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피는 시기 100년 전보다 무려 53일 앞당겨졌다"···개나리꽃과 벚꽃은?
이상돈 이화여대 교수, 한반도 100년간 개화 시기 변화 연구 발표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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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4 13:28 | 최종 수정 2023.06.1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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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0년 사이에 한국에서 봄꽃인 매화의 개화 시기가 무려 53일이나 앞당겨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속되는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이상돈 교수와 해외 공동 연구팀은 '기후 변화의 극적인 영향을 보여주는 100년간의 개화 기록' 연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이 연구 논문에는 한국의 식물 개화시기 관찰 100년 기록을 담았다.
해외 연구팀에는 미국 유타 주립대, 피츠버그대, 보스턴대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등이 참여했다.
공동 연구팀은 기상청이 지난 1922년부터 기록한 전국 74곳 기상관측소의 실험용 나무와 관목 7종의 개화 시기와 기온 변화 자료를 근거로 삼았다. 연구팀은 "이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한 세기 동안의 식물 활동 기록이며, 전 세계 기후 변화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매화는 약 53일, 개나리꽃 약 23일, 벚꽃은 약 21일 개화 시기가 앞당겨졌다
또 종마다 다른 속도로 온난화에 반응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가령 봄철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아까시나무꽃은 3일가량 일찍 피지만 매화 개화는 6일 정도 빨라졌다.
올해 봄철(3~5월)은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 대비 1.6도 높은 13.5도를 기록하며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무더운 봄이었고, 지난해 봄철 전국 평균기온은 13.2도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이는 지난 100년의 어느 때보다 최근 봄이 더 빨리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변화는 서리, 곤충의 공격, 여름 가뭄에 대한 종의 취약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곤충과 새를 비롯해 식물에 의존하는 다른 종들은 이처럼 빠르게 변하는 식물을 따라갈 수 없고, 잠재적으로 봄에 적절한 음식과 서식지를 찾는 능력이 줄어들 수 있다.
식물들도 길게는 한 달 이상 더 일찍 꽃을 피웠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면 더 건조해진 토양, 늦은 겨울의 더 짧아진 낮 시간과 같은 한계 상황에 도달하게 된다.
연구팀은 "봄이 시작되는 시기는 농업과 관광 등 사회경제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먹이사슬을 붕괴시켜 식물과 동물의 생명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이상돈 교수는 “수십 년 동안 기후가 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이야기 해 왔지만 기후변화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앞으로의 100년이 더 남아 있지 않다”며 “이번 연구가 유전학과 환경이 개화에 미치는 영향이나 변화에 탄력적인 생태계의 적응방안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환경부의 ‘ICT 기반 환경영향평가 및 생태계 기술개발’ 사업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식물학 분야 국제저명학술지인 신식물학자(New Phytologist) 6월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