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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 사진관] 기계로 모내기 하면 끝? 작업은 더 있다

정창현 기자 승인 2023.06.18 18:25 | 최종 수정 2023.06.23 18:51 의견 0

중부 지방에 이어 남부 지방에서도 모내기가 대부분 끝났습니다. 조금 일찍 심은 모는 뿌리가 논바닥에 활착돼 초록색(草綠色·파랑과 노랑 중간색)으로 변했습니다. 활착(活着)이란 '옮겨심거나 접목한 식물이 서로 붙거나 뿌리를 내린다'는 뜻입니다.

농촌분들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도시인들은 파릇해진 논 배미 운치를 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힐링이 됩니다. 모내기를 막 끝낸 요즘이 그런 시절입니다. 오늘은 이앙기로 전체 논에 모내기를 마친 뒤에 하는, 이른바 '모 떼우기 작업'을 소개합니다.

구석진 논의 모습. 며칠 전에 심은 모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파릇해지고 있다.

논 배미(논두렁으로 둘러진 논의 구역) 논들의 구석은 이앙기가 들어갈 수 없는 곳입니다. 기계로 모를 심을 수 없는 곳이란 뜻입니다.

위 사진 왼쪽 옆에 모판이 있지요? 물을 보면 맑아 모내기를 끝낸지 오래된 것 같은데 왜 바로 심지 않고 모판을 이제껏 둘까요? 여기엔 작은 묘수가 담겨 있습니다.

기계모를 낸 뒤 곧바로 '모를 떼우면(손모내기 시절 쓰는 말)' 되는데 며칠 동안 그냥 둡니다. 이유는 작업의 능률 때문이지요. 기계모는 옛날 손 모심기처럼 꼼꼼하게 꽂히지 않기 때문에 더러 물에 뜨는 모가 있습니다. 기계의 문제라기 보다 땅이 고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말하자면 논 귀퉁이에 심는 모와 물에 떠 있는 모를 같은 시간에 심기 위함입니다. 이앙기 모내기 직후엔 논의 물이 흙탕물이어서 잘 심어졌는지를 구분을 하기가 어렵지요. 보통 이앙기 모내기 후 3~4일 후에 심습니다.

아래 사진은 이앙기로 모내기를 하는 모습입니다.

이앙기는 경지정리를 한 논에서 일직선으로 모를 심지만 코너를 도는 구석진 곳에는 모를 심지 못한다.

이앙기가 논의 구석진 코너를 돌기 직전 모습. 이앙기 옆 공간에 모판을 돌돌 말아 얹어 두고 있다. 모를 올린 작업대에 모가 줄어들면 중간 중간에 펴서 올린다.

모를 내는 과정엔 부수적으로 따르는 것도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논 옆에 만들어져 있는 농수로입니다. 이 수로는 모를 낸 이후 말고는 대부분의 기간엔 말라 있습니다. 모내기를 하기 전 단계인 로터리(써래질)를 할 때 상류 소류지(저수지) 등에서 물을 흘려보냅니다.

오랜만에 물이 흘러내려가는 농수로 모습

왼쪽 옆은 특정 논으로 물이 들어가는 구멍이다. 물이 필요치 않으면 비닐로 구멍을 막아놓는다.

다시 모 떼우는 이야기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래 사진은 논의 구석에 모판을 던져놓은 모습니다.

모 떼우기를 할 구석의 면적보다 모를 더 준비해야 합니다. 논 안 쪽에도 때울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옛날 손 모내기 때엔 없었던 작은 작업 풍경입니다. 이 작업은 옛날에도 했지만 양이 작았습니다.

큰 모판을 작게 잘라놓은 모습. 모가 자란 뒤 농약을 치러가면 미처 치우지 못한 작은 모판이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란다. 알곡이 실하지 않다.

모판을 산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 아래에 놓아둔 모습. 아무런 의미가 없는 듯하지만 뿌리가 논바닥에 내리는 것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다.

이앙 모를 낼 때 논의 귀퉁이에 대충 심어 놓은 모습. 오래 전에 심은 윗논의 모는 벌써 파릇해졌다.

며칠 전 기계 이앙을 한 논의 모습. 띄엄띄엄 모가 빠진 곳이 보인다. 옆에 있는 모판의 모로 '모 떼우기'를 한다. 산그늘이 1년만에 찾아온 모낸 논이 그리워선지 기척없이 내려앉았다. 여름의 모논(물이 있는 논)의 정치다.

모내기 1주일이 지난 논의 모습(왼쪽). 귀퉁이에 모만 떼우면 된다. 모의 뿌리가 안착해 모의 색이 파랗게 됐다(오른쪽). 이상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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