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경남 창원시에서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맨홀 뚜껑이 순간 솟구쳐올라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 바닥을 뚫고 안으로 들어오는 보기 드문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이맘 때인 8월 8일 시간당 100mm 이상 역대급 폭우가 쏟아진 서울에서는 많은 곳에서 하수가 역류하면서 배수구의 맨홀 뚜껑이 유실됐다. 이날 밤 서울 서초구에서는 도로 맨홀 뚜껑이 하수구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튕겨져 올라 중년 남매가 빠져 실종됐다가 사망한채 발견됐다. 흙탕물 도로에서 맨홀 구멍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남매가 맨홀에 빠질 당시 이미 흙탕물이 무릎 높이 이상 차오른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맨홀 뚜껑이 폭우 수압에 갑자기 열릴 징조들을 알아본다.
이들 경우에서 보듯 갑작스러운 도심 폭우는 도로의 맨홀을 흉기로 만든다. 강한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무려 40㎏에 달하는 철제 뚜껑이 튀어오르며 인명·차량 피해가 발생하기도 하고, 뚜껑 열린 맨홀에 사람이 빠지거나 빨려들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올 때는 통행을 자제하고, 부득이 한 경우에는 가급적 건물 쪽으로 최대한 붙어 걸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폭우로 바닥에 물이 가득 차 보이지 않더라도 맨홀 뚜껑이 열려 있으면 흙탕물이 굽이쳐 흐르는 흐름이 보이기 때문에 절대 구경거리로 생각하지 말고 최대한 먼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도로의 맨홀이 흉기로 돌변할 수 있는 우려는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연구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과거 서울 강남역 도로 조건을 재현해 진행한 실험에서는 불과 41초(시간당 50㎜ 폭우) 만에 40㎏ 무게의 맨홀 뚜껑이 공중으로 26㎝ 넘게 튀어올랐다. 시간당 40㎜ 때는 1분, 30㎜ 조건에서도 1분 25초 만에 뚜껑이 15~16㎝ 높이로 튕겨 나갔다.
지난 10일 창원에선 이들 실험보다 더 많은 시간 당 60㎜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지난해 8월 8일 폭우의 6분의 1 수준인 시간당 20㎜ 폭우가 내릴 때도 4분 4초 만에 뚜껑이 열렸다.
튀어오르는 맨홀 뚜껑의 순간 위력은 매우 강하다. 몸무게 30㎏ 어린이, 50㎏ 여성, 70㎏ 남성이 맨홀 위에 서 있는 것을 가정한 실험에서 시간당 30㎜ 이상 폭우에 모든 경우에서 뚜껑이 열렸다.
전문가들은 맨홀 뚜껑이 열리는 전조 현상인 공기 빠지는 소리나 뚜껑이 요동칠 때는 곧바로 대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맨홀에서 하수가 분수처럼 솟구치는 것을 흥미롭다며 주변에서 구경해서도 안 된다. 이는 뚜껑이 튀어오르기 전의 현상이고, 이번 창원 버스 밑바닥을 뜷고 맨홀 뚜껑이 순식간에 뛰어올라 어디로 튈 지 모르기 때문이다.
맨홀 뚜껑이 열리는 수압은 운행 중인 시내버스마저 들썩이게 할 정도다. 이번 창원 사고에서는 도로 밑에서 솟구친 수압이 더 세 맨홀 뚜껑이 굉음을 내며 밑바닥을 뚫고 버스 안으로 들어왔다.
따라서 집중호우 때는 맨홀 주변에 차량을 주·정차를 하지 말아야 한다.
경차(무게 1105㎏)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앞바퀴나 뒷바퀴가 맨홀 뚜껑을 밟고 있어도 시간당 40㎜ 이상 폭우에서는 뚜껑이 열렸다.
서울시의 경우 하수도가 지나는 맨홀은 모두 27만 6923개다. 뚜껑 무게는 40~100㎏ 등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