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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살며, 후회하며, 사랑하며(아파트에 피어난 사랑)'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1.09 03:12 | 최종 수정 2023.01.11 02:44 의견 0

한국을 '아파트의 천국'이라고 한다. 좋은 뜻인지 나쁜 의미인지를 차치하고라도 천편일률적인 '성냥곽 도시'라는덴 변명의 여지는 없다. 대단지의 무미건조한 이미지도 삶과 생활의 윤택함을 주기엔 무언가가 부족해보인다.

하지만 이런 딱딱하고, 심지어 삭막해 보이는 시멘트 아파트 속에서도 가족이란 솜이불과 같은 푸근함이 있고 제마다의 다양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도서출판 행복에너지가 펴낸 '살며, 후회하며, 사랑하며(아파트에 피어난 사랑)'는 한국인의 삶의 터전인 아파트에서 삶의 이야기를 현장감 있는 에세이로 풀어낸다. 현재 ‘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장’을 맡고 있는 안병오 씨가 썼다. 300쪽, 2만원

■ 참고 자료

▶출판사 서평/ 한국인의 삶의 터전 아파트,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행복한 그 속의 삶 이야기

1962년 6층 10개 동의 서울 ‘마포아파트’가 건설되면서 대한민국의 주택 변화는 가속화되었다. 농경사회의 주거형태를 벗어나 ‘도시적인 삶의 형태’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서울 잠실, 강남을 거쳐 90년대 수도권 신도시 개발로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한 아파트는 이제는 대한민국 주거 형태의 약 58%를 차지하면서 명실상부한 한국인의 삶의 터전이 되어 있는 상태다.

공동주택인 아파트에는 아파트의 관리와 보수를 총괄하고,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고, 주민들 간의 갈등 역시 해결해 주는 관리자가 존재한다. 이 책은 바로 그 관리자인 ‘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장’을 맡고 있는 안병오 저자가 들려주는 따뜻한 삶의 에세이다.

1부 ‘아파트에서 생긴 일’은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저자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사람들과의 이야기와 저자를 고통스러운 곤경에 몰아넣었던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교차시킴으로써 삶이란 다양한 사람들과 부대끼며 조정해 나가는 것에 그 본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과거의 번뇌를 거름 삼아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아니라 한 명의 사람으로서 느끼는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2부 ‘주택관리사를 목표로’는 수많은 삶의 역경을 버티다가 좌절의 늪에 빠졌던 자신을 구해 준 주택관리사라는 직업과 자격 취득 및 아파트 관리사무소 취직을 위한 노력을 담은 에세이다. 주택관리사란 무엇인지, 주택관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각오와 공부가 필요한지, 자격 취득 후에도 실제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취직하기 위해 어떤 활동이 필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3부 ‘아파트가 맺어 준 새로운 인연들’에서는 황혼에 새롭게 접하게 된 사회봉사활동을 주제로 봉사가 사람의 삶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지를 이야기하며, 4부 ‘관리사무소장 소고 20선’은 오랫동안 주택관리사로서, 아파트 관리소장으로서 지내면서 얻은 교훈들을 사자성어에 빗대어 이야기하고 있다.

마지막 5부 ‘손주 이야기’는 안병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장이다. 생의 2막에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의 행복과 기쁨을 선사해 준 손주와의 에피소드를 통해 가족에 대한 사랑, 새 생명의 신비로움과 놀라움, 미래 세대가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행복한 대한민국에 대한 희망을 담았다.

▶저자소개/ 안병오

1959년 부산에서 출생하여 1986년 부산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주)한화생명보험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다 퇴사하고 상조회사 등의 직장을 거쳐 2014년 주택관리사 시험에 합격하였다. 현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감수 이명자 (저자의 아내)

사회복지학을 전공 하였고, 현재는 치킨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미래의 꿈이다.

▶목차

제1부 : 아파트에서 생긴 일

나와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012 | 스프링‘쿨’러, 스프링‘클’러·023 | 공생이란 참 어려워·027 | 유기견(포메라니안)을 보내고·040 | 걱정은 내가 살아 있음의 증거·046 | 마음이 고와야 눈에도 보인다·055 | 아린 손가락 재상이·063 | 후회하며, 사랑하며·072 | 코로나19가 가져온 주홍글씨 ‘V’·082 | 갑질은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다·089 | 휴대폰 속에 웃고 있는 신의 선물·094 | 아이들 호기심은 무죄·099 | 나무는 살아 있다·105 | 그녀는 무엇을 그토록 지켜야 했을까?·111 | 오성 장군의 계급장·117 | 어린이집에 살아난 동심·124 | 남쪽 나라로 간 다해는 돌아왔을까?·132 | 윗집의 바닥은 아랫집의 천장입니다·137 | 미움이 그리움으로·145 | 마음이 보아야 눈에도 보인다·157 | 인생은 돌고 도는 물레방아·162

