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의 청담동 한밤중 술자리 의혹’을 처음 공개적으로 제기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유감 표명"이 매우 유감스럽다. 이를 처음 제기한 첼리스트가 경찰에 불러가 거짓말로 지어내 전(?) 애인에게 말했다고 실토까지 했지만 영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다.
김 의원의 유감 표명에는 부족하고 잘못된 것이 많다.
우선 부족한 것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유감'이 아닌 '사과'를 했어야 했다. 이 폭로 사안은 현직 대통령이 꼭두새벽까지 노래를 곁들인 거나한 술판을 벌였다는, 매우 묵직한 사안이다.
이를 처음 말한 체리스트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기의 발언이 지어낸, 말캉(전부의 경상 사투리) 거짓말이었음을 자백했다. 첼리스트의 전(?) 애인 B 씨와 좌파 인터넷 매체 C 시민기자 간의 치정(?)이 발단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A 씨가 이를 B 씨에게 말했고, B 씨는 신생 좌파 유튜브 매체에 제보했다. 김 의원이 이에 연계됐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경찰 수사 등의 내용이다.
김 의원은 이 의혹이 거짓이었음이 밝혀진 뒤에도 언급을 회피하다가 며칠 후 페이스북에다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것도 전제를 깔고서 한 말이었다. 그는 '(의혹이 날조된 게) 사실이라면'이란 단서를 달았다. 참으로 인정하기가 싫었던 모양이다.
김 의원은 “국정과 관련한 중대한 제보를 받고 국정감사에서 이를 확인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다시 그날로 되돌아간다 해도 저는 다시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다만 여권에서는 좌파 유튜브 매체와 사전 교감 정황이 있다며 이 말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몇가지 사례도 제시했다.
더 유감스러운 것은 그가 현직 민주당 대변인이란 직함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또다시 더한 것은 공식적인 루트로 사과를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페북을 통해 했다. 상식의 사람들은 이를 꽁무니 빼며 마지못해 쓴 글로 여기고 있다.
기자는 이 말고도 그가 30년 가까운 기자생활을 했다는 점을 주시한다. 기자가 어떤 직업인가? 간단히 말해도 사회의 공기 역할을 한다. 이 역할은 기자에게서 나온다.
좀 더 진실에 접근하고, 철저한 검증을 거치고, 선동성 언행을 말아야 한다. 직업이 정치인인 이들과는 뭔가 달라도 달라야 그가 지낸 30년에 가까운 기자생활이 값어치가 있는 말이다.
물론 기자 생활을 거친 상당수의 정치인들을 보노라면 국민들을 교묘하게 등치는 기성 정치인을 뺨칠 정도로 혼탁한 정치질을 해댄다. 이 부분에서는 기자도 할 말이 없어진다.
하지만 자신의 행위가 잘못 됐으면 단박에, 그리고 담박하게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그는 왜 끝내 '사과'를 하지 않았을까?
사과는 곧 굴복이란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김 의원은 정치 신참이다. 신참은 참신해야 맛이다. 잘못을 알량한 옹고집으로 덮으려고 하거나, 시간을 우군으로 삼는 행실은 신참의 이미지에 전혀 맞지 않는다.
우스운 것은 김 의원은 유감(遺憾)이란 단어의 뜻을 몰라 거꾸로 썼다는 것이다.
유감을 한자의 훈과 음으로 풀면 남길 유(遺), 섭섭할 감(憾)이다. '마음에 차지 않아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을 뜻한다. 섭섭한 감정이 남아 있다는 말이다.
뭐가 섭섭했을까? 첼리스트가 입을 꼭꼭 다물고 있어야 했는데 그만 실토를 해버려 섭섭했다고 받아들여 볼까? 아무리 봐도 그의 말은 어색하다.
이 사안의 피해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김 의원이 '사과'를 하고 대상자로 거론됐던 대통령과 장관이 이에 대해 '유감'이라고 해야 두 낱말이 제자리를 잡는 것이고, 가치를 갖는 것이다.
