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알고주알 어원이 흥미롭습니다. 미주알은 '창자의 끝 항문'을 뜻하는데, 미주알고주알은 '미주알'에 '고주알'을 합친 말입니다. 어문학계는 고주알이 미주알과 운을 맞추기 위해 덧붙인 말로 해석합니다. 창자 밑구멍의 끝인 미주알은 '눈으로 보기 어려워 숨은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 말하거나 캐묻는 것'을 뜻합니다. 더경남뉴스 기자들이 숨은 기삿거리를 찾아 '사랑방 이야기식'으로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첫 사례로 '부자 마을'인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과 연관된 LG 한국시리즈 야구 우승 이야기입니다.
진주에서 경남 창원쪽으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20분 정도 가다 보면 왼쪽으로 지수면사무소가 자리한 작은 마을이 보입니다. 한국 굴지의 3대 대기업 창업주와 연관된 '부자 마을'로 승산리입니다.
이곳에는 삼성 이병철, LG 구인회, 효성 조홍제 창업주가 다녔다는 지수초등학교(당시 지수공립보통학교)가 자리하고 있지요. LG에서 분리된 GS의 허창수 창업주(실제 선친 허만정을 창업주로 봄)도 이곳에서 나고 수학을 했습니다.
조 창업주는 지수초교를 다녔니 안 다녔니 논란은 있습니다. 이 논란은 옛날엔 어릴 때 배움을 위해 보통 서당을 다녔는데 초등학교가 생기니까 나이를 불문하고 같은 학교에, 같은 학년에 다니곤 했고, 또한 정확한 기록이 없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지수초교가 인근 학교인 송정초교로 통합돼 '진주 K-기업가정신센터'로 바뀌었습니다. 대한민국 기업가정신의 성지로 만드는 갖가지 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오늘 하려던 야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LG 트윈스가 어제(13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습니다. 그런데 LG의 야구 우승과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이 몇 가지 깊숙한 연(緣)을 갖고 있습니다.
먼저 LG그룹 3대 회장인 고 구본무 회장의 이야기입니다.
구 전 회장은 이곳 승산마을에서 자랐습니다.
생전엔 야구 애호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선수들의 연습구장을 고르는 일도 작업 인부처럼 직접 했다고 합니다. LG 트윈스가 지난 1990년 창단할 때 구단주였고요.
구 전 회장은 생전에 외갓집인 진주시 대곡면 단목리에 LG 트윈스 야구선수들을 초청해 대접하곤 했습니다. 시즌을 앞두고 매년 진주 외갓집에 선수단을 초대한 것이지요.
LG의 기업 모토가 '인화'인 것처럼 1군과 2군 모두를 초청했고, 자리에서 선수 이름을 부르며 집안 대소사도 묻는 등 다정다감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왜 구 전 회장이 자신이 자란 지수면의 승산마을로 초청하지 않고 굳이 외가로 했냐고요?
예전엔 만삭이 되면 친정어머니의 돌봄을 받으려고 친정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를 낳기에 편하기 때문이겠지요.
LG 트윈스의 현 구단주는 그의 '조카'(현재는 양자로 가 아들임)인 구광모 LG 회장입니다. LG그룹은 장자 상속 전통을 지금까지 잇고 있습니다.
이런 구 전 회장의 따뜻한 배려가 있어서인지 LG 트윈스는 지난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KS 5차전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6-2로 승리, 4승 1패로 우승했습니다. 29년만의 감격의 우승이라지요.
그런데 여기서 또다른 숨은 이야기기 나옵니다.
이반 한국시리즈 MVP인 LG 트윈스의 오지환 선수가 구 전 회장이 우승하면 주겠다며 남긴 ‘롤렉스 시계’를 받게 됐지만 유품을 받기 어렵다며 사양했습니다.
25년 전 8천 만원에 주고 사놓았다고 하는데 오지환 선수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전시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구광모 LG 회장에게 전했습니다.
구 전 회장의 야구 사랑이 참으로 애틋합니다.
다음은 허구연 KBO 총재의 이야기인데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내용입니다.
방송 중계 때 해박한 지식과 함께 걸쭉한 목소리 야구 해설로 유명한 허 총재도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지수초교 1학년 때 부산으로 이사를 갔고, 이후 줄곧 야구를 했습니다.
지수면 승산마을에 가면 허 총재의 한옥집이 허 씨와 구 씨 집안의 한옥과 함께 잘 관리돼 있습니다.
참고로 승산마을엔 600년 전에 허 씨 가문이 먼저 자리를 잡았고 이어 구 씨 가문이 한양에서 내려와 자리를 했다고 합니다.
두 가문은 담을 사이에 두고 사돈도 맺었고 사업도 함께해 금성사(럭키금성) ,즉 LG그룹을 일궜지요. 동업하던 허 씨 가문은 LG그룹에서 GS그룹으로 독립했습니다. 분리 과정에서 잡음 하나 없어 '아름다운 결별'로 회자됩니다.
지난해 KBO와 진주시는 진주시 명석면에 프로야구 훈련 캠프인 '야구스포츠파크'를 짓겠다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물론 KBO는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시설을 짓는다고 합니다.
지수면 옆 사봉면 주민들에 따르면 인근의 초등학교 땅에 이 야구시설을 지으려고 했지만 마을 주민들이 주택 이전 등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반대해 조금 먼 명석면으로 결정됐다고 합니다.
한국의 3대 대기업 탄생과 연관된 승산마을이 프로야구와도 큰 인연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독자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기이한 행동으로 유명한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도 이곳 승산마을에서 자랐습니다. 지수초교를 졸업했는데, 그도 야구를 좋아하는지 궁금해집니다.
LG 트윈스의 29년만의 우승과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 간의 인연 몇 개를 소개했습니다. 알려진 내용도 있고 더경남뉴스에서 처음 소개한 내용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