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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사람도 헷갈리는 갱상도 말] '도가리'와 '마지기'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7.14 20:02 | 최종 수정 2023.07.14 20:45 의견 0

오늘(14일) 더경남뉴스의 동료 기자와 장마철 병충해 관련 기사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도가리'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요즘 직불제를 주니 어르신이 동네 젊은이에게 부치라고 준 논 한 도가리(마지기)를 도로 가져가 직접 짓는다. 시군에서 해주는 드론 공동방제 말고는 개인 방제를 제대로 하지 않아 병충해에 잘 걸리고, 옆 논에도 전염돼 피해를 준다"

지난 6월 말 모내기를 끝낸 벼논. 경상도에선 큰 논은 표준말인 '마지기'로, 작은 논은 '도가리' 쓰는 편이다. 정창현 기자

'도가리'···. 논과 밭을 세는 단위의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논 도가리, 밭 도가리로 쓰지요.

표준말인 '배미', '마지기', '뙈기'와 같은 뜻입니다. 논 한 도가리는 한 배미이자 한 마지기, 즉 논 한 개를 말합니다. 경상 지방에선 도가리를 '작은 논'을 말할 때 주로 씁니다.

오래도록 외지 생활을 한 기자로선 매우 오랜만에 듣는, 특별하게 와닿은 말이었습니다.

옛날 동네 어르신들이 자주 사용해 익히 귀에 자리한 말인데 사례를 보면 "농약을 골짜 있는 한 도가리만 못 쳤네", "큰 도가리는 큰 아들 주고, 작은 도가리는 작은 아들 줬다", "우리 논 도가리에는 큰 바구(바위)가 두 개가 있어 모꾼들 못밥 묵을 때는 편했다" "논 도가리가 깔치 꼬래이(꼬리) 겉다(같다)" "저짜(저쪽) 골짝에 우리 논 세 도가리 더 있다", "그 도가리에는 남도(남지도) 안 하고 모지래도(자라라지도) 안 하고" 등입니다.

참고로 도가리의 표준말인 배미 등을 알아봅니다.

배미는 '논두렁으로 구획(區劃)이 된 논을 세는 단위'입니다.

마지기는 논과 밭의 넓이이며, 씨앗 한 말을 뿌릴 수 있는 땅입니다. 한 마지기는 볍씨 한 말의 모 또는 씨앗을 심을 만한 넓이이지요. 지방마다 다르지만 논은 약 150~300평(보통 200평), 밭은 약 100평(300평이 기준인 지방도 있음) 정도입니다.

또 뙈기는 '경계를 지어 놓은 논밭의 구획'이거나 '일정하게 경계를 지은 논밭의 구획을 세는 단위'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배미와 마지기와 같은 뜻이지요.

뙈기는 논(논 도가리))이나 밭(밭 도가리) 모두에 쓰는 단어이지만 경상 지방에서는 논의 경우 '도가리', 밭의 경우 '뙈기'로 주로 씁니다. 밭을 세는 사투리는 없네요.

사투리인 '도가리'의 다른 뜻도 있습니다.

토막(크고 덩어리가 진 도막)인데 '고기 도가리' 등으로 씁니다.

도가리는 또 ‘독(큰 옹기 그릇)’의 사투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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