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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구 민심] '흙수저' 민주당 장경태 의원의 '빈곤 포르노' 막말 단상

정기홍 기자 승인 2022.11.16 12:01 | 최종 수정 2022.11.26 17:16 의견 0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39·최고위원·서울 동대문구)이 내뱉은 '빈곤 포르노' 용어가 만만찮은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그의 말은 천주교 신부의 '윤석열 대통령 전용기 추락 기원'과 좌파 인터넷 매체들의 '이태원 사망자 명단 공개' 등과 맞물리면서 비난 파장이 매우 커졌다.

빈곤인과 함께 사진을 찍어 동정심을 부른다는 '빈곤 포르노'는 장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아동의 집을 찾아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서 내놓은 말이다. 청와대는 이 사진들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김건희 여사가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를 안고 어머니를 위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가 캄보디아 방문 첫날(11일) 현지의 헤브론의료원을 방문했다가 심장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14세 아동 '로타'의 사연을 듣고서 가족을 만났다. 아동의 어머니는 찌든 가난으로 12명의 자녀 중 4명을 잃었고, 로타의 수술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헤브론의료원은 한국인 의사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현지 의료기관이다. 다행히 이 의료원과 인연이 있는 독지가가 이 사연을 듣고 수술비와 항공료 등을 지원하겠다고 나서 한국에서의 수술이 성사됐다.

이 논란을 더 정확히 이해하려면 '빈곤 포르노'의 뜻을 알아야 한다.

빈곤 포르노는 '빈곤'과 성인물인 '포르노'를 합성한 것으로, 동정심을 얻을 목적으로 가난한 사람의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한 것을 의미한다. 후원을 이끌어내는 방편으로 일부 원조 단체나 방송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다. 가난을 이용해 자극적으로 연출하고 가난한 사람의 모습을 소품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김 여사의 이 사진은 곧바로 논쟁으로 이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지난 1992년 소말리아 바이도아 유니세프 급식센터를 찾은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의 모습을 코스프레(흉내) 했다'는 비아냥과 '가난과 고통을 구경거리나 정쟁거리로 삼는 것에 신물이 난다'는 주장이 맞섰다.

김건희 여사(왼쪽)가 지난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를 안고 있다. 1992년 소말리아 바이도아 유니세프 급식센터를 찾은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의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이 논란을 논쟁판을 키운 것은 장 의원이었다.

그는 12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또 외교 참사가 발생했다. 김건희 여사의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외교 행사 개최국의 공식행사 참석 요청을 거절한 것도 외교적 결례이고, 의료 취약계층을 방문해 홍보수단으로 삼은 건 더욱 실례"라고 밝혔다. 13일에도 그의 비난은 이어졌다.

이에 국민의힘이 발끈했다.

국민의힘은 1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 공식회의상 발언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망언참사이자 정치테러"라면서 사과를 요구하고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를 결정했다.

이상 청와대에서 보도자료로 내놓은 사진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가난과 고통을 구경거리나 홍보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기막힐 따름이며 상대국과 아픈 어린이에게 외교적 결례와 모욕이자 상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윤리적으로, 정치적으로 규탄 받아야 할 대상은 장 최고위원의 그 인식 자체다. 이는 규탄만으로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수위를 높였다.

특히 "상대국(인도) 초청을 가장해 대통령 전용기, 국민 혈세, 청와대 직원들을 동원시킨 국민 기만 외교, 외교 참사는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이라며 4년 전의 일을 끄집어냈다. 지난 2018년 11월 김정숙 여사가 인도 정부에서 장관 등 실무진을 초청했는데 이를 가로채 여행성 방문을 했다는 주장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과거 영부인들의 행보를 보면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사회봉사활동을 많이 했다"며 "장 최고위원이 빈곤 포르노라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예전에 우리가 잘 아는 (배우) 김혜자 선생님도 그런 활동 많이 하시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는 각국 정상 부인들과의 교류 행사에 빠진 것과 관련, "배우자분들을 만날 장소는 만찬 등 여러 상황이 있다"며 "(이번에) 앙코르와트, 과거 왕궁 건물을 둘러보는 것이었는데 영부인께서는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가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당 박대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장병 어린이 찾은 것을 트집 잡는 정치라면 이제 갈 데까지 갔다"며 "김정숙 여사는 앙코르와트를 찾았지만 김건희 여사는 심장병 어린이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키우던 개도 버렸지만, 윤 대통령은 버려진 개도 키웠다"고 지적했다. 2019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아 3국 방문 때 김정숙 여사가 공군 2호기까지 동원해 앙코르와트를 여행한 것을 비난한 말이다.