제2부 : 주택관리사를 목표로

절망에서 다가온 우연한 기회·168 | 다시 책상에 앉아서·173 | 인생 2막 일자리를 찾아서·181 | 나의 해결사 K 선생님·193 | 내가 제로면 인생에 의미가 없다·201

제3부 : 아파트가 맺어 준 새로운 인연들

친구와의 황혼 재회·208 | 봉사 활동이라는 세상을 알고·212 | 아픔과 사랑이 공존하는 세상·218 | 숙명과 운명은 무엇이 다를까?·225 | 새로운 가족 앵무새와 만남·230

제4부 : 관리사무소장 소고 20선

사자성어로 풀어 본 관리사무소장 20선

격물치지(格物致知)·247 | 경당문노(耕當問奴)·248 |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249 | 불참지환(不參之患)·250 | 삼위일체(三位一體)·252 | 삼자공영(三子共榮)·253 | 설참신도(舌斬身刀)·254 | 소탐대실(小貪大失)·255 | 솔선수범(率先垂範)·256 | 십인십색(十人十色)·257 | 역지사지(易地思之)·258 | 은인자중(隱忍自重)·259 | 읍참마속(泣斬馬謖)·260 |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261 | 자승자박(自繩自縛)·262 | 주도면밀(周到綿密)·263 | 진퇴현은(進退見隱)·264 | 책인즉명(責人則明)·266 | 칭체재의(稱體裁衣)·268 | 호사유피(虎死留皮)·269

제5부 : 손주 이야기

캥거루 아기 주머니·272 | 델문도 찻집·274 | 장난감 소리·276 | 그림 그리기·278 | 열쇠 꾸러미·279 | 휴대용 라디오·281 | 이게 뭐야, 저게 뭐야?·282 | 거미가 줄을 타고 내려옵니다·284 | 잠자리비행기·286 | 통곡의 벽·288 | 둘째 손주 탄생·290 | 정후 사랑해!·292

▶본문 미리보기

프롤로그

나는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은 생명보험 회사였고 소장으로 근무하였다. 40 중반을 넘어서면서 나는 매우 지쳐있었다.

주말마다 다가오는 영업 실적의 스트레스를 감당하기엔 체력도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고 직장생활의 피로감 또한 최고조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럴 즈음 회사에서 보험대리점을 개설하는 영업구조 개편 방안이 공고되었고 나는 미련 없이 퇴사를 하고 대리점을 개설하였다.

그러나 철저한 준비 없이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문을 연 대리점은 오래가지 못했다.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으나 그 대가는 너무나 혹독했다.

몇 개의 직장을 전전하면서 첫 직장을 뿌리치고 나온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후회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고 내내 가슴앓이를 했다. 나의 오늘은 현재가 아니라 과거라는 죽음과 함께 살아갔다. 미래라는 희망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사는 게 뭐 별것 있어, 그냥저냥 사는 거지!’

나이가 들면서 변변한 자격증 하나 준비하지 못한 채 살아온 과거에 대한 후회와 노후 생활의 불안감은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녔고 이로 인하여 정신은 피폐해지고 있었다. 행복은 창틈으로 들어와 잠깐 머물다 대문으로 나갔고 불행은 대문으로 들어와 오래 머물다 창틈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10여 년이 흐른 어느 날, 우연인 듯 운명처럼 나타난 주택관리사란 직업을 알게 되고 나는 그 길을 걷게 되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그 일은 나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었다. 자격증을 가진 전문 직종이어서 안정적인 수입과 노력 여하에 따라 정년 제한 없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관리사무소장 생활 5년은 나름 바쁜 시간이었다. 새롭게 익히고 배워야 할 일들도 많았다. 그 사이 큰아들은 결혼을 했고 나의 일상도 무료해질 무렵 큰 기쁨이 찾아왔다. 첫 손주 웅이가 태어난 것이다. 웅이가 내게 주는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웅이를 만나는 순간 나의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함께 있어도 이유도 없이 그냥 좋은 친구가 생긴 것이다.

삶에 의욕이 솟아나고 웅이가 클 때까지 살아서 지켜보고 싶은 강한 욕구가 용솟음쳤다. 하지만 앞날은 모르는 것. 내 삶이 앞으로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내일이 될지는 알 수가 없었다. 내 손주 웅이에게 할아버지가 너의 탄생을 얼마나 기뻐했는지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 할아버지의 인생을 글로 써서 남기자!

