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
승인
2022.09.08 14:23 | 최종 수정 2022.09.08 23:44
의견
0
더경남뉴스는 SNS에서 오가는 글을 선별해 독자 여러분들께 소개합니다. SNS를 한글 자판에서 치면 '눈'이 됩니다. '매의 눈'으로 보는 글이 아니라, 일상에서 소일거리로 읽을 수 있는 글을 많이 싣겠습니다.
나는 서른이 다 되어가는 취준생이다.
요즘 코로나 상황이라서 그냥 부모님께 뭐라도 하는 것을 보여주려고 도서관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는다.
오후 5시쯤 집에 들어가니 어머니가 약속이 있어 나가셨고, 아버지만 계셨다.
아버지는 맛있는 것 시켜 먹자고 하셨다.
돈도 못 벌면서 부모님의 돈으로 저녁을 때워야 하는 상황이 매우 불편했다.
그래도 아버지께서 오랜만에 함께 소주 한잔 하자고 하셔서 족발과 쟁반국수를 시켰다.
그런데 시킨 지 1시간이 넘는데도 음식은 도착하지 않았다.
난 조금 짜증이 나서 족발집에 전화를 걸었다.
떠난 지 30분이 넘었는데 이상하다고 했다.
‘비가 많이 와서 그런가?’라는 생각으로 아버지와 어색하게 TV를 보며 30분을 더 기다렸다. 그제야 초인종이 울렸다.
나는 좀 따지려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그런데 배달 온 사람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비에 홀딱 젖어있었고, 대뜸 "죄송합니다. 오던 길에 빗길에 오토바이가 미끄러져 넘어져서 수습하고 오느라고 늦었습니다.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음식은 먹기에 민망할 정도로 불어 있었고 또 엉망이 되어 있었다.
뭐라고 한마디도 못 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현관으로 나오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미안합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음식을 시킨 저희 탓입니다. 다치지는 않으셨습니까? 당신의 책임감으로 오늘 우리 부자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음식값과 세탁비까지 건네주었다.
그러자 배달원은 펑펑 눈물을 흘렸다.
나는 아버지가 자랑스러웠다.
고마울 일이 하나 없는 코로나와 무직 상황에서도 이상하게 감사한 마음이 흘러나왔다”
실제로 이 이야기는 아버지의 아들이 ‘배달 중 넘어져서 음식이 섞여서 옴’이란 제목으로 SNS에 올려져 화제가 되었습니다.
아들은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절대 절대 절대로 돈을 적게 벌든 많이 벌든 다른 사람의 직업을 하찮게 생각해서는 안 되고 내가 그렇게 살 수 있는 걸 항상 고맙게 생각해야 함”
사랑 가득한 마음은 타고나는 걸까? 삶 속에서 노력으로 체득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