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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구 민심] '시이불시(視異不視), 청이불경(聽異不聽)'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6.21 03:01 | 최종 수정 2023.06.24 03:57 의견 0

'시이불시(視異不視)'냐 '청이불경(聽異不聽)'이냐?

설명이 필요한 한자 성어((成語)여서 먼저 풀이를 해봅니다.

시이불시(視異不視)는 볼 시(視), 다를 이(異), 아닐 불(不), 볼 시(視)입니다. '보기는 했으되 보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청이불경(聽異不聽)은 들을 청(聽), 다를 이(異), 아닐 불(不), 들을 청(聽)입니다. '들었으되 듣지 않았음'을 말합니다.

이 둘은 고래로부터 내려오는, 즉 옛 선인이 어쨌다거나 말했다거나 하는 유래가 있는 고어(사자성어)는 아닙니다.

'이바구 민심'을 쓰게 된 것은 기사에 붙은 다음의 댓글 때문입니다.

"일국의 야당 대표가 중국 대사(중국 일개 부처의 국장급)의 옆에서 조아리고 두 손 모아 간청하는 모습이 참으로 가련하기 짝이 없다. 그러면서 정부와 대통령을 공격하고 우롱하고, 머릿 속에는 뭐가 들었는가? 혹여 '108빈뇌'는 아닐는지? 어느 사람은 '멋 모르고 이용 당했다'고 두둔 옹호하는데 대사관 참석 당시의 동영상과 사진을 두 눈으로 잘 보고 말하라! '시이불시(視異不視)'이냐 '청이불경(聽異不聽)'이냐? 아! 글씨 고것이 문제로다! '눈이 있어도 뵈는 게 없고 귀가 있어도 듣는 것이 없으니' 고것이 인간이냐, 동물이냐? 이 머슨(무슨) 일이던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월 8일 서울 중구 퇴계로 주한중국대사 관저를 찾아가 싱하이밍(邢海明) 대사를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싱하이밍 대사가 미리 준비한 원고를 꺼내 15분가량 한국말로 낭독한 내용이 큰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싱하이밍 대사가 초청을 했다고 '감읍'을 하면서 이 장면을 민주당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중계했습니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찾았는데, 일이 영 그르치게 돼버렸습니다.

싱하이밍 대사가 읽어간 내용이 문제였습니다. 그가 15분간 읽은 내용은 윤석열 정부의 서방 중심 외교정책과 관련한 내용이 주였는데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다가 나중에 후회한다"는 협박성 발언이었습니다.

중국의 외교적 무례함과 오만이 적나라하게 동영상을 탔습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입장에선 방문 의도와 달리 거꾸로 최악의 여론 상황이 돼 버렸지요. '한국이 무엇을 해야 된다'는 요구 형식이었으면 이렇게 크게 터지지 않았겠지요.

보복성 발언은 명백한 내정 간섭이고. 외교 대사의 도발입니다. 통상 외교의 격식에 크게 벗어난 행동입니다.

대부분의 국가는 주요 국가의 대사에 장관급과 차관급을 보냅니다. 하지만 그는 중국 행정부의 국장급입니다. 중국이 얼마나 우리를 하시(下視)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지요. 10대 경제 강국인 우리를 중국이 아주 발가락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는 행태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두고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싱하이밍 중국 대사의 행실을 질타했습니다. 구한말 중국 대사로 우리나라에 와 있던 위안스카이의 행태를 보는 듯하다고 했습니다.

위안스카이는 23세이던 1882년 군사를 이끌고 조선에 들어와 임오군란을 진압하고 임오군란의 배후라며 흥선대원군을 청나라로 압송해 구금했고, 이후 26세이던 1885년엔 조선 주재 총리교섭통상대신에 임명돼 조선에 상주하며 내정과 외교에 간섭하는 등 사실상 조선 총독 행세를 했던 인물입니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옆에 앉아서 듣고 있던 이재명 대표가 싱하이밍의 발언에 아무런 대구와 대응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의 외교를 더러 무능하다고 그토록 씹던 '이재명과 민주당'인데 싱하이밍과의 만남 자리의 상황은 무능을 넘어 굴욕을 당한, 처참하기 그지 없었지요.

민주당이 틈만 보이면 욕하던 윤 대통령의 외교는 곳곳에서 당당해졌습니다. 특히 미국에 가서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구워삶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좋은 결과를 가져 왔습니다.

지난 5월 19일 일본 하로시마에서 열렸던 G-7정상회의에서 건너편 자리에 앉았던 바이든 대통령이 자리에 일어나 총총걸음으로 걸어와 윤 대통령을 찾았을 정도였지요. 앞서 미국에서 있었던 한미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애창곡을 즉석에서 영어로 불렀습니다. 윤 대통령의 배포가 돋보였던 장면이었습니다. 외교란 이런 것입니다. 미국 대통령은 어쨌거나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만나기를 고대하는 사람입니다.

윤 대통령은 오늘(21일) 프랑스 2030세계박람회 4차 프레젠테이션(PT)에서 영어로 개최지 부산의 장점을 완벽히 연설했습니다. 한미정상회의에서의 영어 연설도 발음이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민주당이 맨날 공격하는 의례적인 폄훼완 딴판이었지요.

