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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궁금증 풀이]투표소 안에서 '기표 안 한 투표용지' 촬영하면 법 위반일까?

정기홍 기자 승인 2024.04.07 09:47 | 최종 수정 2024.04.12 20:33 의견 0

"사전투표소 기표소 안에서 기표 안 한 투표용지 사진을 찍었는데 괜찮은 건가요?"

한 독자가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글쎄. 안 될 걸요. 투표소 바깥 인증사진은 찍어 SNS 등에 올리면 되지만 안 되는 걸로 알고있어요. 일단 지워요. 문제가 될 지도 모르니까요"

총선 스케치에 바쁜 현장 기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기자는 "보도를 전제로는 투표장 내부 전경을 찍을 수 있지만, 기자도 투표용지는 못 찍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경남 진주시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는 모습. 정창현 기자

결론은 투표지에 기표(도장)를 한 '투표지'는 촬영을 하면 당연히 처벌받습니다. 누구를 찍었다는 것이 '비밀선거' 원칙에 반하기 때문이지요. 기표를 안 한 '투표용지'도 '원칙적으로' 안 됩니다.

이유는 공직선거법에서 투표장 내에서의 '질서유지'를 하기 위해서랍니다. 따라서 찍지 않은 것이 문제의 소지를 만들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다음 판례를 보겠습니다. 법원에 따라 유·무죄가 엇갈리네요.

▶판례 사례1

대구지법은 19대 총선(2012년) 때 기표소에서 기표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촬영한 뒤 SNS에 올린 대학생에게 30만 원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대구지법 2012. 6. 27. 선고. 2012고합528 판결 [공직선거법위반])

▶판례 사례2

하지만 수원지법 여주지원은 19대 대선(2017년) 기표소에서 기표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투표용지(기표하지 않은 투표지)'와 '투표지(기표한 투표지)'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고, '투표지' 촬영 행위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여주지원은 피고인이 촬영한 것은 기표한 '투표지'가 아니라 기표하지 않은 '투표용지'여서 무죄라는 판결입니다.(수원지법 여주지원 2017. 11. 23. 선고. 2017고합57 판결 [공직선거법위반] [각공2018상,169])

똑같은 사례인데 판결이 반대입니다. 둘 다 하급심(1심) 확정 판결인데 아직 대법원(최종심)에서 유·무죄 판단한 바는 없습니다. 이는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하기까진 대구지법 선고처럼 유죄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소 질서 유지 차원에서 당연히 일반인의 투표소 내 촬영 자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입장을 갖고 있지요.

선관위의 이 같은 입장은 투표자가 '투표용지'를 받는 곳은 투표소 내부이고 투표용지를 촬영한 행위는 투표소 내에서 이뤄진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촬영 그 자체가 투표소 질서 유지에 반하는 행위이기에 공직선거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위의 두 판결은 오래 됐는데 왜 상급심에 올라가지 않고 1심에서 머물러 있을까요.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선관위가 공직선거법 적용을 거론하지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지 단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선관위로서도 상급심에서 혹여 자신들의 바람과 달리 여주지원의 판결처럼 '가능'으로 확정될 수도 있기에 항소에 소극적인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피고측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이 논란은 공직선거법을 고치면 됩니다. 왜 국회가 저런 걸 그대로 두는 지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같은 논란의 조항은 한 두 개가 아닙니다.

안 할 말로 변호사들을 먹고 살게 만들려는 것이란 세간의 말을 끄집어낼 수도 있겠네요.

지금 기자로서는 선관위가 항소를 안 한 건지, 국회에 법 개정을 요청하지 않은 건지, 또는 국회가 요청안을 받아놓고 뭉개고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선거 때마다 유권자가 헷갈리는 대표적인 이 사례는 해소책을 속히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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