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슛돌이’ 이강인 맹활약에 주목 받는 스승 고 유상철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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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5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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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이가 하는 경기를 직접 현장에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카타르 월드컵 대표팀 막내 이강인(21‧스페인 마요르카)의 스승인 고(故) 유상철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이 췌장암 말기 투병 중에 했던 말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07년 이강인이 만 여섯살 때 KBS 예능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났다. 이 꼬마는 자라 축구의 본 고장인 스페인에서 그라운드를 누볐고 이번 월드컵 무대에서도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하지만 유상철은 지난해 6월 눈을 감아 이 모습을 보지 못한다.
유상철은 지난 2019년 10월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의학계에선 췌장암 4기의 평균 수명은 4~8개월로 여긴다. 5년 생존율은 약 1%밖에 안 된다. 하지만 유상철은 강인하게 병마와 싸우며 버텼다. 췌장암 투병기를 담은 유튜브 콘텐츠인 ‘유비컨티뉴’(유상철의 별명 ‘유비’와 ‘계속되다’는 ‘컨티뉴(continue)’를 합친 말)를 만들었고, 유비컨티뉴에서 두 사람의 만남이 그려졌다.
여기서 영상 제작진은 유상철에게 ‘건강한 1주일이 주어진다면’이란 질문을 하자 “’강인이가 하고 있는 경기를 직접 현장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있다. 1주일이 주어진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상철은 “선생님이 몸이 안 아팠으면 정말 스페인에 가려고 했다. 경기도 보고 훈련도 보고 너 사는 것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강인은 “오시면 되죠. 건강해지셔서 오면 좋죠. 스페인이 될지, 다른 곳이 될지 아닐지 모르지만”이라고 답했다. 유상철은 “대표팀 경기일 수도 있고, 다른 리그 경기일 수도 있고, 선생님이 치료 잘해서 경기를 보러 갈게”라고 말했다.
애석하게도 유상철은 이를 지키지 못하고 지난해 6월 세상을 떠났다.
그로부터 1년 반, 이강인은 월드컵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H조 조별리그 1차전(우루과이), 2차전(가나)에서 후반전에 교체 투입돼 짧은 시간에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경기의 흐름을 단숨에 바꿨다. 거침없는 드리블과 정확한 패스로 득점을 도왔다.
3차전(포르투갈)에서는 0-1로 뒤진 상황에서 코너킥을 찼고 이 공은 호날두의 등에 맞고 골문 앞에 떨어지자 김영권이 왼발로 골문을 열었다.
‘날아라 슛돌이’에서 코치였던 가수 이정은 3일 인스타그램에서 “강인아. 코치님이랑 감독님은 그때 너 애기 때 월드컵 나오면 일 낼 거라고 단 둘이 이야기했었다”며 “상철이형 보고 계시죠”이라며 유상철을 그리워했다. 이강인은 이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