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부산 사상구 지하철 공사 옆 도로에서 발생한 대형 지반침하(땅꺼짐, 싱크홀) 사고는 연약한 지반과 폭우를 고려하지 않은 시공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발생한 싱크홀은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의 대형으로, 트럭 2대가 동시에 도로 한참 밑으로 빠졌었다.

부산시와 지하사고조사위원회(위원장 임종철)는 지난해 9월 21일 발생한 사상~하단선 도시철도(2공구) 주변 지반침하(싱크홀)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여름철인 지난해 9월 21일 오전 8시 45분쯤 부산 사상구 한 도로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 모습. 싱크홀은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의 대형으로 트럭 2대가 도로 밑에 쑥 빠져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지반 침하 사고 현황

▶싱크홀 발생 원인

사고조사위는 사고 당일 부산에 약 379㎜의 극한 호우가 내려 인접한 하천에서 빗물이 넘쳐 사고 구간으로 대량 유입됐고, 이어 U자로 된 배수로에 지하수가 흘러넘쳐 지하로 들어가 사고가 시작됐다고 보았다.

또 오랫동안 인근 철강 공장 공사장을 진·출입 한 대형 차량의 하중에 측구(側溝·길바닥의 물이 잘 빠지도록 차도와 인도 경계선을 따라 만든 얕은 도랑) 이음부의 이격과 균열을 키워놓아 지하수 유출이 가속한 것으로 판단했다.

뒤이어 지하수가 지하 1.5m 깊이의 목재 차수벽과 배수로를 쓸어가 매립한 모래층이 크게 쓸려나갔다. 결국 지하 1.5m 깊이에서 밑으로 시공된 강판 차수벽이 압력에 못 이겨 기울어지면서 유실 현상은 더 커졌고, 이어 두 곳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사고조사위에 따르면, 싱크홀이 발생한 정확한 지점은 사상구 새벽로 86, 87 일원이다.

시공사는 지반 등을 고려해 흙막이 가시설 벽체의 경우 ‘H-Pile+(목재, 강재)토류판’으로, 지하수 등 물을 막는 공법은 ‘P.C.F(∅1000) 차수공법’으로 시공했다.

참고로 H-Pile+(목재, 강재)토류판 공법은 H-PILE을 일정 간격으로 천공(穿孔·구멍을 뚫음)해 삽입한 뒤 그 사이에 목재 또는 강재 토류판을 설치해 흙막이 벽체를 만드는 것이다.

또 P.C.F(∅1000) 차수공법은 주입 장치(에어 패커 또는 핸들 패커)를 통해 저압으로 실리카졸계 약액을 주입하는 그라우팅(Grouting) 공법이다.

그라우팅은 암반의 절리, 단층, 풍화, 파쇄대 등을 점검해 누수, 지지력 부족 등이 예상될 때 보강을 목적으로 하는 암반층의 기초처리 공법이다.

사고 조사위는 "실트질(모래보다 작고 점토보다 거친 토양)과 같은 모래질의 층후(두 층 간의 두께)가 매우 깊은 이곳에 이들 공법을 적용하면 ‘H-Pile’과 토류판 틈새로 차수재(遮水材·땅속 침출수와 지하수의 침투 경로를 막는 물막이용 재료)의 유출이 우려되고, 차수공법(P.C.F)의 품질 확보 의구심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사고 당일 부산에는 379mm의 '극한 강우'로 인해 인접한 이중천에서 유(U)형 측구로 월류된 지하수가 땅꺼짐 발생 구간으로 유입돼 노후화 된 측구를 손상시켜 지하수의 유출이 일부 가속화 됐다"고 덧붙였다.

사고조사위는 넘친 물이 지하수가 차수 그라우팅이 시공되지 않은 목재 토류판(土留板·H자 모양으로 된 빔을 땅에 박고 파 내려갈 때 아래 철골 사이에 끼우는 흙막이용 두꺼운 판자) 구간으로 유입, 지하수와 토사의 유출이 동시에 발생했고 이어 토류판이 유실돼 굴착 구간 양쪽으로 공동(空洞·빈 굴)이 발생한 것으로 보았다.

조사위는 "이후 매립층의 하부 모래층에서 세굴(洗掘·강물에 의해 강바닥이나 강둑이 패는 것)이 발생하고 균질한 차수 그라우팅의 품질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굴착 상·하부의 큰 수두차(水頭·물높이의 차)가 발생, 상대적으로 품질이 낮아진 1·2공구 확폭 구간 양쪽으로 전체 토류판이 유실돼 땅꺼짐이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지반침하(싱크홀) 위치돟 및 사고 현장 사진

땅꺼짐(싱크홀) 모식도. 이상 부산시

▶사고 대책 권고안

사고조사위는 사고 조사 결과와 함께 싱크홀 재발 방지 대책을 권고했다.

사고조사위는 우선 ‘H-Pile+토류판+P.C.F(∅1000) 차수공법’으로 시공된 전체 구간에 '지하안전법' 제35조 규정에 따른 지반침하 위험도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추가 땅꺼짐 예방을 위해 저지대 침수 구간을 분석해 지표면까지 차수공법을 적용하고, 높은 지하 수위로 누수가 많은 구간은 차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공법으로 보강할 것을 요구했다.

또 공사 현장의 계측 관리 신뢰성 확보와 안전 관리를 위해 토질 전문가가 계측관리와 분석을 하고, 사고 지점의 공통점을 파악한 뒤 자동화 계측을 해 좌·우측 변위가 동시에 관리될 수 있도록 현장 관리체계를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사고조사위는 이와 함께 ▲굴착 단계마다 승인 기관 등에 보고해 정밀한 시공 관리로 흙막이 벽체 변위 최소화 ▲공사 완료 시까지 정기적인 관찰 카메라(CCTV) 조사 ▲월 1회 이상의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시행 등의 대책 마련도 함께 권고했다.

민순기 부산시 도시공간계획국장은 “사고조사위의 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 권고사항을 부산교통공사 등 관련 기관에 통보해 이른 시일 내 조치하겠다”며 “지난해 8월 발생한 1공구 사고 조사 결과와 연계해 사상~하단선 도시철도 준공 시까지 종합적인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토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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