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 휴진 우려 속에 인천의 50대 응급 환자가 수술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위급해지자 인천시의료원이 환자를 받은 뒤 원장이 직접 집도해 위기를 넘긴 사실이 전해졌다.
온라인에서는 가슴이 뭉클하다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그는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 직을 맡고 있다.
인천 연수구의 함박종합사회복지관에 따르면 50대 A 씨는 지난 10일 복통을 호소했고 인근 개인병원에서 진통제를 처방받았다. 하지만 상태가 더 나빠져 11일 오후 2시쯤에는 극심한 복통을 호소했다.
A 씨는 평소 치매가 있고 가족도 없어 복지관에서 요양 보호를 지원하는 '사례관리' 대상이었다.
A 씨는 요양보호사와 함께 종합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았고, 천공성 급성 충수염 진단을 받고 수술 일정을 잡은 뒤 입원했다. 의학적으로 천공(穿孔)은 궤양(潰瘍)이나 암종(癌腫) 등으로 위벽, 복막 등에 구멍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충수염(蟲垂炎)은 맹장(막창자)의 꼬리에 생기는 염증이다. 오른쪽 아랫배에 심한 통증이 있고 발열,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터지면 천공, 복막염 등의 합병증을 일으키므로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
A 씨는 당시 맹장이 터지면서 장이 마비돼 장폐색(장막힘) 증세를 보였고, 복막염까지 진행되면서 패혈증까지로도 번져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었다.
병원에서는 12일 오전에 수술을 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A 씨가 병실을 무단 이탈하면서 의료진에게 폭력적인 성향을 보여 병원 측은 수술 불가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 병원은 소견서를 작성해주며 정신의학과와 협진이 가능한 대학병원을 갈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전공의 집단 사직과 집단 휴진 예고 등 의료 사태의 장기화 여파로 병원들의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복지관 측은 인천의 상급종합병원 두 곳을 찾아갔으나 수술을 할 의사가 없다며 거절했다. A 씨의 돌발 행동에 돌봐 줄 보호자가 없는 것도 거절 이유였다.
급히 인천은 물론 서울·경기 등의 병원에도 수소문했지만 A 씨를 받아주는 병원은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A 씨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게 바뀌고 있었다. 눈으로 봐도 복부가 심각할 만큼 부풀었다.
이때, 인천시의료원에서 전화 연락이 왔다. 환자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
인천시의료원도 A 씨가 천공성 급성 충수염으로 인해 패혈증까지 보이는 복합적인 증상을 보여 상급종합병원 입원을 권하며 수술하기를 주저했다. 하지만 A 씨의 심각한 증상을 들은 조 원장은 A 씨의 상태가 시급하다고 판단, 직접 수술칼을 들기로 결정했다. 병원 뺑뺑이를 돌던 A 씨는 천신만고 끝에 지난 12일 밤 입원했다.
복지관 관계자는 “아무리 찾아봐도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어 자포자기하고 있을 때 천금같이 받은 연락이었다”며 “의료계 사태로 인한 열악한 상황을 정말 실감했다”고 말했다.
수술은 다음 날 오전 9시쯤 시작됐다. 조 원장이 직접 수술칼을 들었다. A 씨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 현재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에 있다.
조 원장은 "평소 수술을 자주 하지는 않지만 필요할 때는 하고 있다"며 "A 씨가 패혈증까지 보이는 심각한 상황이었고, 환자의 저간 사정을 듣고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보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의사는 환자를 가려가면서 받지 않는다"고 소신있게 말했다.
조승연 원장은 의대 증원에 따른 전공의 이탈 사태와 관련해 평소에 "전공의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교수들이 환자 곁을 벗어나 투쟁하는 방식의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의사는 결국 환자 곁에 있을 때 힘을 얻는 것”이라며 “최근 의료계 무기한 휴진 움직임에 따른 우려가 큰데 의사들의 (환자를 생각하는) 지성을 믿어달라”고 했다.
온라인 등에서는 "저분이 진정한 사표(師表·학식과 덕행이 높아 남의 모범이 될 만한 인물)다", "인술보단 거친 비속어만 내뱉는 의사협회 회장의 인성과는 너무 크게 비교된다"며 감동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