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뉴스] '4년 전 각설이 잊지 않고 또 왔네'···경남 진해 벚꽃축제 품바공연 모습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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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30 19:37 | 최종 수정 2023.03.31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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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는 진해군항제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올해 진해군항제는 ‘벚꽃으로 여는 새로운 세상’이라는 주제로 지난 25일 시작됐고요. 다음달 3일까지 진해 중원로터리, 진해루, 여좌천, 경화역, 해군사관학교 등 진해구 일원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전국 최고 수준의 벚꽃축제여서 축제장엔 구경꾼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각설이 품바(장타령으로 동냥하는 이)가 진해루 앞 벚꽃향토음식마켓에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각설이(却說이)는 장터를 다니며 타령을 하는 장타령꾼(장돌림, 부보상, 장돌뱅이)을 낮잡아서 하는 말입니다. 품바는 장터나 길거리에서 동냥하는 사람이고요.
사람들은 각설이타령은 거지들이 타령을 흥겹게 부르면서 구걸하는 모습으로 알고 있는데, 어원으로 보면 한(恨)이 서린 가사라고 하네요. 즉 겉으로 보여주는 해학(諧謔)의 이면에 유랑의 힘듦과 불평등에 항거하는 분노가 서려있다는 말입니다.
다음은 입으로 구전되는 장타령(품바·각설이 타령)의 가사입니다. 긴 호흡으로 음미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얼시(씨)구 시(씨)구 들어간다/ 절시(씨)구 시(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요놈의 소리가 요래도 천냥 주고 배운 소리/ 한 푼 벌기가 땀난다/ 품! 품바가 잘한다/ 네 선생이 누군지 남보다도 잘한다/ 시전 서전 읽었는지 유식하게도 잘한다/ 논어 맹자 읽었는지 대문대문 잘한다/ 냉수동이나 먹었는지 시원시원이 잘한다/ 뜨물통이나 먹었는지 걸직걸직 잘한다/ 기름통이나 먹었는지 미끈미끈 잘한다
여기서 '얼시(씨)구'는 얼(양반 남자와 천민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자식)의 씨를 구한다는 의미이고, '얼씨구 씨구 들어간다'는 얼의 씨가 몸 안에 들어간다는 뜻이라네요. 또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는 '전생의 영(靈)이 죽지 않고 이생에 다시 태어났다'는 뜻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