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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군 귀농·귀촌 시책 성과 난다···작년 인구의 4% 유입

귀농·귀촌인 확대로 하동 패러다임 바뀌어
지속 유입과 정착 위한 맞춤 정책 펼쳐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7.08 13:36 의견 0

인구가 해마다 2% 이상 줄어 지역소멸 위기에 직면한 경남 하동군이 지난해부터 소멸의 늪을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군이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귀농·귀촌·귀향 시책이 일단 효과를 거두며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7일 하동군에 따르면 군의 인구는 2023년 말 기준으로 4만 1606명이다. 고령 인구가 많아 출생은 적고 사망자 수가 많다.

2023년 하동을 떠난 사람(사망자 포함)은 2678명이고 2401명이 들어와 277명이 줄어 아직 증가로 돌아서진 못했다. 자연 감소뿐 아니라 나가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공을 들이고 있는 귀농·귀촌·귀향 사업이 효과를 보이면서 이 구도가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

하동군 귀농귀촌지원센터 전경. 2023년 9월에 건립해 올해 4월엔 민간전문가를 센터장으로 임용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023년 하동으로 들어온 사람은 2401명인데 이 중 귀농·귀촌인이 1652명이다. 전체 인구의 4%가 넘는다.

2020년 대폭 늘어났다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춤한 후 지난해에 크게 늘었다. 올해도 6월 말 기준 귀농·귀촌인이 913명으로 지난해 수준과 비슷하게 1500명 이상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3~4년만 지난해처럼 4% 내외의 귀농·귀촌인이 들어와 정착하면 지역소멸 걱정은 사라질 수 있다.

하동군이 자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에 하동으로 귀농·귀촌한 사람 중 1년 안에 다시 떠난 사람은 272명으로 유입 인원의 16.5%다. 떠나는 이유는 경제(일자리와 소득), 주거, 생활 여건 순이었다.

2023년 귀농·귀촌 1년 이후 정착 현황(2024년, 하동군 조사)

하동군은 이에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귀농·귀촌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나는 일자리를 늘리고 농업소득을 높이는 것이고, 또 하나는 주거와 생활 여건을 개선해 정착을 돕는 것이다.

▶읍·면별 특산물 확대로 농가소득도 올려

하지만 농업소득과 일자리를 통해 농가소득을 높이는 일은 녹록한 일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경남의 농업소득은 연 647만 원에 지나지 않고 9개 도에서 꼴찌다. 대형 일자리가 여럿 있는 것도 아니다.

군은 이런 여건을 감안해 전체 군 인구의 61%가 농민(2020년, 농지원부 기준)의 농업소득을 높이기로 했다.

농업소득이 높아져야 원주민의 삶이 풍요해지고 귀농·귀촌인도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

군은 농업소득을 높이기 위해 읍·면별 특화된 농산물 판매 확대 정책을 적극 펴고 있다.

화개면의 경우 우리나라 녹차 시배지이고 야생차를 많이 재배하고 있다.

군은 야생차문화축제 등으로 고급 야생차를 홍보하고, 녹차 가공공장을 운영하며 스타벅스에 가루녹차를 납품해 농가소득을 확대하고 있다.

천년을 이어온 야생차 재배를 ‘천년다향길’과 같은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귀촌인도 늘고 있다.

옥종면은 우리나라 딸기 주산지로 떠오르고 있다.

옥종면의 딸기 농가 전체 매출액은 1천억 원에 이릌다.

군은 미국, 영국을 비롯한 해외에 딸기 수출을 지원해 수출량을 늘리고 있다. 또 딸기 농가들의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고용 확대와 외국인 근로자 숙소 건립 등 직간접적인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소득이 느니 딸기 농사를 지으려는 귀농인들이 대폭 늘어났다. 정착에 성공한 귀농인들이 후배 귀농인들을 도우면서 선순환하고 있다.

