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사람도 헷갈리는 갱상도 말] '땅갑치'가 뚜껑이라고?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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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6 13:37 | 최종 수정 2023.11.28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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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경남뉴스가 경상 주민들이 자주 쓰는 사투리들의 길라잡이 방을 마련했습니다. 일상에서 말을 하면서도 뜻을 모르거나 제대로 대별이 되지 않는 사투리의 의미를 톺아내 소개합니다. "아하! 유레카!(알았다!)"라며 감탄할만한 낱말들을 찾아내겠습니다. 문장 중간엔 간간이 표준어가 아닌 사투리도 사용해 글의 분위기도 돋우겠습니다. 많은 관심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땅갑치 모아 나라(놓아라). 한꺼번에 버리게"
집안 식구와 저녁에 술을 한 잔 하던 중 나온 말입니다.
기자 혼자 "세상에 얼마 만에 듣는 말이야" 하며 외지 생활에 까마득히 잊었던 '보물' 하나를 되찾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땅갑치는 뚜껑의 사투리입니다. 정확히 병뚜껑을 말합니다.
땅갑치는 한동안 경남 진주를 비롯한 경남 거제·밀양·의령·함안 등지에서만 쓰던 말이었다네요. 아마 지금은 이들 지역 사람들이 각지로 이동해 살면서 경남의 많은 지역에서 쓸 걸로 예상합니다.
또 땅갑치는 조개껍데기인 ‘조가비’의 사투리이기도 합니다.
조가비와 관련해서는 '조가비 껍질에 담길만한 분량'을 표시하는 단위로 쓰기도 한답니다. 참고로 ‘조가비’의 어원은 ‘조개+피(皮)’인데, 사투리로 ‘조개비’라고도 합니다.
경남 통영 지방에서 구비(口碑·예전부터 전해오는 말)로 '누룽밥 딸딸 긁어서 선생님은 한 통, 나는 한 땅갑지(치)'란 노래가 있다네요. 서당 아이를 놀리며 부르던 노래랍니다.
땅갑치는 어감이 특별하고 토속적 정감도 와닿는 말입니다. 경남 일부 지방을 벗어나면 못 듣는 사투리여서 잘 살려가야 할 지역 말이 아닌가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