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조 경남 하동군지부가 19일 오전 10시 30분 하동군청 본관 앞에서 '악성 민원' 대응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했다.
전공노 하동군지부장 등 21명은 이날 회견에서 "우리는 민원인의 감정쓰레기통이 아니다"며 악성 민원인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이다.
우리는 민원인의 감정쓰레기통이 아닙니다!
공무원노조는 직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악성· 갑질 민원에 강경 대응할 것을 선포합니다!!
최근 젊은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연이어 발생되고 있다. 그 원인은 학부모들의 무례하고, 부당한 요구들 때문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내 아들은 왕처럼 대우 해 달라’ ‘내가 누군지 알아’ ‘내 말을 안 따르면 교육청에 민원 넣는다.’ ‘교장에게 말해서 너를 자르겠다.’ 등의 협박성 막말을 하였다고 한다. 이는 교사만이 아니다. 몇 해 전, 경북 봉화군의 한 면사무소에서 민원인이 총기를 난사하여 2명의 공무원이 희생되는 가슴 아픈 일도 발생하였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희생된 공무원 그리고 남은 가족들. 이제 악성민원은 우리의 생사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 다음 차례는 누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악성민원인들은 사익을 앞세워 잘 알지도 못하는 공무원들에게 갑질, 부당요구, 폭언, 공포감조성 등을 하는 것을 넘어 인권을 묵살하고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아무런 통제장치도 마련하지 않고, 공무원이니까 무조건 참으라고 한다. 이제 공무원노조에서는 우리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악성민원을 적극적으로 대응 할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그럼 현재 하동군의 사정은 어떤가?
며칠 전, 군청로비에서 악성민원인이 자기 분을 못 이겨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담당공무원에게 ‘개**, *발’ 등 입에도 담을 수 없는 막말과 공포감을 조성하였다. 이를 지켜 본 사람들조차도 트라우마가 생겼는데, 당사자는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요즘 악성민원인들은 '야, 니, 새끼, 너를 자르다' 등의 막말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손이 참 고우네’ ‘날도 쌀쌀한데 손 잡아줄까’ ‘오늘 화장빨 죽이네’ ‘민원인 땅은 처녀지인데 국가가 윤간하였다’ 등의 성희롱성 발언을 마구잡이로 퍼붓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또 어떤 악성민원인들은 자신이 패소한 송사를 공무원 잘못이라고 우기며 매일 같이 전화하여 쌍욕과 막말을 하고, 군수 면담요구, 국민신문고 제보, 국민권익위원회 진정, 대통령실 고충민원 제기 등 악의적 공격을 일삼고 있다. 이런 비상식적인 악성민원 대응에 우리의 하루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또 다른 악성민원인은 ‘개 같은 소리하고 있네’ ‘머리가 그렇게 안 돌아가느냐’ 등의 인격 모독적인 폭언을 퍼붓고 우리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
이런 악성민원들은 막말과 폭언을 해도 공무원들이 아무 소리도 못한다는 약점을 이용하여 그 강도를 계속 높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공공행정력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라고 볼 수 있으며 다수를 위한 행정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할 수 있다. 공공성의 낭비는 다수의 국민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우리도 정의의 여신 디케처럼 만인에게 공정하고 평등하게 행정력을 집행하는 그런 공직자이고 싶다.
5년 이하 공무원에게 물었다. ‘공직생활 어려움에 대하여’.
1위는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낮은 임금, 2위 악성민원, 3위 공직문화 적응이라는 설문결과가 있다.
낮은 임금은 중앙정부에서 해결 할 문제라고 볼 수 있으며, 악성민원과 공직문화개선은 지자체장의 의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행복하게 다니고 싶은 직장의 기본은 악성민원과 공직문화 개선이다. 이 둘은 하나의 문제라고 볼 수 있으며 악성민원으로부터 군수가 우리를 보호하면서 조직문화는 자동으로 개선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안전하고 존중 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전담부서 신설 및 악성민원 대응 위원회 설치, 정신상담 비용 지원 등에 대한 특단의 조치와 제도 개선을 마련해 주기를 건의한다.
민원인 여러분, 정당한 민원신청은 당연한 권리입니다. 여러분의 권리가 존중아야 되며 우리 또한 존중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존중은 상호주의가 기본이고 그 신뢰의 바탕에 더 나은 행정서비스가 이행된다고 생각합니다.
민원인 여러분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우리에게 화풀이 하지 말아주세요. 우리는 민원인 여러분의 감정쓰레기통이 아닙니다. 우리도 이 사회에 구성원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들딸입니다. 물론 헌법에서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을 보장 받는 국민이기도 합니다.
악성민원은 우리의 정신을 병들게 하며 그 불안한 마음이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공무원노조에서는 우리의 정신건강과 공공성을 저하하는 악성민원에 대하여 강력하게 대처 할 것을 알려드리며, 폭언, 폭행 등에 대해서는 법적대응과 조치도 불사할 것을 엄숙히 밝히는 바입니다.
2023. 10. 19.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하동군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