생각은 여기에 이르렀으나 글을 써본 적도 없고 글을 쓸 만한 인생의 드라마틱한 스토리도 없었다.

어떻게? 무엇을 쓰지?

과거는 희미한 망각의 늪으로 빠져 사라져버렸고 미래는 내가 예상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며 현재는 살아있는 목소리였다. 내가 쓸 수 있는 것이라면 내게 제2의 인생을 살게 해준 지금의 직업인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에 관련된 일뿐이었다.

아파트 관리라는 것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흘러오면서 많이 변하기는 하였어도 아직도 관리사무소를 바라보는 입주민들의 부정적인 시각과 불신의 벽들이 존재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점이 못내 안타까웠고 관리사무소 직원도 입주민의 슬픔에 아파하고 기쁨에 즐거워하는 공동체 의식을 지닌 인간임을 알리고 싶었다.

1부에서는 아파트에서 일어났던 여러 유형의 입주민들과의 사건을 접하면서 느꼈던 생각과 과거의 번뇌를 거름 삼아 관리사무소장이 아닌 한 개인의 인간적인 고뇌를,

2부에서는 주택관리사란 인생 2막을 열어가면서 경험했던 기억들을,

3부에서는 황혼에 찾아온 봉사활동이라는 세상을 알게 된 데 대한 감사와 더불어 새로운 인연의 소중함을 담아내고자 하였으며,

4부에서는 미천한 내용이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을 하면서 겪었던 소회들을 사자성어로 풀어 보았고,

5부에서는 늦은 나이에 삶의 활력소가 되어 준 손주에 대한 사랑의 흔적을 남기고자 했다.

수많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일은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온 것이라고 한다.

지금도 나는 많은 고민과 걱정거리에 둘러싸여 있다. 그러나 그것들을 치유하는 것은 돈도, 의사도 아니며 오롯이 사랑과 세월임을 알게 되었다.

살아가면서 과거의 잘못된 일을 후회하고 남은 인생을 사랑하며 살고 싶은 평범한 인간임을 글을 씀으로써 새삼 깨닫는다.

▶출간 후기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웃의 이름은커녕 얼굴조차 모르는 것이 당연해진 세상입니다. 한때는 이러한 세태에 탄식하기도 하였으나 뉴스와 포털 사이트를 잠식해 버린 흉흉한 소식들에 어쩔 수 없다고 납득해가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합니다. 층층이 늘어서 있는 창문 너머의 삶을 더는 궁금해하지 않는 시대. 그러나 그 안팎을 살피고 그들을 책임지는 일이 소명인 직업이 있습니다. 바로 이 책을 쓴 저자의 인생 2막을 열어 준 ‘아파트 관리 사무소장’입니다.

저자는 책을 시작하기에 앞서 사랑하는 손주를 위해 글쓰기를 마음먹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관리사무소장으로의 삶을 써 내려가는 과정에서 자신과 같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매뉴얼만 따르는 사무적인 존재가 아니라 입주민과 공존하며 공감하는 존재임을 알리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의 말대로 저자가 들려주는 다양한 일화들에는 그때 느꼈던 감정과 생각이 생생히 담겨 있습니다. 중재자로서 입주민의 삶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지만 그는 그것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기도 하고 가슴속 울림을 남기는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스쳐지나가 버린 인연을 추억하기도 합니다.

독자로서 이 책을 통해 그러한 인생을 지켜보는 우리는 차츰 깨닫게 됩니다. 그가 우리의 삶에 끼어든 제삼자의 외부인이 아니라는 것을요. 그는 우리와 함께 ‘집’이라는 공간을 가꿔 나가는 이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저물어가는 청춘 속에서 좌절에 부딪친 저자가 다시 일어나 살아간 나날들, 그가 새롭게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들은 그의 직업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각자 ‘나’라는 개인으로 고유하지만 또 한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로 모이며 완성되는 존재입니다. 저자가 ‘같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내세운 가치들은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서 꼭 되새겨봐야 할 것들입니다.

누군가는 지금 같은 세상에선 타인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어렵고 무의미한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책, 이 책이 쓰인 이유와 만들어지기까지의 모든 순간들은 그것이 사실 매우 행복한 인생임을 증명하는 증거가 되어줍니다.

저자는 자신의 아내와 놀이하듯 원고를 주고받으며 이 책을 썼습니다.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양보할 수 없는 갈등도 있었을 것이고 공감하며 마음을 모을 때도 있었겠지요.

그렇게 완성된 책입니다. 사랑을 남기기 위한 책에 사랑에 관한 내용을 담아 사랑하는 사람과 만든 책인 것입니다. 여러분도 그를 따라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내 가족, 내 이웃을 넘어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세상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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