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서 첫 북콘서트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 않고 모든 멍에 묻겠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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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5 17:52 | 최종 수정 2024.02.0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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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5일 대구의 한 호텔에서 자신의 회고록 북콘서트 ‘어둠을 지나 미래로’를 열고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는 마음도 없이 모든 멍에를 묻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북콘서트 단상에 유영하 변호사와 허원제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함께 올랐다.
그는 회고록 출판과 관련,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 아쉬운 일에 대해선 아쉬운 대로, 잘한 결정은 또 그대로 써서 미래 세대에 교훈이 될 수 있으면 해서 집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이 행사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재활운동을 한 덕분”이라며 “아침에 일어나면 사과와 달걀, 시리얼과 요구르트, 커피 한 잔을 혼자 준비해서 먹고 재활운동을 했다”고 전했다.
회고록은 총 2권으로 권당 각 400쪽 정도 분량이다.
1장 정치, 2장 외교안보, 3장 정책, 4장 어둠을 지나 미래로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 책에는 18대 대선 이후인 2012년 말부터 2022년 3월 대구 달성군 사저에 입주하기 전까지 약 10년간 박 전 대통령의 정치 일대기가 담겼다.
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수감생활 동안 건강이 나빠지면서 허리 통증도 심해져 큰 국어사전을 쌓아 의자로 사용하며 지냈던 일상도 공개했다.
출판 행사장에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와 서상기 전 의원,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장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3월 31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구치소에 수용됐고 같은 해 10월 구속 연장이 결정되자 ‘정치 보복’이라며 재판 출석을 거부했다.
교도소에서도 탄핵 심판 때부터 변호를 거의 맡아온 유 변호사를 제외하고 변호인 접견을 일절 거부했다.
한편 이날 박 전 대통령은 사면 전이자 대선을 반년 가량 앞둔 2021년 가을에 작성했던 자필 메모도 공개했다. 수감생활 4년 9개월째였다.
그는 ‘내가 이 모든 것을 다 지고 가면 해결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메모로 측근인 유 변호사에게 전달했다.
이 메모에서 “저에 대한 거짓과 오해를 걷어내고 함께했던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했다는 것을 밝히고 싶었기에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묵묵히 따랐다”며 “하지만 2017년 10월16일 저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더 이상의 재판 절차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모든 역사적 멍에와 책임을 제가 지고 가는 대신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에 대한 관용을 부탁드린 바 있다”고 썼다.
이어 “그 후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했던 일들이 적폐로 낙인찍히고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하게 일한 공직자들이 구속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저로서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그리고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한 이들마저 모든 짐을 제게 건네주는 것을 보면서 삶의 무상함을 느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하지만 이 모두 정해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겠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이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어둠의 세력들로부터 안보를 굳건히 지켜냈고,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국민들에게 드리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은 보람 있었다”며 “2006년 테러 이후의 저의 삶은 덤으로 주어져서 나라에 바쳐진 것이라 생각했기에 제 일신에 대해선 어떠한 미련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제 모든 멍에를 묻겠다.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는 마음도 없다. 서로를 보듬으면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주기 바란다”며 메모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