군은 이 밖에 읍·면의 특화된 농산물이나 관광사업으로 농가소득이 증대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귀농·귀촌인 소득 증대 지원사업 다양

하지만 귀농·귀촌인의 소득은 토착 농업인보다 적다. 농지나 농기계 등 농사 기반이 모자라고, 농사 경험도 많지 않아 농사를 지어서 소득을 올리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군은 이런 점을 해결하기 위해 귀농·귀촌인이 일도 배우고, 소득도 지원받는 정책을 펴고 있다.

예비귀농인 교육

‘신규농업인 현장실습교육 사업’은 귀농인과 선배 농가(선도 농가)를 1대 1로 연계해 5개월간 농업기술을 배우는 사업이다.

현장실습교육을 진행하는 5개월간 귀농인들에겐 80만 원, 선도 농가에 40만 원을 지원한다. 올해엔 15개 팀이 참가 중이다.

‘귀농인 농지임차료 지원사업’은 귀농인이 농어촌공사를 통해 농지를 빌렸을 경우, 농지 임대료를 250만 원까지 지원해 농지 마련을 돕고 있다. 이 사업은 올해 새로 도입했다. 수요가 많으면 확대할 계획이다.

또 ‘귀농인 영농정착보조금 지원’으로 귀농인들이 농자재나 묘목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150만 원을 지원한다.

‘귀농인 안정정착 지원금’을 150만 원까지 지급해 농업교육이나 농기계 임차료 등에 쓸 수 있게 한다.

‘청년농업인 영농정착 지원사업’은 독립경영 1년 차에 월 110만 원, 2년 차에 월 100만 원, 3년 차에 월 90만 원을 지원해 청년들의 정착을 돕는다.

‘귀농 창업농 육성지원’은 군비로 귀농인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활용한 창업에 1천만 원을 지원한다.

‘귀농 농업창업 지원사업(융자)’은 한 세대가 농업창업자금으로 최대 3억 원을 빌릴 경우, 이자를 연 1.5%까지만 자부담하고 그 이상의 이자는 지원한다.

이 밖에도 ‘후계 농업경영인 육성 지원사업’ 등으로 귀농인과 청년농을 지원하고 있다.

하승철 하동군수는 “하루에 일정 시간을 일해 월 150만~200만 원을 벌 수 있는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 귀농인들과 농민들이 농사를 지으면서도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힘쓰겠다”며 농가소득을 올리는 데 주력할 뜻을 밝혔다.

▶주거 안정 지원 정책 대폭 확대, 주택 수리비 지원 인기

귀농·귀촌인에게 큰 숙제 중 하나는 주거 마련이다.

낯선 곳에 선뜻 집을 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도시처럼 임대할 집이 많은 것도 아니다. 빈집은 많지만 오래되고 낡은 곳이 많아 수리할 데가 많다.

군은 귀농·귀촌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을 대폭 확대했다.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이 ‘귀농·귀촌·귀향인 주택 수리비 지원사업’이다. 주택을 구입해 수리할 때 군이 1200만 원을 지원해 주고 본인이 300만 원을 자부담 하는 사업이다.

지난해까지 이 사업은 귀농인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올해부터 귀촌·귀향인에게도 확대했다.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애초에 43개를 진행하려 했으나 신청량이 많아 53개로 대상을 확대했다. 하반기에 10개를 더 늘리기 위해 예산을 확보 중이다.

‘귀농·귀촌·귀향인 임대주택 수리비 지원사업’도 인기다.

5년 이상 임대차 계약한 주택을 수리할 때 수리비 700만 원을 지원한다. 낡은 집이 많은 농촌에서 주택 수리비 지원사업은 주거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귀농인의 집’을 찾는 귀농인도 많아졌다.

예비 귀농·귀촌·귀향인이 1년간 살면서 귀농·귀촌을 준비할 수 있는 사업이다. 현재 10곳은 운영 중이며, 6곳을 더 만들고 있다.

