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사람도 헷갈리는 갱상도 말] '천성시럽다'가 대체 무슨 말인데?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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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8 16:50 | 최종 수정 2023.07.1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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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 지방은 전국 어느 곳보다 사투리가 잘 보전돼 있고, 지금도 많이 사용하는 지역입니다. 경상도 안동·경주도, 전라도 광주·목포도, 강원도 속초·정선도, 충청도 서산·당진도 진주만 못합니다. 진주 사람들이 서울에서 '고향말'을 섞어 하면 제주도 말처럼 "참말로 못 알아듣겠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진주는 그 옛날 한양 땅(서울)에서 보면 지리산이 막고 있고 아래로는 바다여서 전체 지형이 막혀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의(義), 시쳇말로 '의리'를 앞세우는 진주인들의 억센 자존심이 영향을 주었다고 봅니다. 인근 마산(창원)은 수출자유지역, 창원공단 등으로 외지인의 말투와 문화가 섞이면서 토속이 많이 희석돼 있지요.
경상 사투리에 '천성시럽다'란 말이 있습니다. 천성시리로 자주 쓰는 형용사인데 어원을 찾기 힘든 단어입니다. 진주를 중심으로 한 서부경남과 창원 등 중부경남에서 그 중 많이 통용되는 사투리로 볼 수 있습니다.
기자는 최근까지 이 말에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정확한 뜻이 뭘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곰곰이 생각을 해도 콕 집어 풀이하기 어렵더군요.
'청성'과 '천성'을 두고 저울질을 했고, 처음엔 어른들에게서 듣던 발음, '청성'이 아닐까에 무게를 두었지요.
"어휴, 참말로 하는 짓이 청성이다"처럼 발음이 천성보다는 청성에 가깝습니다. 단어를 찾으면 나오겠지 했는데, 왠 걸 찾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딱 한 곳에서 '아주 잘', '귀신같이'란 뜻으로 풀이했더군요. 맞다고 봅니다.
"껄배~이(거지)가 넘우(남의) 지사(제사)로 우째(어찌) 그리(그리도) 천성시리(귀신같이) 알고 오는지", "기한(귀한) 산나물로 천성시리도(아주) 마~이(많이) 캤다"
'천성'이 한자 '천성(天性)'에서 왔다면 대충 이해가 됩니다. 하늘 천(天), 성품 성(性)입니다.
천성의 뜻이 '본래 타고난 성격이나 성품'이니 '타고난 천성처럼 잘 안다'는 말처럼 사뭇 통합니다.
아무튼 '천성시럽다'나 '천성시리'를 쓰고 들을 때 '조상으로부터 타고난 성격이나 능력처럼'으로 해석하면 의사 소통에 큰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처엉시리'나 '청시리'로도 더러 씁니다. 청시리는 줄임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