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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물 못 줘!"···경남 의령군, 부산시와의 '낙동강물 공급 협약' 2주 만에 해지 통보

의령군 낙서면낙동강취수반대대책위에도 통보
군 "주민 의견 수렴·동의 받는 게 기본원칙"
부산 오랜 숙원 식수사업 다시 난관
부산시 “여론 수렴해 협약 지속” 설득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5.01 15:36 의견 0

경남 의령군과 부산시가 최근 협약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던 낙동강 물 부산 공급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낙동강 취수 지역 인근 주민들의 격한 반발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경남 합천 황강 물의 부산 공급사업이 주민들의 반대로 지지부진한 가운데 의령의 낙동강 물 공급마저 차질을 빚어 큰 난간에 직면했다.

낙동강 유역의 창녕함안보 전경. 낙동강유역환경청

1일 의령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달 26일 부산시와 했던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낙동강 유역 맑은 물 공급 체계 구축 사업)' 상생협약을 해지한다고 부산시에 통보했다.

오태완 의령군수와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12일 협약서에 서명한 지 2주 만이다.

군은 이 협약 해지 사실을 '낙서면 낙동강 취수 반대대책위원회'에도 같은날 통보했다.

낙서면 등을 중심으로 한 의령 주민들은 의령군과 부산시가 낙동강 물 공급을 약속하자 강변여과수 취수 인근 지역의 수원 고갈을 이유로 반발해 왔다. 또 의령군의회도 의견 수렴과 주민 동의 절차가 없었다며 반발했다.

주민 대책위는 지난 22일 의령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의회에 보고조차 하지 않고 강변여과수 개발 사업을 협약한 것은 민의를 짓밟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주민은 이 사업으로 낙동강 지하수 수위가 낮아져 농업용수 확보가 힘들어질 수 있고, 취수 구역과 그 주변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생활에 지장이 생길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부산시는 앞서 의령군과의 협약에서 연간 200억 원 규모의 취수 지역 농산물을 구매하는 상생 방안을 제시했다.

시는 이어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농업용수 부족이 예상되면 취수를 중단하는 등 주민 피해 방지와 지원을 위해 의령군과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주민 반발을 무마하지 못했다.

군은 “추진 과정에서 군민께 사전에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못해 여러 걱정과 오해를 초래한 점을 사과드린다”며 "먼저 주민 동의와 농가 피해 예방책을 마련한 이후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의령군과 부산시의 공통된 약속"이라며 이해를 구했다.

의령군 관계자는 "군은 환경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과 관련해 앞으로 주민들의 이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군민 동의에 따라 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부산시와의 상생협력으로 의령 지역 발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민 동의를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군의 기본원칙"이라고 말했다.

낙동강 하류 하천시설 현황도. 낙동강유역환경청

한편 환경부가 추진 중인 맑은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은 1991년 '낙동강 페놀 사태' 이후 부산과 동부경남 주민의 먹는 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취수원을 다변화하는 사업이다.

환경부의 취수원 다변화 타당성 용역 보고서

주요 사업은 의령과 창녕의 강변여과수와 합천 황강의 복류수(지하에 흐르는 물)를 하루 90만t 취수해 부산(42만t)과 동부경남(48만t)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는 부산의 하루 식수와 생활용수 수요량(95만~100만 t)의 절반을 차지한다.

부산시로서는 이번 의령군과의 협약으로 의령군에 이어 창녕군, 합천군과 차례로 상생발전 협약을 하려던 계획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부산시는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은 취수지역 주민의 동의가 최우선이라는 시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 다만 양자가 곧바로 협약을 해지하지 말고 시간을 갖고 주민 여론을 최대한 수렴한 뒤 협약을 이어가자는 뜻을 의령군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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