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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행정 현장] 울산 북구 산골 마을 '심청골'에 불통 2년 만에 휴대전화 통화 터진 사연

군부대 중계기 철수에 휴대전화 불통
공무원이 통신 3사, 국방부에 끈질기게 설득

천진영 기자 승인 2024.12.08 12:32 | 최종 수정 2024.12.09 13:08 의견 0

더경남뉴스가 시군, 읍면동 등 행정기관의 행위 중 적극성이 깃든 서비스를 찾아 소개합니다. 공공기관도 포함합니다. 한때는 가을비에 젖어 바닥에 달라붙은 낙엽에 빚댄 '복지부동' 질타가 있었지요. 안 해도 그만인 의례적인, 무사안일 행정을 타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적극행정은 '일방'이 아닌 '소통'이 전제돼야 하겠지요. 편집자 주

울산시의 한 산골 마을 주민들이 2년 동안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다가 한 공무원의 끈질긴 노력 끝에 사용할 수 있게 된 뒷이야기가 알려졌다.

8일 울산 북구에 따르면 양정동 마골산 근처 20여 명의 주민이 사는 한 작은 마을 심청골에 2년 전부터 휴대전화 통화가 중단됐다.

느닷없이 전파가 끊긴 건 지난 2022년 인근 공군부대가 철수하면서다. 주민들은 그간 이 군부대 중계기 덕분에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었다.

지난해엔 한 어르신이 위급한데도 구급대를 부르는 방편이 없어 사망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울산 북구 양정동 심청골 이동통신 중계기 설치 현장을 점검하는 울산 북구청 공무원들. 울산 북구

주민들은 휴대전화 '먹통' 후 북구청 등에 민원을 넣었고 백방의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전파 서비스가 가능한 중계기 설치 장소는 물론 고가의 설치비 등으로 해결책은 난망했다.

주민들의 민원이 지속되자 북구청 미디어정보과 정보통신팀 윤예준(34) 주무관이 적극 나섰다.

적당한 중계기 설치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마을이 온통 산지로 둘러싸여 있어 중계기 전파가 마을에 직접 닿는 위치 찾기가 쉽지 않았다.

가능성이 있는 지역들을 찾아 나선 끝에 마을과 직선거리로 3㎞ 떨어진 곳을 설치 장소로 정했다.

울산 북구 양정동 심청골 마을에 설치된 이동통신 중계기. 울산 북구

하지만 개발제한구역이자 국방시설본부 소유 부지여서 국방부의 국유재산 사용 허가를 받아야 했다.

다음은 고가 중계기와 설치비가 문제였다. 2억 3천만 원이란 적지 않은 비용이 산정됐다.

윤 주무관은 이동통신 3사와 국방부에 필요성 공문을 보내고 전화로 설득했다. 이동통신 3사에 간담회도 제안해 성사시켰다. 군 재산 사용 허가에도 수 개월이 걸렸다.

윤 주무관은 이 과정에서 재난이나 사고 시 주민 안전이 우려되고, 인근 마골산을 찾는 연 1500명의 등산객이 인근 등산로를 이용한다는 점을 주장했다. 마골산에는 성불사도 있다.

이렇게 하기를 약 3개월. 통신 3사의 중계기 투자와 국방부의 국유재산 사용 승인을 끌어냈다.

곧바로 구청 도시과의 개발행위 허가를 받았다.

드디어 지난 10월 휴대전화 통화가 터졌다.

윤 주무관은 "휴대전화 불통이 주민 안전에 직결돼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문제를 알게 된 이상 공무원으로서 책임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북구는 윤 주무관 등 5명을 올해 하반기 적극 행정 우수사례로 선정하고 포상으로 인사 특전을 주기로 했다.

이들 공무원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민원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민원 해결 과정에서 실수 등 잘못이 있어도 면책을 해주는 제도가 적극 작동했기 때문이다. 민원이 잘 해결됐을 때 주는 인센티브도 영향을 준다.

민간 기업체에 비해 약한 이들 제도를 활성화 해야 행정 서비스가 한결 나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윤 주무관 사례가 자주 나와야 고질적이라는 공직사회 보신주의가 조금씩 없어지게 된다.

한편 북구는 농소3동 가대마을에 있는 현승암, 인근 농지 일대 휴대전화 서비스 불통 지역 개선 요청에도 적극 나서 통신사들과의 협의 끝에 중계기를 설치해 음영 지역을 개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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