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속담 순례] '처서에 장벼(이삭이 팰 정도로 다 자란 벼) 패듯'(7)
정창현 기자
승인
2023.08.20 23:22 | 최종 수정 2024.08.2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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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순 처서(處暑) 무렵의 벼에는 햇살이 쨍쨍 내리쬐어야 좋습니다. 벼가 거의 다 자라 이삭이 패는 때입니다.
'처서에 장벼(이삭이 팰 정도로 다 자란 벼) 패듯'이란 속담은 '무엇이 한꺼번에 성한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씁니다. 처서 무렵에 벼가 많이 성장한다는 뜻이지요.
여기서 잠깐 점검할 단어가 있네요.
'패다'인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뜻은 '사정없이 마구 때리다', 즉 구타입니다. 그런데 이 속담에서의 '패다'는 '곡식의 이삭이 나온다'는 뜻입니다.
'패다'를 '피다', '펴다'와 혼돈하면 안 됩니다. 많이 혼돈합니다.
'피다'는 '꽃봉오리가 벌어지다'는 뜻이니 '패다'와 전혀 다른 뜻입니다.
'펴다'는 '접히거나 개킨 것을 젖히어 벌리다'거나 '구김이나 주름 따위를 없애 반반하게 하다'는 것이지요.
대체로 구별을 잘 못합니다.
처서 절기 이후엔 이삭이 패는 시기입니다.
이삭이 팰 때 벼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꽃가루가 보입니다. 화려하지 않아 유심히 보지는 않는데, 이 벼꽃을 순우리말로 '자마구'라고 합니다. '곡식의 꽃가루'를 뜻합니다.
자고이래로 전해지는 어른들의 말에 따르면, 늦벼의 경우 대개 처서 무렵에 벼 자마구가 한창인데 이때 비가 잦으면 자마구가 빗물에 떨어져 수정률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처서인 내일(23일) 비가 온다고 하네요.
처서 절기엔 비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오죽하면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비(處暑雨)라고 했겠습니까?
요즘 비는 좁은 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내려 침수 등으로 큰 인적·물적 피해를 입습니다. 큰비가 덜 내리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