청년네트워크

청년 귀농·귀촌인 주거 안정 지원책은 더 있다.

‘하동형 청년주거비 사업’은 월 20만 원, 최대 1년간 지원한다. 또 ‘경남 청년 월세 지원사업’은 월 15만 원을 최대 10개월간 지원한다.

올해 처음으로 시작하는 ‘귀농·귀촌 단지 기반 시설 조성 지원사업’은 지원 규모가 크다.

5가구 이상 귀농·귀촌 단지를 조성하려고 할 때, 단지 내 상하수도 연결이나 도로포장 등 기반 시설을 위해 가구당 2천만 원을 지원해 준다. 단지 전체로 보면 1억 원이 지원되기 때문에 금액이 크다.

이 사업은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빈집 정보 제공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군은 귀농·귀촌지원센터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군민들이 매매하거나 임차하려는 빈집 정보를 올려 귀농·귀촌인들에게 주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귀농귀촌지원센터 독립시켜 지원사업 총괄

군은 귀농·귀촌인을 늘리고 안정적인 정착 지원사업을 총괄하기 위한 체계도 마련했다.

2023년 9월에 귀농귀촌지원센터를 별도의 건물로 독립시켰고, 올해 4월엔 민간 전문가를 귀농귀촌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임용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또 귀농·귀촌인들로 구성된 귀농귀촌운영위원회를 운용해 정책 입안과 지원센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귀농귀촌지원센터는 운영체계를 확립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귀농·귀촌 상담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하동형 농촌에서 살아보기–하동에서 1주 어때’ 프로그램을 연 10회 진행해 예비 귀농·귀촌인들을 모으고 있다.

하동에서 살아보기

지난 5월엔 부산귀농운동본부와 귀농·귀촌인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했다. 7월과 8월에 부산귀농운동본부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동형 농촌에서 살아보기’를 진행한다.

지원센터는 7월 12일 귀농·귀촌인 원탁토론회도 한다. 귀농·귀촌인들의 정착 어려움이나 성공담도 나누고, 2025년 귀농·귀촌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이다.

이번 토론은 정책의 대상자가 직접 정책 마련에 참여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군은 토론 결과를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귀농·귀촌인은 50~60대, 1인 가구, 귀촌인 많아

2023년 귀농·귀촌인의 특징은 1인 세대가 84%이고, 50대 60대가 전체의 44%이며, 귀농인이 9% 귀촌인이 91%이다.

마을 원주민들도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군은 이런 점에 주목해 하동군은 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귀농·귀촌인의 전문성을 마을 사람들과 나누는 사업으로 ‘마을단위 찾아가는 융화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이는 개별 귀농·귀촌인의 재능을 마을에 나눌 수도 있고, 마을에서 마을 잔치나 마을 행사 등을 할 수 있다.

‘농번기 마을식당 운영 지원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이 사업은 농번기 일손을 덜어주고, 1인 가구 혼밥도 줄이고, 이웃이 밥을 함께 먹는 식구가 돼 마을 공동체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청년 마을협력가 지원사업'은 청년 귀농·귀촌인 중 마을 활동가로 일할 사람을 모집한 뒤 마을에 파견해 마을을 활성화하는 사업이다. 귀농·귀촌인의 장점이 마을에서 살아나도록 하고 있다.

귀농·귀촌인 간의 교류를 돕고, 그들의 전문성이 하동에서 꽃필 수 있도록 하는 '하동아카데미 플랫폼 구축 사업‘도 있다.

평생학습처럼 각종 공부 모임이 활성화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귀농·귀촌인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고립감인데, 이런 플랫폼을 통해 교류를 확대할 수 있다.

하동군은 "해마다 인구의 4% 이상의 귀농·귀촌인이 들어와 정착하고, 그들이 가진 문화와 전문성을 마을 공동체에서 나누어 간다면 하동은 지역소멸을 넘어서 살기 좋은 고장, 활력 넘치는 곳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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