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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속담 순례] '가을 곡식은 재촉하지 않는다'(14)

정창현 기자 승인 2023.09.19 02:21 | 최종 수정 2023.09.19 02:31 의견 0

농어업을 중시하는 더경남뉴스가 농업과 어업에 관한 속담(俗談)을 찾아 그 속담에 얽힌 다양한 의미를 알아봅니다. 속담은 민간에 전해지는 짧은 말로 그 속엔 풍자와 비판, 교훈 등을 지니고 있지요. 어떤 생활의 지혜가 담겼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8월 초부터 캐는 경남 산청 지리산 밤고구마. 산청군 제공

들녘엔 가을이 서서히 다가섭니다. 곡식도 클만큼 커 '키움'이 아닌 '익음'을 아는 절기입니다. 절기 처서(올해는 8월 23일)가 지나면 잡풀도 더 자라지 않아 벌초를 해도 되는 때라고 합니다.

'가을 곡식은 재촉하지 않는다'는 속담은 가을 곡식은 다 자라 서두르지 말고 적당한 시기를 택해 수확을 하라는 말입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벼를 한 번 볼까요?

벼농사는 3월이면 모판에 볍씨를 파종해 키우고, 5월 무렵이면 적당히 자란 모를 논으로 옮겨 심습니다. 옛날 같으면 여름 뙤약볕에 몇 차례 논을 매고 돌보면 지금처럼 수확의 가을이 옵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가을 추수 전엔 먹을거리가 신통찮았다고 합니다. 4~5월 봄철 보릿고개 정도는 아니어도 음력 7월은 궁핍했는데, 이를 봄철 '춘궁(春窮)'에 빗대 '칠궁(七窮)'이라고 블렀답니다. 들에 나는 나물들은 너무 쇠어 먹을 수 없고, 벼도 이삭을 팬 후 40여 일을 기다려야 수확을 합니다.

다시 말하면 초여름에 수확한 보리만으로는 식량이 모자라 가을 추수를 앞둔 시기는 궁핍했다는 말입니다. 봄철 보릿고개에 빗대 이 시기를 '벼고개'라고도 했습니다.

'칠궁이 춘궁보다 더 무섭다', '칠월 사돈은 꿈에 볼까 무섭다'와 같은 속담도 이래서 생겼다고 합니다.

옛 농가에선 가을 수확기가 다가서면 '벼고개'를 빨리 넘기기 위해 마음이 다급해져 가을에 들어서자마자 설익은 곡식을 서둘러 수확을 하기도 했답니다.

'벼 안 패는 칠월이 없다'는 말처럼 가을이 되면 곡식은 당연히 영글고 익게 마련이니 재촉하지 말고 적기를 기다려서 수확을 더하라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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