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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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9:02 | 최종 수정 2024.09.0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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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의 끝자락, 8월의 담장 옆에 핀 봉선화입니다. 꽃의 모양이 봉(鳳)의 모양과 흡사해 붙인 이름입니다. 달리 봉숭아라고 합니다. 과일 복숭아와 헷갈리지 않기를.
인도, 말레이시아, 중국이 원산지인데 집뜰이나 베란다에서 키워 꽃을 즐기는 원예식물이지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 '다정한 꽃'입니다.
꽃은 7∼8월에 홍색, 백색, 자색 등 다양하게 핍니다. 통모양의 꽃은 화축(花軸·꽃대)에 달려 밑으로 처지며 좌우로 넓게 퍼집니다.
옛날 여자 아이들은 봉선화 꽃잎에 괭이밥 잎을 섞은 뒤 백반이나 소금을 약간 넣어 빻아 손톱에 얹고 헝겊으로 싸매어 손톱을 곱게 물들이곤 했었지요. 괭이밥 안에 있는 수산이 손톱의 형질을 물렁하게 하고 소금이 매염제로 작용해 봉선화의 물감이 잘 물들게 하는 원리라고 합니다.
과실은 삭과(窠果·열매의 속이 여러 칸으로 나뉘어 그 안에 많은 씨가 들어 있음)로 타원형입니다. 익으면 톡 터지면서 황갈색 종자가 튀어나오는 자동산포(自動散布)를 합니다. 열매가 여물면 꽃씨 주머니를 약간 건드려도 톡 터지면서 씨앗이 멀리 날아갑니다.
민간에서는 봉선화가 활혈, 진통, 소종(消腫)의 효능이 있다고 해 습관성 관절통, 월경통, 임파선염, 사교상(蛇咬傷) 등에 치료제로 쓰기도 합니다.
봉선화는 이렇듯 지근에서 다정함을 나누던 꽃이어선지 애절한 사연이 전해지는 꽃입니다.
일제강점기 조상들은 '망국의 한'을 노래하던 꽃이기도 합니다.
중국 원나라(몽골)에 끌려간 고려 충선왕과 같이 끌려갔던 소녀의 봉선화 물들인 가야금 연주 이야기 그리고 경남 김해 출신인 가수 현철 씨의 노래 '봉선화 연정'도 있지요. 1988년 ‘봉선화 연정’으로 KBS 가요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영원한 오빠'로 남기를 원했던 현철(본명 강상수) 씨는 지난 7월 15일 '경추 수술 후 신경 손상' 요양 중에 82세 일기로 세상과 이별을 했습니다.
■가수 현철의 '봉선화 연정'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
봉선화라 부르리
더 이상 참지 못할 그리움을 가슴 깊이 물들이고
수줍은 너의 고백에 내 가슴이 뜨거워
터지는 화산처럼 막을 수 없는 봉선화 연정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
봉선화라 부르리
더 이상 참지 못할 외로움에 젖은 가슴 태우네
울면서 혼자 울면서 사랑한다 말해도
무정한 너는 너는 알지 못하네 봉선화 연정
봉선화 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