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8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있었습니다.
기자는 오전 한시간 여, 오후 한시간 여 일을 하면서 귀동냥을 했습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장면이 나와 몇 자를 옮겨봅니다. 청문회를 진행하던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국민의힘)이 위원 자격으로 질문을 하겠다며 시간을 달라더니 '문재인 정권의 방송 장악' 문건을 공개하더군요.
장 위원장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인지, 자신들의(더불어민주당)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마지막 발악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이 후보자가 내정설이 나온 이후 정치권으로부터 이루 말할 수 없는 '방송 장악 기술자'라는 등 모욕적인 발언을 듣고 있다"며 "이 청문회 현장이 내로남불의 극치라는 생각이 든다"고 톤을 높였습니다.
장 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가장 중립성을 담보해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통령 캠프 최측근을 임명하고, 자신이 변호사 때 데리고 있던 변호사를 대한민국 법률을 전부 유권해석 하는 법제처장에 임명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 인사수석이 됐다"고도 했습니다. 성격이 괄괄한 장 위원장이 시쳇말로 까발리더군요.
정권의 공정성으로 보면 이 후보자 임명은 문재인 정권 때 임명한 인사들에 비해 '새발의 피'라는 의미이겠지요.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당연히 펄쩍 뛰듯 고성을 질렀습니다. 이들은 "야당 공격하는 것이 청문회 질의인가"라고 소리쳤지요.
기자가 이날 청문회에서 가장 핫하게 주목한 것은 이 대목이었습니다.
기자가 들었던 오전 청문회에선 '방송 장악', 언론 장악'을 두고 난타전을 벌였거든요.
문재인 정권 청와대에서 홍보수석을 했거나 대변인을 한 민주당 의원들은 "내가 (거기서) 근무해 봐서 아는데" 식의 질의를 하더군요. 어느 여성 의원은 '내가 아는데식'으로 공격하다가 이 후보자로부터 "질문 요지를 구분해달라.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핀잔을 줬습니다.
국회엔 자신이 어떤 질의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이 같은 의원이 의외로 많습니다. 저런 부류들은 으스대긴 되게 으스대지요. '표의 함정'입니다.
민주당 의원들의 고성이 계속됐지만 장 위원장은 "(과방 위원으로서) 제 질의를 하는 것"이라고 일축하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문재인 정권에서 일했다고 하는 분들이 이동관 후보자에 대해서 공정성을 논하고 있다"며 "인수위원이라 방통위원장이 안 된다고 하는데 난독증인가. 이 후보자는 인수위 고문이었다"고 민주당 의원들의 잘못된 주장을 바로잡아주더군요.
이어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방송 장악을 하겠다는 문건이 있었다. 여기에 나온 그대로 민주당은 착착 언론 장악을 진행했다"며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는 '보수정권 10년 공영방송이 처참하게 몰락했다'고 문건에 있는 그대로 말을 했다"고 혀를 찼습니다.
장 위원장은 또 "민주당이 자신들의 의원 워크숍에서 방송 장악 문건을 돌려보고 그대로 실천했기 때문에 이동관 후보자에 대해서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살뜰히 설명하더군요. 문재인 정권 때 유행했던 '내로남불'이 연상됐습니다.
그런데 오후엔 언제 그랬냐는 듯 오전 청문 때 날을 세우던 '방송 장악' 질의는 뜸해지고 이 후보자의 아들 '학교 폭력'이 주류를 이루더군요.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설익거나 앞뒤가 맞지 않은 것들로 온갖 공격을 하다가 판판이 망신살을 당한 것이 데자뷰(기시감)로 다가섰습니다.
이 후보자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관 되게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노조를 포함한 좌파로) 기울어진 편향성을 바로 잡아 공정하고 공평하게 기사를 다뤄라"고 요구해왔습니다.
그는 또 홍보 분야에서 일하면 기자 리스트도 만들고 협조도 구한다. 이런 게 홍보 분야의 기본적인 일의 틀이고 정부나 기업이나 다 그렇게 한다고 했습니다. 일상의 일을 방송 장악이라면 이런 부서의 존재 이유가 되묻는 것입니다.
기자는 중진 언론인들과 수시로 전화나 톡, 가끔씩 막걸리를 한 잔하면서 시대를 논합니다. 중진 언론인으로서의 의무이고, 이런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돼야 하겠지요.
좌중에선 수 년간 진행된 MBC와 JTBC, YTN, KBS 논조를 보고 자주 개탄을 합니다. 대체로 "어떻게 기자가 팩트가 아닌, 저렇게 상식적인 것을 비틀고 거꾸로 기사로 쓰지?"라고 질책도 하고 자탄도 합니다.
참고로 기자는 최근 자리 논쟁이 야기된 KBS 이사장 등 두어 명은 통화도 가끔씩 하는 사이입니다. 소위 말해 좌파 의식을 가졌다는 부류들입니다.
좌중에선 간혹 소수 의견이 나옵니다. 사례를 두 세 개 들어지고 분위기상 결론이 나오면 대체로 강했던 주장은 멈춥니다. 건강한 자리이지요. 언론은, 기자는 등짐처럼 무겁지만 팩트(사실)는 가장 중시해야 할 덕목입니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 있은 "한일정상회담 때 우리 국기가 없다"고 비꼬는 듯한 KBS 젊은 앵커의 멘트는 중견 기자들에겐 충격이었습니다. 시쳇말로 마음에 안 들어도 '해야 할 말'과 '하면 안 되는 말'을 구분해야지요. 삐딱한 애송이를 앉혔으니 이러한 엄청난 사고가 나는 겁니다.
그는 결국 그 한 마디에 교체됐습니다. 지금 후임 진행자도 젓내가 제법 납니다. 시청자는 아는데 혼자만 모르는, 애써 깔보는 행태들이지요.
요즘 60대 후반까지 어지간한 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 생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방송 앵커들보다 지식이 못 하지 않고, 지혜는 훨씬 더하겠지요.
기자 세계에서 "직업 중 기자가 가장 무식하지"란 말을 자주 합니다. 실제 공부하는 기자가 많지 않아 지적 수준은 직업군 중 상대적으로 낮은 직업으로 평가를 해봅니다. 지금은 '어거지 기자들의 시대'가 아닙니다. 주위에 똑똑한 사람이 너무 많은 세상입니다.
"현 정부와 여당에 편파적인 방송을 해달라는 것 아니다. 편파방송을 상식선으로 바로 잡아달라는 것이다"
기자는 이 말에 동의를 합니다.
문재인 정권 5년을 보십시오. 생업에 바빠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국민들이 속히기 딱 쉬운 가짜뉴스성 편파방송을 부지기수로 쏟아냈습니다. 민주라는 말로, 분배라는 단어로 포장된 선전선동성 방송에 실제 국민들은 많이 혹했습니다. 이른바 혹세무민이지요.
적지않은 중견 언론인들은 오래도록 자탄하고, 지적을 해온 대목들입니다. 민주란 이름으로 하는 반민주 행동은 아니됩니다. 분배를 앞세워 죽창 들고 자기들 배를 채우는 행태도 더더욱 아니되겠지요.
정상화 빨리 해야 합니다. 이동관 후보도 위원장이 되면 이런 논란이 다시는 없게 처신을 잘 해야 합니다. 팩트가 자랑스런 방송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