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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 KBS 사장 “수신료 분리징수 철회하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며 한발 물러서[전문]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6.08 12:10 | 최종 수정 2023.06.12 00:41 의견 0

김의철 KBS 사장이 대통령실의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결정과 관련, 이를 철회하면 “사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지난 5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KBS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권고했고, 방통위는 조만간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나설 전망이다.

김 사장은 8일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만일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내가 문제라면 사장직을 내려놓겠다. 대통령실은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를 즉각 철회해달라. 철회되는 즉시 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번 권고 과정에서)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해 의견을 나눴는지 의문"이라며 “이번 과정에서 심사위원회의 활발한 토론과 격렬한 논의를 걸쳐 접한 바 없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논의 과정에서 KBS의 입장전달은 심사위원회 요청도 없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의견서가 전부”라며 “공영방송은 대부분의 선진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사회적 제도고, 대통령실 설명과 달리 오히려 각국에서는 공영방송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KBS 미래와 발전을 위한 자리를 논의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정식으로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한다. 유관 부처에도 제안한다”며 “방송법에 명시된 수신료 징수의 실질적인 주체는 KBS다. 수신료 분리징수에 관한 논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KBS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정식으로 제의한다”고 청했다.

현재의 TV수신료(월 2500원)는 현행 방송법에 따라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지한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부과·징수된다. 과거에는 KBS 징수원이 집마다 돌며 수신료를 걷었지만 지난 1994년부터 전기요금에 수신료가 통합되면서 한국전력이 일괄 징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에 분리 징수 방안을 결정하면서 지난 3월 9일부터 한 달간 진행했던 국민제안 ‘TV 수신료 징수방식(TV 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징수) 개선’ 투표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약 5만 6016명(96.5%)이 수신료 분리 징수에 찬성했으며, 반대는 2019명(3.5%)에 그쳤다.

김 사장은 “부정확하고 불충분한 여론 수렴으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어져 유감을 표한다. 심지어 공영방송 근간이 흔들리는 중차대한 사안을 두고 KBS를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했다”며 “수신료 분리징수가 현실화 될 경우 막대한 지출 비용이 낭비될 것이다. 2022년 수신료 징수 비용을 제외하고 순수신료는 6200억원 정도다. 분리 징수 시 1000억원대로 급감해 KBS의 다양한 공적 책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황으로 직결돼 국민들께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수신료 분리징수는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이 존폐 기로에 서게 되는 지극히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다. 시대를 역행하는 최악의 비효율적인 재원 충당 방식을 택하는 건 사회적 모순만 키우는 행위”라며 “한 번의 국민제안 청취로 결정하는 건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성급한 결정을 내린 의도가 무엇인지 대통령실에 묻고 싶다”고 했다.

김 사장은 자사의 물의를 빚은 보도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3월 KBS가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방문 도중 일장기에만 경례했다는 보도 및 건설노조 집회 보도 바꿔치기 의혹과 관련해 “저희들 여러가지 시스템적으로 노력을 하겠지만 사람이 하다보니 실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즉각적으로 사과하고 조치할 건 취하려고 한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조작이나 은폐는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 강규형 이사를 '표적 해임'으로 삼고 시위에 앞장섰던 현 김의철 KBS 사장. 강 이사는 2021년 9월 대법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KBS노동조합

KBS 오후 시사프로그램인 '사사건건' 범기영 앵커는 지난 3월 16일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환영 행사를 중계하던 중 “일장기를 향해 윤 대통령이 경례하는 모습을 방금 보셨다. 단상에 태극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의장대가 우리 국기를 들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국 정상 앞에는 일장기뿐만 아니라 태극기도 있었다. 범 앵커의 멘트는 의도성이 아니면, 수준 미달의 멘트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외교 관례상 한쪽 국가의 국기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KBS 오후 시사프로그램인 '사사건건'. 진행자인 범기영 앵커. KBS 제공

지난 18일에는 KBS '9시뉴스'의 여성 앵커가 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조의 16~17일 1박 2일 집회와 관련, '왜곡 멘트'를 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다음날 옷을 바꿔입고 멘트를 수정한 뒤 재녹화 화면으로 바꿔치기르 하는 촌극을 빚었다.

지난 18일 방영된 KBS '뉴스9' 보도 화면(위)과 이튿날 수정된 화면(아래). 9시 뉴스 진행자인 이소정 앵커의 옷이 다르다. KBS노동조합

■ 다음은 ‘대통령실 국민제안’ 관련 KBS 사장 기자회견문 전문

공영방송의 근간을 뒤흔드는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철회해 주십시오.

