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군 진교면에서 실종신고 된 지적장애 40대 여성이 파출소 순찰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은, 당시 파출소 당직 경찰관들의 근무 태만에서 비롯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날 밤 파출소에는 4명의 근무자가 있었으나 숙직실에서 잠을 자거나 1층 근무지를 이탈해 있어 숨진 여성이 문을 두드리는 것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다음 날엔 순찰마저 하지 않아 순찰차 안에 갇혀 있던 이 여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남도경찰청은 30일 ‘하동 진교파출소 순찰차 사망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당시 파출소 경찰관들이 기본 근무를 규정대로 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방문했을 때도 근무 태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적장애가 있던 40대 여성 A 씨는 지난 16일 새벽 2시쯤 하동경찰서 진교파출소에 주차된 순찰차에 들어갔다가 36시간 뒤인 17일 오후 2시쯤 순찰차 뒷좌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순찰차 구조상 뒷좌석에서는 안에서 문을 열 수 없고, 앞자리 사이에도 유리도 막아놓아 폭염에 따른 고체온증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하동은 34도의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경남도경찰청의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순찰차로 들어가기 전에 파출소 문을 여러 차례 흔들거나 두드렸다. A 씨는 기척이 없자 3분가량 문 앞에 앉아 있다가 문이 열린 채 주차 돼 있던 순찰차에 들어갔다.
당시 파출소에는 민원응대 상황 근무자 2명과 출동대기 근무자 2명 등 4명이 있었다.
하지만 상황 근무자 2명은 2층 숙직실에 올라가 있었고 출동대기 근무자 1명도 2층에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1명은 1층에 있었지만 근무 위치가 아닌 회의실에 있었다.
도 경찰청 관계자는 “2층에 있었던 3명 모두 자고 있었고 상황 근무자는 1층 근무지를 이탈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조사 결과 보안카메라(CCTV)는 2층을 비추고 있지 않았다.
진교파출소 근무자들은 순찰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A 씨가 숨진 순찰차는 A 씨가 들어간 이후부터 숨진 채 발견될 때까지 36시간 동안 7차례(총 8시간)를 순찰했어야 했으나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차량 운행기록도 매일 주행 거리를 적어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근무 교대 때 차량을 점검한 뒤 인계해야 하는 경찰 장비관리규칙도 무용지물이었다.
규정대로 했으면 A 씨가 차량에 들어간 16일 오전과 오후, A 씨가 숨진 채 발견된 17일 오전 근무 교대 때 등 3번의 차량 점검 기회가 있었다.
진교파출소에서는 16명이 4개조로 나누어 4명이 1개조로 근무하며, 2교대(12간씩 근무) 근무를 한다. 주·야간 근무자들은 매일 오전 8~9시, 오후 8~9시에 근무 교대를 한다.
경찰의 장비관리규칙(제96조 차량의 관리 3항)에는 '차를 주·정차 할 때는 시동 정지, 열쇠 분리, 차 문 잠그기 등을 해야 하며, 범인 등으로부터의 피탈이나 피습에 대비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제96조 차량 관리 4항에는 '근무 교대 때 전임 근무자는 차량 청결 상태와 차량 내 음주측정기 등 각종 장비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해 인계한다'고 돼 있다.
다만 도 경찰청은 “뒷좌석의 유리창은 선탠이 진하게 돼 있고 앞 뒷좌석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경찰이 근무와 순찰, 근무 교대 때 차량 점검만 제대로 했다면 A 씨는 사망 추정 시간인 16일 오후 2시쯤까지 최소 5번은 살 기회가 있었던 셈이다.
A 씨는 지적장애 등으로 인해 오랜 기간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지난 7월 퇴원 후 가족이 있는 하동으로 왔다.
이 사건에 앞서 한 달여간 3차례나 경찰에 실종신고가 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두 차례는 자진 귀가하고 한 차례는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가족에게 인계됐다.
당시 A 씨가 4시간을 배회하다 파출소를 찾은 것은 집을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경남도경찰청은 진상 파악과 감찰 조사 결과에 따라 당시 진교파출소 근무자 13명은 물론 하동경찰서장, 범죄예방과장, 범죄예방계장 등 총 16명을 전보 인사 했다. 근무 태만이 확인된 만큼 조만간 징계 절차도 착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