자신이 의혹 당사자로 지목했던 한 장관은 유감 표명에서마저도 거론하지 않았다. 졸렬하기 그지없다.
김 의원은 '유감을 표한다'를 '죄송하다'는 의미로 덧씌우고 이 상황을 피해가려고 한 듯하다.
정확한 내용과 함께 정확한 단어와 어법을 철칙으로 삼는 신문기자, 특히나 그가 중견기자 출신이란 점에서 고개가 갸웃해진다. 같은 기자로서 그도 치졸한 권모술수에 능한 기성정치인과 진배없는, 몰지각한 정치 구렁텅이로 떨어진 듯해 실망감은 이루 말하기 어렵다.
하긴 그의 지난 행보를 되돌려보면 기자의 평가가 박한 것도 아니다. 국회 진출 과정도 매끄러운 곳이 없어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던 그다.
그는 한겨레신문 선임기자로 있던 중에 청와대 대변인 제의를 받았고, 회사에 사표를 낸 데 이어 대변인이 됐다. 대변인으로 있을 때 청와대와 정부가 그토록 부동산 투기 근절에 주력할 때인 은행에서 십수억원을 대출 받아 서울 흑석동에 상가 건물을 샀다. 현직 청와대 고위직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었다.
비난의 여론이 들끓으면서 그는 결국 2019년 3월 29일 대변인 자리를 내놓았다.
더 씁쓸한 것은 이 다음이다.
다음해인 2020년 국회의원 선거인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투기 부동산을 처분하고 시세 차익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공천 부적격 처분을 내렸다. 기회를 엿보던 그는 '위성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에서 후보로 출마했다.
비례정당이란 법적인 당을 만들어 총선 특표율에 따라 의원수를 나눠갖는 것이다. 급조된 정당이었다.
열민당에서 비례대표 3번까지만 당선돼 4번째였던 그는 낙선했다. 한참 후 같은 당 김진애 의원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다며 의원직 내놓았고 지난해 3월 의원직을 승계했다.
그는 주요 신문사 중견기자 출신이다. 기자란 어떤 직업인가?
칠리스트의 이 폭로가 사실이었다면 국정을 뒤흔들만한 큰 사안이다. 따라서 정확한 ‘사실(팩트)’를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주장의 어느 것 하나 상식적이지도 않았다.
현직 대통령이 변호사 30명과 그것도 새벽 3시까지 '연주자'까지 들여놓고 질펀하게 놀았다는 게 상식선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경호원들의 배치 문제는 어떻고, 요즘 세상에 이런 사실은 곧바로 소문이 난다.
김 의원으로선 오랫동안 기자란 직업을 가졌던 지난 경력이 부끄러운 일이다.
대통령 술자리 자리에 있었다는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은 그 시간에 꽤 먼 지역에서 있었다는 위치정보도 나와 있었다. 하지만 그는 "꽤 신빙성이 있었다"고 지금도 주장한다. 괘변에 가깝다.
유감은 사과가 아니다. 사과의 가장 기본인 '깔끔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참으로 유감스럽다. 김의겸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대변인을 역임했고, 지금도 민주당의 대변인이기에 더그렇다.
김호·정재승이 쓴 ‘쿨하게 사과하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사과 충고'가 나온다.
①누구에게, 무엇이 미안한지 대상과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②사과엔 조건 없어야 한다.
③'잘못했다'고 명확히 표현해야 한다.
이 책은 “정치인이 자주 범하는 ‘최악의 사과’는 “만약 ~그랬다면 사과한다”는 조건부 사과다. 조건부 사과는 ‘책임을 부정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한다.
기업체에서 '불에 섶을 들고 들어가는' 이런 틀의 사과를 하다가 여론에 뭇매를 맞고 머리를 땅에 조아리면서 사과를 다시 하는 사례는 많다.
■ 좌파 인터넷 매체(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관련 글(참고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