안녕하십니까? KBS 사장 김의철입니다.

지난 6월 5일, 대통령실 국민제안 심사위원회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TV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법령 개정 및 후속조치, 그리고 공영방송의 위상과 공적 책임 이행 보장방안 마련을 권고하였습니다. 우선 이번 국민제안과 관련하여, KBS의 경영을 책임지는 사장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KBS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애정 어린 질책으로 이해하고 다시 한 번 성찰하고 노력하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 분리징수 권고 결정은 내용과 절차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권고안 결정에 있어, 사회적 제도로서 공영방송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민이 있었는지, 다양한 시각을 지닌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충분한 논의를 진행했는지에 대해서는 강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실은 지난 3월 9일 국민제안 토론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수신료의 의미와 가치는 물론, 통합징수의 정당성과 효율성을 인정한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판례를 누락했습니다. 세금으로 대체되는 프랑스의 수신료가 마치 대안도 없이 폐지된다는 식으로 해외 수신료 제도에 대해 오해를 유발하는 정보까지 제공했습니다. 또한 언론에도 보도됐듯이, 중복 투표 가능성 등 절차상의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부정확하고 불충분한 여론 수렴 절차로 인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안에 대하여 심히 유감을 표합니다.

특히, 심사위원회가 여러 차례의 활발한 토론과 격렬한 논쟁을 거쳐 이번 권고안을 결정했다는 소식은 접한 바 없습니다. 심지어 공영방송의 근간이 흔들리는 중차대한 사안을 두고 KBS는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었으며, 별도로 의견을 물어 온 바도 없었다는 점은 무척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동 건과 관련한 KBS의 입장 전달은 심사위원회의 요청도 없이 KBS가 자발적으로 제출한 의견서가 전부입니다.

○ KBS는 최저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공영방송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사회적 제도입니다. 대통령실의 설명과는 달리, 오히려 각국에서는 글로벌 OTT의 범람에 따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공영방송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보수당 정부는 지난 3월 글로벌 OTT와 공영방송 사이의 비대칭 규제 해소 등을 골자로 하는 공영방송사 경쟁력 제고 법안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KBS는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조직이라는 국민들의 비판이 적지 않다는 점을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런 고정관념과는 다르게 KBS는 낮은 비용과 적은 인력으로 세계 유수 공영방송사와 대등하게 경쟁하며 공적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40년째 동결 중인 수신료가 2,500원으로 결정됐던 1981년에 비해 2022년 대한민국의 1인당 GDP는 17배 넘게 상승했습니다. 그동안 정체된 수신료와 물가상승률 사이의 괴리는 굳이 설명드릴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과 1인당 GDP 수준이 비슷한 이탈리아의 수신료는 KBS의 4배가 넘습니다. 일본은 4.8배, 영국은 8.6배, 독일의 수신료는 10.6배에 달합니다. 직원 수를 비교해본다면, 독일의 ARD/ZDF가 3만3천 명, 영국 BBC는 약 2만 명, 일본 NHK는 1만 명이 넘지만, KBS는 4천여 명대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 도달률은 KBS가 68.5%로, 프랑스나 독일 공영방송사의 약 67% 수준보다 높고 BBC의 71.6%보다 약간 낮은 정도입니다. KBS가 방만하고 비효율적이라는 고정관념과는 달리, 주요 공영방송사들과 정량적 수치로 비교한 KBS의 저비용, 고효율은 객관적으로 입증되고 있습니다.

물론, KBS의 경영이 방만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항상 겸허한 자세로 돌아보고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고 있습니다. 2019년 4,726명이던 직원 수를 2022년 4,151명으로, 불과 3년 만에 12% 이상 감축하였으며, 인건비 비율은 그보다도 높은 15% 이상 감축시켰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이정도 수준의 공영방송 인력 감축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지난 10년간 KBS 직원의 연 평균 임금 인상률은 1.64%에 불과하며, 이는 동 기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연 평균 인상률 3.7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소중한 수신료 수입으로 KBS는 한민족방송, 국제방송, 장애인방송 등 다양한 공영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하드라마, 고품격 다큐멘터리,〈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같은 대형 이벤트처럼, 수익성은 낮지만 대자본 투입이 필수적인 프로그램들을 제작하여 상업방송이 범접할 수 없는 공영방송만의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고품격 문화 향유를 위한 KBS교향악단과 국악관현악단의 운영, 한국어 연구 및 진흥사업, 소외계층을 위한 난시청 해소와 수신환경 개선, 그리고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선도할 방송기술과 방송문화 연구 등 R&D 투자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류라는 단어가 생소했던 20여 년 전부터, 이미〈겨울연가〉,〈뮤직뱅크〉등으로 K-Culture의 바탕을 다졌던 것도 KBS입니다.