우리는 각국 정상이 도열한 공간에 뻘쭘하게(어색하고 민망게) 10여 분 서 있기만 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을 보면서 우리의 대통령이 처량하기까지 했었지요. 영어 몇 마디도 못해 '돌놈'이 돼 있는 대통령을 애써 눈길을 피하면서 어서 사진 찍고 저 자리가 끝나기를 바랐었지요.

국민들은 외교 분야를 잘 모릅니다. 외교란 국가 대 국가간의 일이어서 양국이 그 내용을 제대로 발표하지 않습니다. 이래서 일반 국민들은 그 내막과 깊이를 알 길이 없지요.

다시 처음 드는 말에서 제시했던 한자 성어를 가져왔습니다.

'시이불시(視異不視)'는 시쳇말로 해석하면 '못 본 척 한다'는 뜻입니다. '청이불경(聽異不聽)'는 '못 들은 척 한다'는 뜻입니다.

싱하이밍을 만난 이재명 대표가 딱 그랬습니다.

기시감(旣視感)이란 말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경험하고서 잊었던 경험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을 뜻합니다. 프랑스어인 데자뷰(deja vu)로도 많이 쓰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입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방중 당시 점심 한끼를 못 얻어 먹고 시장바닥에 가서 동행한 청와대 사람들과 오붓이 먹은 적이 있습니다. 이른바 ‘혼밥’(혼자 밥 먹기)이지요. 홀대도 그런 홀대가 없는데도, 당시 청와대는 그것을 촬영해 중국의 서민 생활을 보기 위해 그랬다며 '서민 코스프레'로 국민의 눈을 홀렸습니다.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혼밥은) 중국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울렁이게 하는 일정이었다”고 했습니다. 설마 중국 고위직과의 만남 등 빡빡한 일정의 정상 외교가 아닌 머리 식히려는 여행을 간 것이 아니었겠지요.

이런 서민 코스프레가 한 두 번은 아니었지요. 몇 번 해보니 이런 선전선동이 국민들에게 먹혔고, 재임 5년 내내 붙인 재미가 쏠쏠했었겠지요. 그러는 사이 '고방(庫房·광)의 쌀'은 급격히 줄어갔습니다. AI가 사람과 같은 인식을 한다며 논란이 되고 있는 첨단 21세기에도 써 먹고 먹히고 있는 그 프로파간다(propaganda)입니다.

당시 중국 방문 때 취재에 나섰던 우리의 기자 2명이 중국 공안에 끌려나오면서 폭행을 당했는데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닫은 입은 열리지 않았지요. 특유의 눈만 껌벅껌벅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난세에 영웅 난다는데, 어찌 저렇게 비전 없는 대통령이 나왔는지도 궁금할 지경입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세계 10대 강국입니다.

'시이불시(視異不視)'와 뜻이 같은 '시약불견(視若不見)'가 있습니다. 약(若)은 '같다'는 뜻입니다. '보기는 하되 보이지 않음'을 말합니다. 보고도 못 본 체 하는 것이지요.

참으로 말 문이 막히는 외교 참사입니다. 그의 베이징대 연설은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는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 대국이라고 치켜세우고 한국을 작은 나라라면서 중국이 주변국을 보다 넓게 포용해줄 것을 말했습니다. 소국을 자청했습니다. 중국몽을 찬양한답시고 한 말입니다. 전직 대통령이 저렇게 했으니 지금도 국장급을 한국 대사로 보내는 것입니다. 한국은 G-8로 넣느냐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지금입니다.

모멸감이 스멀스멀 가슴을 채웁니다. 분노마저 끓어오릅니다. 시쳇말로 '배알도 없냐'란 말이 절로 나옵니다.

이런 전직 대통령이,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윤 대통령의 지금 외교의 틀을 탓할 자격이 있을까요? 윤 대통령의 외교는 예상 외로 당당합니다. 불안감이 없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아마추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중국과의 교역을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한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십수년 전부터 하나같이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해 왔습니다. 중국에서 '왕서방 심보'에 속수무책 당한 사업자는 상당합니다. 어쩔 수 없이 철수해 베트남 등지로 옮긴 분들이 많지요.

'십목소시(十目所視)'라고 '열 사람의 눈이 보고 있다'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세상 사람, 즉 보통 사람을 속일 수는 없는 게 사는 세상의 이치입니다.

이재명 대표의 무지몽매한 처신이 오래 전의 흑역사인 문재인 전 대통령의 외교 사례를 소환했습니다. 진보좌파 분들은 선전선동에 매우 강합니다. 이른바 '(이빨) 장사'를 잘 한다는 것이지요. 국민들은 잘 속힙니다.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늘 천(天), 그물 망(網), 넓을 회(恢), 트일 소(疎), 말 이을 이(而), 아닐 불(不), 샐 루(漏)입니다. 하늘의 구멍이 듬성듬성한 것 같아도 다 걸러낸다는 뜻입니다.

권모술수(權謀術數·온갖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하고자 꾀하는 술책)성 말을 하도 자주 해 '죽으면 전부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속된 말을 듣는 정치인의 세치 혀에서 나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우짜든지(어쨌든) 국민들이 잘 분별해야 합니다. '국민의 눈'이 '하늘의 그물'과 하등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따끔하게, 영리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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