수정 2022.06.09 15:32 의견 0

지난 4~6일 연휴를 맞아 진주의 일을 마치고 서울에 올라갔더니 아파트단지의 동 건물 앞 뒤에 심어져있는 나무의 가지치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대부분 30년 가까이 자란 나무들이다.

나무 기둥과 큰 가지 몇 개만 남기고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싹둑 잘랐다. 우거진 나뭇잎이 없어졌다는 아쉬움이 먼저 와닿았고, 흉물스러운 외향도 눈에 많이 띄었다. 푸르름이 더한 철이라 허전함이 더했다.

무성했던 나뭇가지가 잘린 모습들. 이상 정기홍 기자

"하필이면 잎이 우거진 초여름에 자를까?"라는 의구심에 아파트단지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들었더니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단지내 조경수들이 30년 가까이 성장해 여름만 되면 잎이 엄청 우거진다"면서 "여름철 폭우와 태풍으로 큰 가지가 부러지거나 뿌리가 뽑혀 넘어지면 저층의 창문을 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민원도 자주 들어온다고 했다.

"왜 꼭 여름이냐"고 물었더니 "봄이나 가을로 맞췄으면 더 좋았겠지만 구청에서 지원비(공동주택지원사업)가 때마침 나와 작업을 시작했다"고 덧붙여 말했다.

더 알아보려고 연휴를 마친 지난 7일 구청에 전화를 넣었다. 구청 관계자는 "단지 내는 잘 알 수 없으나 가로수의 경우 가지가 자라 고압선에 걸리거나 차량 시야를 막아 1~2년마다 가지를 자른다"고 말했다.

가지치기 작업 모습. 정기홍 기자

잎이 무성한 나무와 앙상히 가지만 드러난 나무 모습. 정기홍 기자

요즘은 가로수의 경우 전정할 때 나름의 모양을 낸다.

지난해 9월 말 경기 성남시 수정구 일대 대로변의 은행나무 등 200여주 가로수가 외모를 바꾸었다. 구청이 '은행나무 테마전정'이란 이름으로 시범적으로 잘랐다.

버스정류장 및 신호등 주변에 은행열매의 악취 민원이 발생하고 나뭇잎이 전력 고압선에도 걸려 고유한 수형을 유지가 어려웠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각형으로 자른 버즘나무(플라타나스). 성남시 수정구 제공

삼각형 모양의 메타세콰이어. 성남시 수정구 제공

동그랗게 자른 은행나무. 성남시 수정구 제공

수정구는 "노선별로 네모(□), 세모(△), 동그라미(○) 모양의 특화거리로 만들었다"면서 "향후 주변 여건을 고려해 은행나무가 심어져 있는 노선으로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일부 시민은 악취 해소에 도움이 되고 산뜻하게 잘랐다고 하는 반면 다른 시민들은 가로수의 고유 생김새의 정취가 사라졌다는 반응이다. 은행나무의 경우 너무 많이 잘라서 보기가 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반 시민들은 아파트단지나 가로변의 전정이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쳐 잘라지는지는 잘 모른다.

나무의 생김새는 자연 그대로일 때가 가장 좋다. 모양을 좋게 자라는 집 안마당의 조경수 정도는 아니더라도 가로수 등도 그 사촌쯤은 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음이 남는다. 이에 대한 연구와 토론 등이 없은지 아직은 심미안(審美眼·아름다움을 살펴 찾는 안목)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가지를 자르는 시기와 자른 후의 나무 외향 등을 좀 더 깊게 논의하고, 미관상 조금 더 곱상하게 잘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푸르름이 가득한 여름 초입에 딱둑 잘린 아파트단지의 나무들을 보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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