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을 중시하는 더경남뉴스가 농업과 어업에 관한 속담(俗談)을 찾아 그 속담에 얽힌 다양한 의미를 알아봅니다. 속담은 민간에 전해지는 짧은 말로 그 속엔 풍자와 비판, 교훈 등을 지니고 있지요. 어떤 생활의 지혜가 담겼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고추잠자리 날면 찬바람 난다'는 경북 지방의 속담으로, 고추잠자리가 가을철에 나타나기에 기온이 낮아져 날씨가 쌀쌀해지는 계절이 됐다는 것을 뜻합니다.
초가을 이맘 때 농촌 들녘이나 연못가에 떼 지어 날아다니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사실은 한여름을 막 지날 무렵부터 자주 보이고 7~8월에 더 많아집니다.
고추잠자리와 어울림이 제격인 것은 코스모스이겠지요. 뭉개구름이 떠다니는 푸른 하늘과 무리를 지어 활짝 핀 코스모스 위를 낮게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는 시골 마을 추억을 고스란히 불러냅니다.
이참에 잠자리에 관해 더 살펴볼까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미국 플로리다·하와이 등지에서 주로 서식하지요. 호랑나비와 함께 한국인에게는 친숙한 곤충입니다.
수컷은 몸이 붉고, 암컷은 노르스름해 ‘메밀잠자리’라고도 합니다. 날개는 노란색으로 나중인 가장자리만 빛깔이 달라집니다. 고추잠자리 이름은 몸이 고추처럼 생기고 빨개서 붙은 이름이며, 다 큰 수컷에만 이런 색이 나타납니다. 미성숙한 수컷이나 암컷은 노란 빛을 띱니다. 비슷한 고추잠자리들이 있으나 진짜 고추잠자리는 머리부터 배끝까지 전체가 붉으며 날개쪽도 조금 빨갛습니다.
고추잠자리는 평지의 늪지대에서 자라서 늦봄과 초여름인 5∼6월부터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린 채 우화(羽化·번데기가 날개 있는 성충이 됨)하고, 10월까지 들 등에서 잠자리 성충을 볼 수 있습니다. 잠자리는 채로도 잡지만 나뭇가지 등에 앉아서 졸고 있는 녀석을 잽싸게 낚아채 잡습니다. 한여름 콧등에 땀이 송송 맺힌 채 산과 들을 뛰어다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눈 앞에 와서 섭니다.
교미는 공중에서 단시간 내에 이뤄집니다. 이어 암컷은 수컷의 세력권 안에서 물 위를 치며 산란을 합니다. 어릴 때 잠자리채를 들고 나다니다 보면 교미 모습과 물 위에서 산란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보았지요.
암컷은 세력권을 옮겨 가며 다른 수컷들과 여러 번 교미한 뒤 산란하는 습성을 가졌다고 합니다.
다 큰 고추잠자리는 몸길이가 17∼20mm로 녹갈색 바탕에 검은색 점무늬가 있으며 연못 등 수생식물이 많은 곳에 삽니다.
고추잠자리가 아닌 꼬마잠자리는 문화재청이 2005년 3월, 2007년에 천연기념물로의 지정을 예고했으나 아직도 지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고추잠자리를 소재로 한 동요와 가요도 몇 개 있습니다. 고추잠자리를 인용한 시는 한정없이 많고요.
■다음은 박은옥 씨의 동요 '윙윙윙'(1978년) 가사입니다.
윙윙윙윙 고추잠자리 이리저리 놀리며 윙윙윙
윙윙윙윙 꼬마 아가씨 이리저리 쫓아가며 윙윙윙
■조용필 씨의 '고추잠자리'(1981년) 가사입니다.
가을빛 물든 언덕에
들꽃 따로 왔다가 잠든 나
엄마야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외로움 젖은 마음으로
하늘을 보면 흰 구름만 흘러가고
나는 어지러워 어지럼 뱅뱅
날아가는 고추 잠자리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봐 그런가봐
엄마야 나는 왜 자꾸만 기다리니
엄마야 나는 왜 갑자기 보고싶지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봐 그런가봐
엄마야 나는 왜 자꾸만 슬퍼지지
엄마야 나는 왜 갑자기 울고싶지
가을빛 물든 언덕에
들꽃 따로 왔다가 잠든 나
엄마야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외로움 젖은 마음으로
하늘을 보면 흰 구름만 흘러가고
나는 어지러워 어지럼 뱅뱅
날아가는 고추 잠자리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봐 그런가봐
엄마야 나는 왜 자꾸만 기다리니
엄마야 나는 왜 갑자기 보고싶지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
※ 이 곡은 1981년에 나온 조용필씨 3집에 수록된 곡이고 자작곡입니다.
작사는 김순곤 씨가 했는데 그의 첫사랑인 여자 친구는 부모님이 이혼해 엄마 소식을 전혀 알 수 없었고, 엄마를 그리워 하는 여자친구를 보면서 썼다고 합니다. 김순곤 씨는 당시 TBC방송국 '노래하는 곳에' 프로그램 '고운 노랫말 공모전'에 이 가사로 응모했는데 당선됐답니다.
이 가사를 눈여겨봤던 조용필 씨가 배낭을 메고 시골을 돌아다니면서 만든 노래가 바로 '고추잠자리'입니다. 엄마를 그리워 하는 한 아가씨의 애달픈 속마음이 잘 담겨져 있습니다.
고추잠자리 속담에서 시작해 고추잠자리의 작은 상식 이야기까지 담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