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현직 판사의 글에 갑론을박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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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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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내란죄 혐의 수사권과 관련한 글을 대법원 내부망에 올려 다양한 견해가 개진되고 있다.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지만 직권남용죄 수사를 하면서 내란죄도 수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 견해도 만만찮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재판연구관 백 모 판사는 전날 내부망(코트넷)에 ‘공수처는 수사권이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공수처가 ▲헌법 84조의 내란 또는 외환죄에 해당하지 않는 직권남용죄로 수사할 수 있는지 ▲공수처법의 ‘고위공직자범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그 고위공직자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로서 해당 공직자가 범한 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일 것이라고 했다.
백 판사는 이어 “개인적 이해로는 (대통령) 재직 중 탄핵소추가 불가한 직권남용죄 등으로 적어도 강제수사는 어렵다고 할 것”이라며 “강제수사가 가능하다고 한다면, 강제수사의 시한 등으로 실질적으로 재직 중 소추가 불가하다는 헌법 제84조와 충돌돼 강제수사 자체가 실효성이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직권남용죄가 내란죄에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경우 관련 범죄의 명목으로 공수처 권한이 아닌 내란죄를 수사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점에서 본말이 전도된 논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백 판사의 주장은 ▲현직 대통령은 내란죄와 외환죄 외에는 탄핵 대상이 되지 않고 ▲공수처가 직권남용죄로만 수사할 수 있어 직권남용죄만 적용되지, 내란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아 탄핵 대상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더불어 “법원이 그동안 쌓아왔던 절차에 관한 논의들이 소중히 지켜지길 바란다”고 했다.
백 판사의 글에는 찬반 댓글이 다양하게 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했다며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수사했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내란 부분을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수처는 앞서 공수처를 중심으로 경찰 국가수사본부 등과 공동으로 공수단을 꾸렸고,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법원에서 발부 받아 체포한 뒤 조사를 마치고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이에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내란죄 권한 없는 공수처의 체포영장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체포영장도 공수처 관할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해 통상적이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서부지법엔 좌파 성향의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런 이유들로 법조인이기도 한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조사에 일절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내란죄 수사는 경찰만이 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 탄핵 직후 공수처와 검찰, 군 수사기관이 앞다퉈 포괄적인 죄목(혐의)으로 수사에 나서 큰 혼선이 발생했었다.
이는 앞으로도 수사 기관간의 영역 다툼 여지가 커, 두루뭉슬한 법 조문을 명확히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기소권은 검찰만 할 수 있어 윤 대통령의 기소 여부는 검찰이 판단한다.
현재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울 서울서부법원에 청구했고, 서부지법은 18일 오후 2시부터 영장 심리를 시작한다. 구속 여부는 이날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