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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속담 순례] '거미줄 많은 논에 멸구 많다'(13)

정창현 기자 승인 2023.09.11 15:25 | 최종 수정 2023.09.11 15:37 의견 0

농어업을 중시하는 더경남뉴스가 농업과 어업과 관련한 속담(俗談)을 찾아 그 속담에 얽힌 다양한 의미를 알아봅니다. 속담은 민간에 전해지는 짧은 말로 그 속엔 풍자와 비판, 교훈 등을 지니고 있지요. 어떤 생활의 지혜가 담겼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거미줄 많은 논에 멸구 많다'는 속담은 역설적입니다. 거미줄과 곤충, 벌레는 천적 관계로 알고 있어 그렇습니다.

거미란 녀석이 자기 몸에서 뺀 성분으로 그물처럼 엮어 놓고서 '걸리기를' 기다리지요. 거미줄이 쳐진 곳을 지나다 보면 잡벌레는 물론 나방, 나비, 심지어 큰지막한 잠자리도 거미줄에 걸려 발버둥을 치거나 죽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삭이 패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벼논에 작은 거미가 거미줄을 치고 있다. 그 밑에 하얀 벌레가 멸구다. 정창현 기자

거미는 이처럼 온갖 벌레를 잡아먹기에 멸구의 천적입니다.

그런데도 멸구는 벼논에서 삽니다. 멸구란 녀석은 벼에 붙어 이를 갉아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멸구는 자신의 식량인 벼를 갉아먹기 위해 벼논을 떠날 수 없고, 거미는 멸구를 포함한 여러 벌레나 곤충을 낚아채 먹기 위해 나락 사이에서 살아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벼논에 거미줄이 많다는 것은 거미의 먹이인 멸구가 많다는 것이지요.

요즘 이른 아침나절에 벼논에 가면 아침 햇살에 이슬을 머금고 반짝반짝 빛나는 거미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미줄이 너무 많으면 벼의 줄기나 볏잎이 활짝 펴기가 어려워 자람에 지장을 받습니다. 거미줄을 적당히 치면서 벼논에서 날아다니는 멸구를 박멸하면 가성비가 최고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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