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을 중시하는 더경남뉴스가 농업과 어업과 관련한 속담(俗談)을 찾아 그 속담에 얽힌 다양한 의미를 알아봅니다. 속담은 민간에 전해지는 짧은 말로 그 속엔 풍자와 비판, 교훈 등을 지니고 있지요. 어떤 생활의 지혜가 담겼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망종이 4월에 들면 보리의 서를 먹게 되고 5월에 들면 서를 못 먹는다'는 속담은 우선 배가 고파서 서러움이 복받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서'는 풋보리를 뜻합니다.
집안에 양식은 이미 떨어졌고, 보리는 익을 기미는 보이지 않고···. 보리가 누렇게 익기를 얼마나 학수고대 했겠습니까? 분명한 것은 우리 바로 윗대 어른들은 이를 몸소 겪었다는 사실입니다. 배가 고파 물로 허기를 달랬다는 말은 더러 들었습니다.
'보리의 서를 먹는다'는 말은 그해 풋보리를 처음으로 먹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양력으로 기준을 삼는 망종(芒種) 절기가 음력으로 4월 말에 들 때도 있고 5월 초에 들 때도 있습니다. 올해의 망종은 4월 29일(양력 6월 5일)로 4월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음력 5월 1일은 양력으론 바로 다음 날인 6월 6일입니다.
'망종이 4월에 들면 보리의 서를 먹게 되고 5월에 들면 서를 못 먹는다'는 속담은 어쨌거나 망종이 빨리 들면 그나마 설익은 풋보리라도 거둘 수 있어 다행이라는 뜻입니다.
보릿고개는 먹고 살기 힘들던 옛날, 햇보리가 나올 때까지의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으로 생겨난 말입니다. 한자로는 춘궁기(春窮期)입니다.
햇보리 수확 때까지 보릿고개를 넘기는 기간을 '보릿동이'라고 합니다.
보릿고개는 대략 음력 4월 보리가 익기 직전의 시기인데, 산과 들에 나는 풀과 뿌리, 소나무 껍질 등을 뜻하는 초근목피(草根木皮)로 간신히 연명하다시피 지냈습니다.
의미는 다소 다르지만, 망종 때의 보리 수확 관련 속담도 소개합니다.
'보리는 망종 삼일 전까지 베라'는 망종이 지나면 익고 선 것을 따지지 말고 눈 감고서라도 베라는 말입니다.
망종을 넘기면 보리가 익어 알곡이 무거워지면 바람에 쓰러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보리가 쓰러지면 당연히 수확량이 적어지게 되겠지요.
또 망종까지 논밭의 보리를 모두 베야 논에 모도 심고 밭갈이도 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보릿고개도 없고, 보리도 거의 심지 않아 이들 속담은 사문화돼 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옛 시절의 농업 풍속으로 알아두면 좋습니다.
익힐 온(故), 옛 고(知), 알 지(新), 새 신(新), 즉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옛 것을 익히면 새 것을 알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어릴 때 추억담이라면 '보리그을음'이라 해 풋보리를 베서 불로 그을려 반쯤 익힌 보리알을 손바닥으로 비벼 입에 탁 틀어넣고 오울오물 씹으면 불 냄새도 나고 그렇게 고소할 수 없었지요.
또한 풋보리를 밤이슬에 맞혔다가 다음날 먹으면 허리 아픈 데 약이 된다는 속설이 있고, 풋보리를 솥에 볶은 뒤 맷돌에 갈아 채로 친 가루로 죽을 끓여 먹으면 배탈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