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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병원 외상센터장, 이재명 대표 서울대병원 이송 관련 "바람직 않지만, 가족 뜻 존중했다"

정기홍 기자 승인 2024.01.04 16:54 | 최종 수정 2024.01.05 00:50 의견 0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가 60대 남성의 습격으로 자상(刺傷·날카로운 것에 찔린 상처)을 입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한 것과 관련, 입장을 밝혔다. 이송 건은 지역 의료 강화 정책 등과 맞물려 큰 논란을 빚고 있다.

4일 조선일보 단독기사에 따르면, 김영대 권역외상센터장(흉부외과 교수)은 "이재명 대표 가족들이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겠다고 결정했고, 나는 헬기로 이동하기 위험할 정도로 위중하지는 않지만, 당장 상처를 치료하는 응급수술은 필요하다 판단해 서울 이송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다만 "응급의학과 교과서에도 나오지만 환자를 이송하는 건 병원 내에서조차 크고 작은 위험이 따른다. 치료가 도저히 안 될 경우가 아니라면 의학적 측면에서는 외부 이송이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자인했다. 이어 "경정맥 같은 혈관 손상 치료는 부산대병원 외상센터 의료진들이 경험도 많고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김영대(흉부외과) 교수

김 센터장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서울대병원의 이 대표 치료 경과 브리핑과 관련 "우리가 먼저 전원(轉院·병원을 옮김) 요청한 게 아니라 서울대병원 의료진과 통화 중이던 이 대표 비서실장이 내게 전화기를 건네줬다. 그때 내가 환자 상황을 설명하고 수술 가능 여부를 확인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족이 원하는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대병원 민승기 교수(이식혈관외과)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난도가 높고 수술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 '경험 많은 의사'의 수술이 필요했다. '부산대병원 요청'을 받아들여 수술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민 교수의 이 말은 삽시간에 온라인에서 "부산대가 (수술 능력이 없어) 먼저 서울대에 수술을 해달라고 했다"는 식으로 해석돼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특히 자존심이 강한 편인 부산 지역민의 반응이 뜨거웠다. 의료계에선 민 교수의 어감상 실수로 여겨진다는 반응이다.

김 센터장은 민주당 측이 "2cm의 창상(創傷·외력에 의한 신체 손상) 내지 자상으로 보는 게 맞다"고 주장한 것에는 "열상보다 열창(裂創·피부가 찢어져서 생긴 상처), 자상보다는 자창((刺創·찔려서 깊은 상처)이 (의료계 용어에) 맞는 표현이다. 상처가 깊어 자창으로 보여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권역외상센터는 피습 당일, 혈관 상태 등을 파악하기 위한 CT 촬영을 한 뒤 "경정맥 손상이 의심되고 추가 출혈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진단하고 수술을 하기로 했다.

김 센터장은 권역외상센터 일부 교수는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이동을 반대했다고 했다.

수술을 준비 중이던 권역외상센터의 한 교수가 "'우리가 합시다'라고 했는데 해당 교수는 당장 수술을 해야 하고 이송 중 위급 상황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김 센터장은 "그 부분도 이해되지만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가족 입장도 이해됐기 때문에 센터장인 내 의견에 따라 전원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또 "이송 수단은 헬기가 낫다고 생각했고 서울대병원 측에 '즉시 수술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가능하다고 해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수술과 관련한 '지역 의료체계 논란'에 대해서는 곤욕스러워 했다.

부산 지역과 의료계에서는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던 이 대표가 지역의료를 못 믿고 서울로 가 버렸다", "민주당이 공공의대법과 지역의사제법 통과를 주도하면서 당 대표가 서울대병원으로 간 건 이해하기 힘들다"는 등의 비판이 비등하다.

양성관 경기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방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떠들던 정치인조차 최고의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을 두고 서울대병원으로, 그것도 헬기를 타고 갔다”고 비난했다.

김 센터장은 이와 관련 "지역 의료체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변인들의 연락을 많이 받고 있다. 그분들은 '지역 의료 살리자고 해놓고 부산에서 수술 안 하고 서울로 가버렸다'고 토로한다"고 전했다.

한편 부산시 서구에 있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지난 2019년부터 4년 연속으로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아 수술 시설과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권역외상센터는 지난 2012년 5월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탄을 맞은 석해균 선장의 치료를 계기로 응급의료법이 개정돼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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