○분리징수 추진은 공영방송의 근간을 훼손하는 조치입니다

초 저비용의 경제적인 수신료로 위와 같은 공적 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조건이 전제돼야 합니다. 바로 수신료 징수 비용을 최소화하고, 수신료를 최대한 낭비 없이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통합징수 방식은 최저의 징수 비용으로 최고의 징수 효율을 실현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납부자간 형평성과 공정성을 구현하여 납부 정의를 실천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식입니다.

만약 분리징수가 현실화 될 경우, 고품격 콘텐츠 제작에 투입되어야 할 수신료는 막대한 징수 비용 지출로 의미 없이 낭비될 것입니다.

2022년, 징수 비용을 제외하고 6,200억 원 정도인 순 수신료 수입은, 분리징수 시 1,000억 원대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국민들께서 KBS에 부여한 다양한 공적책무들을 도저히 이행할 수 없는 상황으로 직결됩니다. 결국 분리징수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께 돌아갈 것입니다. 과연, 수많은 불합리와 문제점을 감수하면서까지 분리징수를 추진해야 할 만큼 중대하고도 긴급한 사유나 실익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수신료 징수 방식에 대한 논의는 단순한 징수 방식 변경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대표 공영방송이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되는, 지극히 민감하고도 중요한 사안입니다.

권고안에서도 공영방송의 위상과 공적 책임 이행 보장방안 마련을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역행하는 최악의 비효율적인 재원 충당 방식을 채택하겠다는 것은 사회적 비용 낭비와 갈등만 키우는 모순적인 선택일 뿐입니다.

KBS는 단순히 TV 화면으로만 보여지는 일개 방송사가 아닙니다. 민주주의와 문화창달, 국민복리 증진에 이바지하도록 법에 의해 다양한 책무와 권한이 부여된 사회적 제도입니다. TV와 스마트폰 화면 밖에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KBS가 수많은 사업들을 수행하는 것은 그 의무를 다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KBS의 근간을 와해시킬 수 있는 사항이, 단지 인기투표 같은 추천수와 댓글들을 근거로 결정된다는 것은 결코 받아들이기 힘든 일입니다. 한 번의 의견청취로 공영방송 재원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정부 차원의 권고 결정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성급한 결정을 내리게 된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대통령실에 묻고 싶습니다.

○ 분리징수 추진을 철회해 주십시오

저는 KBS가 어떠한 정치적, 상업적 압력에도 흔들림 없이 진정으로 독립적인 공영방송이 되는 데 온몸을 바치겠다는 일념으로 사장직에 지원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지난 세월 정권이 바뀔 때마다 KBS는 늘 외풍에 시달려왔고, 그때마다 KBS 구성원들은 국민과 함께 공영방송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역사가 있습니다. 이번 대통령실의 분리징수 추진은 공영방송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사안입니다. 이 위중한 상황 앞에 저는 KBS 사장으로서 무거운 결심을 했습니다.

만일 전임 정권에서 사장으로 임명된 제가 문제라면, 제가 사장직을 내려놓겠습니다. 그러니 대통령께서는 공영방송의 근간을 뒤흔드는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즉각 철회해 주십시오.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이 철회되는 즉시, 저는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또한 아시아 공영방송을 대표하는 KBS의 미래와 발전을 위한 방안을 전달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대통령님과의 면담을 정식으로 요청 드립니다.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에 따라 해당 업무를 담당할 유관 부처에도 제안 드립니다. 방송법에 명시된 수신료 징수의 실질적인 주체는 KBS입니다. 따라서, 수신료 징수 방식에 대한 논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KBS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정식으로 제안합니다. KBS는 수신료의 가치가 충실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의에 임하겠습니다.

KBS는 국민들께서 주시는 수신료가 어떤 의미인지, 또 얼마나 소중한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항상 국민들께 감사드리며, 수신료의 가치를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는 것은 언제나 KBS 구성원의 지상과제입니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국민들께서 보여주신 지적과 질책에는 깊이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뼈를 깎는 성찰과 혁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아울러 지금의 수신료 통합징수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성을 구현하는 최선의 방식이라는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의 넓은 양해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3.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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