여권의 비난 공세에 장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방송에서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야한 표현이라 여기나"라며 “이미 언론과 사전에 다 있는 용어”라고 맞받았다.

그는 "플러스와 스튜어트는 선정적으로 비극과 빈곤을 부각한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효과를 거두는 것을 빈곤 포르노라 했다"면서 "빈곤 포르노는 빈곤 마케팅에 대한 문제 지적 표현이다. 대한적십자 홈페이지에 설명이 있으니 잘 읽어보라"고 덧붙였다.

이어 "1992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오드리 헵번은 기아, 영양실조, 식량 위기 등 어려운 상황으로 고생하는 소말리아인들을 위해 봉사 차원으로 방문해 사진을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장 의원은 "캄보디아 입장에서 개최국으로 본인의 나라가 가난하거나 병든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겠느냐. 그렇지 않기 때문에 앙코르와트 등 관광지에 초대한 건데 그 일정에 응하지 않고 아픈 환자의 집을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의원의 이 말은 아귀가 맞지 않다.

우선 해외 정상회담 때 영부인들은 대체로 불우한 이들이 있는 시설 등을 찾거나 문화 행사를 따로 하는 게 상례다. 이것이 대통령이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채우는 정상외교다. 또한 캄보디아가 가난하고 병든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을 것이란 장 의원의 주장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상대국을 폄훼하는 발언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무엇보다도 장 의원은 이른바 '흙수저 출신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전남 순천고를 졸업할 즈음 집안이 어려워 대학 진학 대신 배를 타고 막노동과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번 것으로 자신이 직접 홍보를 했다. 이는 본인의 선거 과정에서도 활용됐다.

캄보디아의 병든 아이와 장 의원의 어려을 때의 상황이 국민들의 눈과 귀에 겹쳐지면, 상식의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기자의 직감으로는 김건희 여사가 동아시아정상회의 개최국인 캄보디아가 준비한 각국 영부인의 앙코르와트 방문에 응하지 않은 것은, 공군 2호기까지 불러내 앙코르와트를 방문한 김정숙 여사의 논란을 의식해 사양한 것으로 여겨진다.

장 의원은 이전에도 작은 설화가 있었다.

2019년 같은 당 이재정·김남국 의원과 함께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혁신 라이브 4탄' 유튜브 방송에서 “법사위 힘들겠다. 개소리라고 해도 되나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 개소리를 어떻게 듣고 있지”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었다.

장 의원은 이번 '빈곤 포르노' 발언을 안 하니만 못하게 됐다. 장 의원의 비난과 달리 되레 캄보디아 아동에 대항 후원 문의가 이어지고 심장병 어린이 후원 문의도 많아졌다고 한다.

경도되고 철 지난 극단적인 이념에 기반한 몰지각한 정쟁에만 몰입해선 국민의 표를 받기 힘들다. 지긋지긋한 극단 내로남불도 이젠 퇴출시켜야 한다.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이 정치인의 이런 언행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는 걸 무섭게 인식해야 한다.

기자는 며칠 동안 이어진 신부의 '대통령 전용기 추락 기원'과 '이태원 사망자 명단 공개' 등에 대한 거센 비난 수위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상식이 자주 드러나지 않지만 기저에서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사십 불혹의 나이도 되지 않은, 아직 젊은 장 의원이 곰곰히 새겨볼 대목이다.

다만 기자는 이번 오드리 헵번과 비교된 사진 가운데 한장의 사진은 청와대에서 잘못 낸 것으로 판단한다. 아이를 안고 하늘로 쳐다보는 사진이다. 이는 보도 사진이 아니라 연출 사진을 내놓은 것이다. 홍보에 서툰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에서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내놓는, 많이 실수를 하는 경우다.

기자는 물론 일반대중도 저런 유의 사진을 보면 연출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홍보라인에서 '충성'을 하려다 보니 연출 사진이 더 와닿았다는 말이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야 한다는 보도 준칙을 까먹은 청와대 홍보라인의 미숙함이자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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