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 이야기] 오늘(23일)은 '모기 입 비뚤어진다'는 처서(處暑)입니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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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3 08:04 | 최종 수정 2022.08.2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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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處暑)다. 24절기 중 14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로 입추(立秋)와 백로(白露) 사이에 있고 8월 23일 무렵에 든다.
아침 저녁엔 선선해져 모기와 파리가 사라져가고 가을 전령사인 귀뚜라미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한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예부터 처서가 땅에서는 귀뚜라미의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선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절기로 말해왔다.
고려사(高麗史)는 '처서의 15일 간을 5일씩 삼분하는데 첫 5일 간인 초후(初侯)에는 매가 새를 잡아 제를 지내고, 둘째 5일 간인 차후(次侯)에는 천지에 가을 기운이 돌며, 셋째 5일간인 말후에는 곡식이 익어간다'고 적고 있다.
처서 절기가 지나면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아 논두렁의 풀을 베거나 산소에 벌초를 한다. 처서 1주일 정도 후의 주말에 조상의 묘를 벌초하는 요즘 풍습도 이 때문이다.
옛날엔 이 시절에 선비들이 책을 햇볕에 말리는 '포쇄(曝曬)'라는 풍습이 있었다. 부인들이 여름 장마에 젖은 옷을 음지에서 말리는 '음건(陰乾·그늘 말림)'도 비슷한 풍습이다.
이 무렵은 음력 7월 15일 백중(百中·세벌 김매기 후 쉬는 날)의 호미씻이(洗鋤宴·세서연)도 끝나는 때여서 비교적 한가하다. 호미씻이란 '농가에서 농사일, 특히 논매기를 끝낸 음력 7월쯤 날을 받아 하루를 즐겁게 노는 일'이다.
'어정 칠월, 건들 팔월'이란 말이 있는데 어정거리면서 칠월을 보내고 건들거리면서 팔월을 보낸다는 뜻이다.
처서에는 농산물 소출과 관련한 속담과 이야깃거리가 많다. 이 시기의 날씨는 한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결정하는데 무척 중요하다.
이에 따른 농점(農占)도 다양했다. 햇살은 좋아야 하고 날씨는 쾌청해야 한다. 벼 이삭이 패는 때이고 이때 강한 햇살을 받아야 벼가 잘 익기 때문이다.
'처서에 장벼(이삭이 팰 정도로 다 자란 벼) 패듯'이란 속담은 무엇이 한꺼번에 성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쓴다. 처서 무렵에 벼가 많이 성장한다는 뜻이다.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준다'는 속담도 있다. 맑은 바람과 쨍쨍한 햇살을 받아야만 나락이 입을 벌려 꽃을 올리고 나불거리는데 비가 내리면 나락에 빗물이 들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해 썩기 쉽기 때문이다.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비(處暑雨)라고 하는데 곡식이 익는데는 썩 좋지 않다.
경남 통영에서는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 안에 천석이 감해지고,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안에 백석을 감한다'는 말이 전해진다.
전북 부안과 청산에서는 '처서비가 오면 큰 애기들이 울고 간다'는 말이 있다. 부안과 청산은 대추농사로 유명한데 대추가 익어가는 처서를 전후해 비가 내리면 혼사를 앞둔 자식들의 혼수 장만 걱정이 앞선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처서비는 농사에 유익하지 않다. 하지만 농사 기법이 현대화 된 요즘은 맞지 않은 것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